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 따르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다음달 15일 8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하지만, 완전한 퇴장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경력과 조지 H.W. 부시 행정부 재무부 차관직을 거친 파월 의장은 2012년 오바마 대통령 지명으로 연준 이사에 올랐다. 공화당 성향의 그를 2018년 의장직에 앉힌 것은 다름 아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었으며, 2022년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재신임을 받아 4년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임기 마지막 해는 혹독한 시험대가 됐다. 지난해 1월 백악관에 복귀한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금리 인하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당시 기준금리는 4.25~4.50% 수준이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제로금리(0.00~0.25%)로 대량 공급된 유동성이 물가를 자극하자 파월 의장이 5%대까지 급격히 끌어올린 결과였다.
대규모 감세 정책 추진을 위해 국채 이자율 하락이 필요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1%대 금리를 주장하며 노골적 불만을 표출했다. 지난해 5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제롬 투 레이트(너무 늦은) 파월'이라는 조롱 섞인 별명이 처음 등장했고,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라는 원색적 비난까지 쏟아졌다.
물가 안정과 완전 고용이라는 중앙은행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던 파월 의장은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다섯 차례 연속 금리가 동결됐다.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해임 가능성이 공개적으로 시사됐고, 워싱턴 DC 연준 청사 개보수 비용을 빌미로 실력 행사가 감행됐다. 지난해 7월 공사 현장 점검 명목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 청사를 직접 방문한 것은 전례 없는 장면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이 연준 독립성 존중 차원에서 자제해온 행보였기 때문이다. 안전모를 쓰고 파월 의장과 나란히 카메라 앞에 선 그 모습은 금리 인하 압박용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연준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0.25%포인트씩 세 차례 금리를 내렸으나,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었을 뿐 대폭 인하를 원했던 백악관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인사권도 동원됐다. 지난해 8월 초 측근인 스티븐 마이런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이 공석이던 연준 이사직에 임명됐다. 같은 달 말에는 매파 성향의 리사 쿡 이사가 주택담보대출 사기 정황을 이유로 전격 해임 통보를 받았다. 사법적 판단도 내려지기 전이었다. 백악관 참모의 연준 이사 기용과 기존 이사 해임이라는 두 결정 모두 독립성 훼손으로 평가받았다.
쿡 이사 해임은 정당성 결여 비판 속에 소송으로 이어졌고, 현재 대법원 최종 판단만 남은 상태다. 이사직 유지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미 언론 전망이다. 파월 의장은 이 사건의 대법원 공개 변론을 직접 방청하며 "연준 113년 역사상 가장 중요한 법적 사건일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양측 관계는 올해 들어 파국으로 치달았다. 법무부가 청사 개보수 비용 과다지출 의혹으로 파월 의장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그는 지난 1월 11일 "지난해 6월 의회 증언과 관련해 대배심 소환장과 형사 기소 위협을 9일 받았다"고 직접 공개했다.
연준 의장 수사 개시는 사상 초유였고, 영상 성명을 통해 자신의 임명권자를 정면 비판한 것 역시 전례가 없었다. 파월 의장은 "대통령 선호가 아닌 공공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금리를 결정해왔기 때문에 형사 기소 위협이 발생했다"고 직격했다.
이 수사는 후임자인 케빈 워시 후보자의 상원 인준 과정에 걸림돌이 되면서 어정쩡하게 중단됐다. 그러나 연준 수난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되는 것은 피할 수 없게 됐다.
29일(현지시간)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 나선 파월 의장은 연준 독립성이 "위험에 처해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법무부로부터 수사 종결 통보를 받았다면서도 "투명하고 최종적이며 완벽한 종결이 확인될 때까지 이사회를 떠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의장 퇴임 후 이사직 잔여 임기를 포기하는 것이 관행이지만, 그는 최장 2028년 1월까지 연준 이사로 남을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이다. 이는 청사 개보수 비용을 명분으로 가해졌던 행정부 공세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결정으로 풀이된다.
Copyright ⓒ 나남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