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더하기] 시대착오적 의료기사법, 정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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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더하기] 시대착오적 의료기사법, 정비해야

경기일보 2026-04-29 19:51:0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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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 대한물리치료사협회 경기도회장

 

최근 언론은 인공지능(AI) 시대에도 대체되지 않을 유망 직종으로 물리치료사를 꼽는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시대는 ‘뉴노멀’과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요구하며 병원 밖 재활을 강조하고 있지만 낡은 의료기사법과 직역 간 이해관계는 물리치료사를 여전히 과거의 틀에 가두고 있다.

 

가장 먼저 짚어야 할 것은 대한의사협회의 ‘환자 안전’ 논리다. 의협은 물리치료사가 의사의 ‘지도’가 아닌 ‘처방과 의뢰’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경우 환자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실제 임상 현장과 괴리가 있다. 이미 다수의 보건소와 복지관에서 시행되고 있는 지역사회중심재활(CBR) 사업을 통해 물리치료사는 지역사회 기반 재활의 안전성과 전문성을 오랜 기간 축적해 왔다.

 

더욱이 병원 내에서도 치료는 의사의 진단을 기반으로 물리치료실 코드 처방으로 이뤄지고 물리치료사는 환자의 상태를 직접 평가한 후 그에 맞는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지시 수행이 아니라 전문적 판단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도’와 ‘의뢰’라는 표현 차이에 집착하며 제도 변화를 막는 것은 환자 안전을 위한 논의라기보다 구조적 이해관계에 따른 저항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문제의 본질은 ‘안전’이 아니라 ‘구조’에 있다. 특히 최근 논의되고 있는 도수치료 관리급여 문제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동안 높은 도수치료 비용이 문제로 지적돼 왔지만 실제 현장에서 치료를 수행하는 물리치료사에게 그 가치가 정당하게 반영되기보다 병원 수익 구조 안에서 활용된 측면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리급여 논의는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기보다 가격 통제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실제 치료 제공 주체인 물리치료사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당사자가 배제된 상태에서 이뤄진 결정은 결국 또 다른 왜곡을 낳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는 분명한 결과로 이어진다. 낮게 책정된 수가로는 숙련된 물리치료사의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고 이는 개원가에서 물리치료사의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리치료사의 감소는 곧 재활 서비스 접근성 저하로 이어지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간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된 의료기사법 개정안이 충분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지연되고 있는 현실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 이는 단순한 법안 논의를 넘어 국민의 재활 접근성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보다 책임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의 요구는 새로운 권한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1964년 ‘의료보조원법 시행령’에는 물리치료 업무가 ‘지시 또는 의뢰’에 의해 이뤄지도록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1972년 의료기사법 개정 과정에서 ‘의뢰’는 삭제되고 ‘지도’ 중심 체계로 변화했다. 이 변화는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물리치료사의 역할을 제한하는 제도적 장벽으로 남아 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이번 의료기사법 개정안은 물리치료사들을 단독개설 주체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의사의 진단과 처방이라는 체계 안에서 물리치료사가 환자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을 열어 달라는 것이다. 특히 거동이 어려운 환자를 위한 방문 재활 서비스는 고령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직역이 아니라 국민이다. 병원의 문턱을 넘지 못해 재활의 적기를 놓치는 환자가 더 이상 발생해서는 안 된다. 물리치료의 전문성이 필요한 곳에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제도를 현실에 맞게 정비하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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