연령차별주의와 멸칭 문화 분석…신간 '나이 묻는 사회'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틀딱충', '할매미', '개저씨', '김여사', '영포티', '급식충', '잼민이'.
한국 사회에서 특정 연령대와 세대에 대해 비하와 경멸의 시선을 담아 지칭하는 표현들이다.
정회옥 명지대학교 공공인재학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신간 '나이 묻는 사회'에서 이 같은 '멸칭'이 유행처럼 퍼진 한국 사회를 연령주의와 연령차별주의라는 틀로 날카롭게 파헤친다.
한국인들은 생애 전 과정에서 특정한 나이에 맞는 직업과 언어, 태도 등을 갖춰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나이는 사회 구성원 각자의 역할을 규정하는 힘을 지닌다. 그러나 나이에 따른 고정관념과 편견은 사회적 긴장과 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나이는 단순한 삶의 흐름을 표시하는 지표가 아니다. 우리 사회는 '나이'로 사람을 재단하고 구속한다. 몇 살이 되었는가에 따라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이 나뉘고, 그에 맞추어 사회의 시선과 기대가 달라진다. 나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우리 삶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규범이자 차별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한국 사회는 연령차별적 사회이며, 구성원들 간에 치열한 '나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연령차별주의는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사람에 대해 편견을 갖고 차별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원래 주로 고령층에 대한 차별을 지칭했지만, 한국에서는 다양한 연령층에서 나이에 따른 편견과 차별이 존재한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 같은 현상은 어린이부터 청소년, 청년, 중장년, 노년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는 '나이 멸칭'을 만들어냈다.
틀니를 희화화한 '틀딱충', 청력 기능 저하로 크고 요란한 목소리를 내야 하는 행동을 비꼰 '할매미', 연금 생활자를 조롱하는 '연금충' 등은 노인을 쇠약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없는 존재로 그린다.
쇠퇴한 존재라는 이미지는 중장년층에게도 덧씌워진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편견, 권위적이고 무례하며, 젊지도 않은데 젊은 척한다는 부정적 인식을 반영한 것이 '꼰대, 개저씨, 김여사, 영포티' 같은 멸칭이다.
원래 젊은 사람들을 표현하는 마케팅 용어였던 'MZ 세대'는 청년들에 대한 기성세대의 무시와 비판적 시선이 더해지면서 어느새 멸칭화됐다.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근로의욕이 없고 불성실한 세대라는 편견을 내포하게 된 것이다.
나이 멸칭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도 향한다. '급식충, 잼민이, ∼린이' 등의 용어에는 이들이 미숙하고 무개념하며 불완전한 존재라는 인식이 담겨있다.
이 같은 멸칭은 특정한 개인들의 행태를 전체 나이대의 공통적인 특성으로 바라본다. 문제는 이 같은 용어가 계속 사용되다 보면 마치 그것이 정상인 것처럼 사회 안에서 수용될 수 있고, 차별적 관행과 제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책은 한국 사회가 왜 이토록 나이에 의미를 부여하는지, 연령차별이 일상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또 나이라는 '억압'에서 어떻게 조금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나이는 각 개인의 삶의 한순간이자 과정일 뿐이다. 노키즈존에 입장을 거부당했던 어린이도 언젠가는 청년이 된다는 사실, 노인을 '연금충'이라 부르는 청년도 언젠가는 반드시 노인이 된다는 것, 이것이 삶의 진리이자 역설이다. 나이에 있어서, 누구든 언제든 약자가 될 수 있는 한국 사회에서 이제 나이라는 억압에서 자유로워졌으면 한다."
한겨레출판사. 348쪽.
kje@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