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5월에도 ‘매파적 동결’ 유력…하반기 금리 인상론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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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5월에도 ‘매파적 동결’ 유력…하반기 금리 인상론 꿈틀

뉴스로드 2026-04-30 07:59:4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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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례 하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연합뉴스
국민의례 하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연합뉴스

[뉴스로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한국은행도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또다시 동결하되, 향후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중동 전쟁이 촉발한 유가 급등으로 물가 불안이 커지는 동시에, 경기에는 하방 압력이 가해지는 복합 국면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연준은 28∼29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3.50∼3.75%로 유지했다. 미국은 지난해 9·10·12월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한 뒤 올해 1·3·4월 동결로 방향 탐색에 들어간 상태다. 연준은 성장은 견조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연준은 성명에서 “인플레이션은 높은 수준이며, 이는 부분적으로 최근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을 반영한 것”이라며 “중동 지역의 정세 변화는 경제 전망에 대한 높은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의장 체제의 마지막 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에 반대한 위원이 4명이나 나온 것도 주목된다. 공식 반대 의견이 4명에 이른 것은 1992년 10월 이후 약 34년 만으로,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내부 시각차가 그만큼 커졌음을 보여준다.

국내 상황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달 28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8연속 동결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현재 국면을 ‘성장은 하방 압력, 물가는 상방 압력’을 동시에 받는 상황으로 본다. 경기 방어만 놓고 보면 금리 인하가, 물가 안정을 우선하면 금리 인상이 각각 필요한 셈이라 방향 전환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실제 물가 지표는 유가발(發) 압력을 분명히 보여준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8.80(2020년=100)으로 1년 전보다 2.2% 상승했다. 국제 유가 급등 여파로 석유류 가격이 9.9% 뛰며 전체 물가를 0.39%포인트 끌어올렸다. 생산자물가지수는 125.24로 전월보다 1.6% 상승했다. 특히 석탄 및 석유제품 가격이 31.9%나 오르며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2월(57.7%) 이후 최대 폭 상승을 기록했다. 한은은 “4월 이후 소비자물가는 국제 유가의 큰 폭 상승의 영향으로 오름폭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경기 심리는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7.0으로 전월보다 5.1포인트 떨어졌다. 비상계엄 사태가 있었던 2024년 12월(-12.7포인트) 이후 최대 낙폭이다. 정부는 26조2천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집행하며 경기 하방을 막는 데 나섰고, 한은은 추경이 올해 성장률을 약 0.2%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성장과 물가 신호가 엇갈리자 금통위 내부에서도 ‘관망 모드’가 확인된다. 지난달 10일 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중동 지역의 상황, 경제의 성장 경로 및 물가 추이를 지켜보고 향후 기준금리 변경 여부를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도 “일단은 ‘두고 보자’(wait-and-see)는 자세로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시장의 시선은 이미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반도체 호황과 추경 효과로 성장 전망이 개선되는 가운데, 유가발 인플레이션 우려까지 겹치면서 통화정책의 무게 중심이 ‘물가’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은은 지난달 10일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국내 경제는 반도체 수출 호조 및 추경에도 에너지 가격 상승 및 공급 차질 영향으로 성장세가 예상보다 둔화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치(2.0%)를 하회할 것”이라고 진단했지만, 불과 열흘 남짓 뒤 발표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는 직전 분기 대비 1.7%를 기록했다. 이는 한은이 자체적으로 예상했던 0.9%의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중동 전쟁의 부정적 영향이 본격화하기 전, 반도체 수출 호조가 ‘깜짝 성장’을 이끌어낸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JP모건이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을 3.0%로, 씨티는 2.9%, 골드만삭스는 2.5%, 노무라는 2.4%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전망치 상향은 한국의 성장 모멘텀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신호인 동시에, 한은이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 인상 카드를 검토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우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다음 달 28일 발표할 수정 경제전망에서 기존 성장률 전망을 낮출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본다. 오히려 상향 조정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전망치가 올라가면, ‘성장 둔화’를 이유로 한 완화적 통화정책의 명분은 그만큼 약해진다.

여기에 신현송 한은 총재의 ‘데뷔전’도 변수다. 지난 21일 취임한 신 총재는 5월 금통위에서 첫 통화정책 결정을 주재한다. 그는 1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물가와 성장이 상충하면 항상 무게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 문제가 중요한 것 같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물가가, 특히 한국처럼 유가에 이렇게 민감한 경제에서는 유가 충격이 상당히 큰 만큼 물가에 무게를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새 총재가 물가 안정에 방점을 찍겠다고 공개적으로 천명한 만큼, 향후 통화정책의 ‘매파적’ 색채가 한층 짙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기준금리 결정까지는 아직 한 달가량 남아 있다. 그 사이 중동 전쟁의 전개 양상과 국제 유가 흐름에 따라 성장·물가 전망이 크게 바뀔 여지가 있는 만큼, 금통위의 최종 판단도 상당 부분 외부 변수에 좌우될 전망이다. 한은이 5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통화정책 보고서와 총재 발언의 ‘톤’에 시장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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