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에너지 공급 혼란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국제유가가 하루 만에 6% 넘게 치솟았다.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하며 약 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9일(현지시간)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18.03달러에 거래를 마쳐 전장보다 6.1% 급등했다. 장중 한때 119.76달러까지 올라 2022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을 찍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배럴당 106.88달러로 마감, 전 거래일보다 6.95% 뛰었다.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과 미국 내 원유 재고 급감이 맞물리며 매수세를 자극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포기를 압박하기 위해 장기적인 대이란 해상 봉쇄에 대비하라고 보좌진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정유업계 임원들과 만나 해상 봉쇄가 수개월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공유하며 에너지 시장 파장과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전 개시 이후 이란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했고, 미국은 이에 맞서 이란 관련 선박의 해협 및 인근 해역 출입을 차단하는 해상 봉쇄에 나섰다. 이후 진행된 2차 종전 협상이 무산되면서 양국 간 외교 채널은 사실상 멈춰선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교착 국면이 해소되지 않는 한 공급 차질 우려가 지속되며 유가 상방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 불안은 재고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24일 기준 미국 원유 재고가 4억5천950만 배럴로, 한 주 전보다 620만 배럴 감소했다고 밝혔다. 감소 폭이 시장 전문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WTI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산유국 동향도 주목받고 있다. 전날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를 선언하자 일각에서는 이를 원유 생산 확대 요인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공급 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인베스텍의 캘럼 맥퍼슨 원자재 부문 수석은 “현시점에서 OPEC의 생산 한도가 중동 산유국의 실제 생산을 제약하고 있지는 않다”며 “UAE가 생산량 제한에 불만을 가져왔고 OPEC 탈퇴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 자체는 놀랍지 않지만, 현 지역 정세를 감안하면 탈퇴 시점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원유 수급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외교적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고유가 국면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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