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원 '통고제도·약물 남용 의혹' 제보한 노조 간부에 파면 징계
노조 "아동 보호 차원 공익제보" vs 사측 "비밀유지 위반·사생활 침해"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울산 소재 전국 최대 규모 아동양육시설이 시설 내 의혹을 언론에 알린 직원을 해고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노조는 부당노동행위와 직장 내 괴롭힘이라며 노동 당국에 진정을 냈고, 양육원 측은 비밀을 유출해 시설에 피해를 줬다며 형사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하는 등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29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울산 울주군 소재 A양육원은 정원 150명 규모로 전국 최대, 울산 유일 아동양육시설이다.
보건복지부 '2025 아동복지시설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아동 106명이 이곳에 거주한다.
A양육원은 지난 20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생활지도원 B씨를 파면했다.
민주노총 전국돌봄서비스노조 간부인 B씨는 지난해 1월, 시설 측이 보호 아동들을 통제하기 위해 소년통고제도와 ADHD 약물을 남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언론에 제보한 인물이다.
양육원 측은 징계처분 이유서에 B씨가 언론 제보 과정에서 아동들의 병원 치료 기록과 투약 현황 등 민감한 정보를 외부로 유출해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적시했다.
비밀유지 서약 위반, 허위·미확인 정보 전달, 기관 신뢰 훼손, 업무지시 불이행, 반복된 규정 위반 등도 징계 사유에 포함됐다.
사건은 지난해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노조의 A양육원 분회장이던 B씨는 조합원인 양육원 직원들로부터 통고제도와 ADHD 아동 돌봄에 대한 여러 건의 고충 민원을 접수했다.
이후 그는 양육원 측이 보호아동들을 상대로 통고처분제도와 ADHD 치료 약물을 남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일부 언론에 제보했다.
양육원 측은 제보 약 1년여 만인 올해 3월부터 B씨에게 언론 보도와 관련한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했고, 약 한 달만인 이달 20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B씨 파면을 결정했다.
노조는 이날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징계가 단체협약을 위반한 보복성 조치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노사 단체협약상 징계 사유 발생일부터 1년이 지난 사안에 대해 징계위원회를 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노조는 징계위 개최를 거부했으나 사측이 이를 강행했고 끝내 B씨를 해고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B씨는 15년간 성실히 근무하며 아이들로부터 '엄마'라고 불리고, 내년 6월이면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며 "공익제보를 이유로 종사자를 해고하는 A양육원이 아동 인권을 보호하는 시설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발언에 나선 B씨도 "아동 권리와 인권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을 바라며 공익제보를 했는데 파면이라는 말도 안 되는 처분을 받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연대발언에 나선 조창민 민주노총 울산본부 수석부지부장은 "공익제보가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탄압의 대상이 되고 있다면 그 사회는 기본적 안전장치가 무너진 것"이라고 규탄했다.
이에 대해 양육원 측은 이번 징계가 법률 자문을 거친 적법한 절차였다고 반박했다.
징계 시효 논란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단체협약상 징계 시효의 기산점은 행위 발생일이 아니라 해당 행위를 구체적으로 인지한 날로부터 시작된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며 "지난해 보도 당시에는 제보자를 특정할 물증이 없었으나, 지난해 12월 말 내부 제보를 통해 B씨 행위를 인지하게 된 것이므로 징계는 유효하다"고 주장했다.
공익제보자에 대해 불이익을 줬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아동의 병명과 투약 현황 등은 극히 민감한 개인정보"라며 "이런 정보를 승인 없이 외부에 발설한 행위를 공익제보로 인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아동에 대한 심각한 사생활 침해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B씨가 과거 아동학대 관련 문제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적 있는 점, 아동보호시설 종사자로서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한 점 등을 종합하면 신뢰 관계가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파탄 났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제기된 통고처분과 ADHD 약물 남용 의혹에 대해서는 "이미 울산시청 지도 점검을 거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해명했다.
A양육원은 B씨를 포함한 노조 간부 2명을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하고 3천여만원 규모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노조는 고용노동부에 부당노동행위와 직장 내 괴롭힘 진정서를 접수하는 한편, 지난 24일부터 부당해고 철회를 촉구하는 출근길 선전전을 양육원 앞에서 이어가고 있다.
jjang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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