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고금리+경기침체'…공실의 늪에 빠진 도심 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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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숙의 집수다] '고금리+경기침체'…공실의 늪에 빠진 도심 상가

연합뉴스 2026-04-30 05:31: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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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 소비 전환, 도심 곳곳이 유령상가…미관 해치고 치안 우려도

상가 경매 물건 역대 최대, 낙찰가율은 '3%'…6억대 감정가 2천만원대 낙찰

재건축은 상가 신축 포기, 신도시도 상업용지 축소…곳곳 '상가 다이어트'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2010년대 패션·화장품 등 대한민국 유행을 주도하던 가로수길 메인 상권은 현재 빈 상가들이 즐비하다.

가로수길은 고즈넉한 화랑거리에서 시작해 디자이너 브랜드와 감성 카페들이 입점하며 상권이 부흥했고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이 몰려들면서 한때 건물주들이 '갑 중의 갑'으로 군림하기도 했다.

그러다 공실이 하나둘 늘기 시작해 현재 가로수길 대로변 메인 상권의 공실은 절반에 가깝다. 거리에는 팝업 수요라도 잡기 위해 보증금 없이 몇 개월 치 임대료만 한꺼번에 받겠다는 '깔세' 안내문도 눈에 띄었다.

20년째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현지의 한 공인중개사는 "과거 학생들에게 장래 꿈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가로수길 건물주'라고 했을 정도로 인기 상권이었고, 임대료든 매매가격이든 건물주가 부르는 게 값이었다"며 "최근 한적한 거리의 빈 상가들을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 2024년 11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지하철 5호선과 9호선 앞에 위치한 대형 상가는 아파트가 입주한 지 1년 반이 됐지만 아직 공실이 많다.

1만2천가구에 달하는 초대형 단지로 인구 3만명 이상의 배후 세대가 뒷받침하고 있지만 상권이 완전히 형성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나마 먼저 임대를 시작한 지하철 5호선쪽 상가는 입점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지만, 지금도 1층은 주로 아파트 입주장을 염두에 둔 중개업소가 다수를 차지한다.

둔촌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로변들의 상가 임대료가 3.3㎡당 70만원까지 갔다가 입주 1년이 지나도 안 나가니 일부는 50만원대으로 낮추기도 하고 위치가 안 좋은 것들은 30만원 중반에도 내놓지만 임대가 잘 안된다"며 "임대료는 높은데 경기가 좋지 않으니 음식점 등 웬만한 업종은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빈 상가가 늘고 있는 강남 가로수길 일대 모습 [촬영 서미숙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빈 상가가 늘고 있는 강남 가로수길 일대 모습 [촬영 서미숙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 고금리·온라인 소비 증가…애물단지된 도심 상가

고금리와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상가 시장이 '공실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도심의 요지는 물론 아파트 상가에도 비어 있는 유령 상가들이 속출하고, 도시 미관까지 저해하고 있다. 빈 상가가 장기 방치되며 치안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상가 시장은 2010년대까지만 해도 수익형 부동산으로 인기를 끌었다.

저금리를 틈타 대출을 받고 상가를 매입해도 임대 놓기가 무섭게 임차인이 채워지며 임대료가 급등했고, 자본이득(시세차익)도 쏠쏠했다.

잘나가던 서울 시내 주요 상권들이 타격을 받은 건 2016∼2017년 사드 사태로 중국 등 외국인 단체 관광이 중단되면서부터다. 이후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며 비대면 소비가 확대되고, 소비의 패턴이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면서 오프라인 상가의 공실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약 136조6천억원 수준이었으나 지난해 거래액은 약 275조원으로 늘어 6년 만에 2배 이상이 됐다.

여기에 2022년부터 본격화된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수익은커녕 대출금 갚기도 어렵게 되면서 상가 시장은 '투자자들의 무덤'이 됐다.

최근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서울 성수동과 한남동,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한 명동 등 일부 상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상가가 공실과의 사투를 벌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형 상가의 공실은 전년 대비 13.8% 늘었고, 소규모 상가는 8.1%, 집합 상가는 10.4%가 각각 증가했다.

강남의 대표 상권이던 가로수길만 해도 2010년대 중후반까지 근린상가 임대료가 3.3㎡당 70만∼80만원, 높은 곳은 100만원에 육박했다. 매매가도 메인 상권의 경우 3.3㎡당 3억원대에 달했다.

그러나 현재 임대료를 최저 20만∼40만원 선까지 낮춰도 찾는 임차인이 없다.

단기에 임대료가 급등하고 젠트리피케이션이 확산하면서 인기 상가들이 성수동·한남동 등 대체 상권으로 빠르게 이동한 탓이다.

신사동의 한 중개법인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소비 패턴이 온라인과 배달 서비스로 전환되면서 '온라인으로 대체가 불가능한 병원과 미용실만 잘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며 "요즘 가장 뜨거운 성수동 역시 연무장길을 중심으로 수입 화장품 등 팝업 전시장과 빵·제과 등 특정 업종에 치중돼 있는데 조금만 벗어나면 일반 음식점들은 영업이 안 될 정도로 경기가 녹록지 않다"고 설명했다.

가로수길의 공실이 장기화하면서 단기 임대 형태인 '깔세'도 등장했다. [촬영 서미숙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가로수길의 공실이 장기화하면서 단기 임대 형태인 '깔세'도 등장했다. [촬영 서미숙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한때 젊은층의 패션 소비를 이끌던 서울 동대문·종로 등 도심의 복합테마상가 시장은 온라인 중심의 소비 트렌드 변화로 직격탄을 맞은 지 오래다.

아파트 단지 내 상가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파주·김포·화성 동탄 등 수도권 2기 신도시 상가는 현재 입주 후 수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공실에 시달리고 있다.

2기 신도시 가운데 알짜 입지로 기대를 모은 위례신도시는 올해 말 트램 개통 호재로 상가 수요가 늘고 있음에도 입주 시작 10년이 된 지금까지 공실이 남아 있다.

남양주 다산·별내 신도시 일대는 상가 건물 전체의 절반이 비어 있거나 1층 도로변 상가조차 '임대' 현수막을 내건 곳이 수두룩하다.

이런 현상은 서울 도심의 재건축·재개발 단지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단지 규모가 1만2천가구에 달하는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이나 3천300가구가 넘는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 등은 "다른 아파트보다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하지만 아직 공실이 적지 않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아파트 단지 내 상가가 고정 배후 수요가 뒷받침되며 안정적인 임대 수입이 가능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임차인 맞추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빈 상가가 늘면서 단지 내 미관을 해치고 집값에 악영향을 줄까봐 걱정할 정도로 애물단지가 됐다"고 말했다.

1만2천가구의 초대형 단지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1만2천가구의 초대형 단지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유령상가 걱정에 재건축 조합 "상가 안 짓는다"…정부도 상가 구조조정 착수

상가 시장의 불황은 경매 시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고금리에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의 폐업이 늘고, 신규 창업은 감소하면서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에 부쳐지는 물건이 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상업·업무시설 경매 진행건수는 총 7만92건으로, 전년(4만9천60건) 대비 2만건 이상(43%) 증가했다. 올해 4월에는 월간 경매 진행건수가 8천252건을 기록하며 경매 통계 조사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상가 경매는 서울에서도 유찰을 거듭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한 대형 상가의 구분상가는 감정가가 6억3천700만원인데 15번이나 유찰되면서 이달 초 16회차 경매에서 2천25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불과 3.5%에 불과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쇼핑몰 상가도 지난 2월 감정가 1천200만원짜리 구분상가가 13회차 경매에서 감정가의 10.8%인 130만원에 낙찰됐다.

최근에는 경매 시장에 흔치 않던 강남 요지의 꼬마빌딩도 자주 입찰장에 등장하고 있다.

법무법인 명도 강은현 경매연구소장은 "상가 투자자들은 대부분 대출을 많이 끼는데 금리가 올라가고 공실이 늘면서 임대수익이 줄어들고,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로 나오는 물건이 늘고 있다"며 "주식시장은 활황이고, 서울 아파트값도 고공행진 중이지만 바닥 경기는 얼어붙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은 공급 축소 등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재건축 단지의 경우 아예 상가를 짓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단지들이 급증하고 있다.

강남구 개포 주공5단지, 대치우성1차, 송파구 잠실동 우성4차 등은 현재 상가를 짓지 않고 상가 조합원에 아파트 일부를 분양하는 방식을 추진 중이다.

과거에는 상가를 높은 값에 분양해 조합 수입으로 활용했지만, 최근엔 유령 상가와 미분양 공포가 커지며 차라리 아파트로 짓는 게 낫다고 보는 것이다.

강남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단지 내 상가 이용 수요가 급감하다 보니 기존 상가 조합원들도 재건축 후 상가를 받기보다는 아파트 분양을 더 선호하고 상가 조합원과의 갈등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며 "경매 등에서 재건축 상가를 매수하는 사람들도 아파트 입주권을 받으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도 '상가 다이어트'에 착수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상가 등 비거주시설 의무 설치 비율을 기존 연면적 20% 이상에서 10% 이상으로 낮췄고 준주거지역에서는 상가 없이 아파트만 짓는 것도 허용했다.

정부는 2기 신도시가 장기간 공실의 늪에 빠진 점을 고려해 3기 신도시의 상업용 비중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공공택지내 미매각 상업용지는 주택용지로 전환해 LH가 자체 시행한다.

서울, 경기도 내 빈 상가나 오피스 등 비(非)주택을 리모델링해 오피스텔 등 준주거 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주택 인허가 물량감소로 공급 부족이 심각한 상태에 놓이자 도심의 빈 상가 등을 활용해 단기에 주택을 대체할 수 있는 주거시설로 공급하면서 상가 공실을 해소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근 LH가 매입약정을 맺거나 직접 상가 등을 매입해 오피스텔·기숙사로 리모델링한 뒤 공공임대주택 2천가구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내수경기가 위축되고 소비 방식이 바뀌면서 부동산 시장의 자금이 토지·상가·빌딩으로 분산되지 않고 아파트에만 쏠리는 초양극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상가 등 공실 해소를 위해 경험·먹거리 등을 결합한 특화상권을 개발하는 등 변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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