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이례적인 내부 분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투표권을 가진 12명의 위원 중 4명이 소수 의견을 제시했으며, 이는 1992년 10월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기준금리 3.50~3.75% 동결이라는 결론 자체에는 대다수가 동의했으나, 세부 내용에서 이견이 갈렸다. 트럼프 행정부 경제참모 출신 스티브 마이런 이사는 0.25%포인트 인하를 촉구하며 동결 결정에 반대표를 던졌다. 반면 클리블랜드·미니애폴리스·댈러스 지역 연은을 이끄는 베스 해맥, 닐 카시카리, 로리 로건 세 총재는 다른 방향에서 이의를 제기했다. 금리 동결 자체는 수용하되, 정책결정문에 '추가 조정'이라는 완화 편향적 문구를 유지하는 데 반대한 것이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하 신호를 계속 보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 이 세 위원의 반대 근거로 해석된다. 2024년 9월 금리 인하 사이클 개시 이후 관용적으로 써온 해당 표현의 운명에 관심이 쏠린다.
제롬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문구 변경 가능성을 열어뒀다. 향후 30~60일 사이 벌어지는 상황이 표현의 배경을 크게 바꿀 수 있다고 언급했으며, 변경 시점이 6월 회의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FOMC는 정책결정문을 통해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렸다고 진단하면서, 중동 정세가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이란 무력 충돌로 촉발된 유가 급등과 경기 불안이 금리 동결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JP모건체이스 마이클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회의 전 발간한 전망 보고서에서 연준이 올해 남은 기간 금리를 묶어둘 것으로 예측했다. 더 나아가 내년 3분기에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며, 다음 정책 방향을 인하가 아닌 인상으로 점쳤다.
금융시장은 연준의 결정과 파월 의장 발언을 통화긴축 선호적으로 받아들였다. 시카고상업거래소 페드워치 기준 연말까지 0.25%포인트 이상 금리가 오를 확률은 전날 0%에서 약 12%로 뛰었다. 연내 동결 확률도 80%에서 85%로 높아지며 인하 기대가 사라졌다. 채권시장에서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뉴욕증시 마감 무렵 4.42%를 기록해 전 거래일보다 6bp 올랐으며, 3월 말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편 같은 날 연방 상원 은행위원회는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 후보자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상임위 표결이라는 고비를 넘기면서 워시 후보자는 상원 전체회의 인준을 거쳐 파월 의장 임기가 종료되는 다음 달 15일 이후 연준 수장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이번 회견이 의장 자격으로는 마지막이라고 밝혔으나, 2028년 1월까지인 이사 임기는 채울 계획이라고 전했다.
노스웨스턴 뮤추얼의 브렌트 슈트 최고투자책임자는 이날 드러난 내부 균열에 대해 "연준 개혁에 초점을 맞출 새 의장 취임 이후 유사한 상황이 더 빈번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단기 경제 전망이 극도로 불투명한 현실을 반영한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워시 체제 출범을 코앞에 두고 고유가 충격까지 겹치면서 연준 정책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지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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