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과 부마민주항쟁 정신을 헌법에 새기는 개헌안 표결이 일주일 여 앞으로 다가왔다. 무려 39년 만의 헌법 개정으로 다음달 7일 국회 기명 투표를 앞두고 있다.
개헌을 앞장서서 추진 중인 우원식 국회의장은 기자회견과 연석회의를 열고 국민의힘이 당론을 접고 의원들 자율에 맡겨 투표장으로 나올 것을 촉구하며 총력전을 벌이고 있으며 시민단체들도 나서 표결을 통한 헌법 개정을 압박했다.
6·3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 출마를 위해 민주당 8명, 국민의힘 1명 등 현역의원 9명이 사퇴할 경우 개헌안 투표 당일 재적 의원은 286명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중 191명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구속된 무소속 강선우 의원을 제외하면 국민의힘에서 12명의 이탈표가 필요하다.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치르기 위해 필요한 본회의 가결 시한은 다음달 7일이다. 현재 국민의힘이 '개헌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데다 기명 투표인 만큼 당 소속 의원으로서 당의 결정에 공개적인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결국 국민의힘 내에서 당론을 벗어나 소신 있는 결단을 내리는 인원이 12명 이상이 될 수 있느냐에 따라 개헌 투표의 성패가 달렸다.
개헌안 5월7일 표결 예정…국힘 당론으로 개헌 반대
191표 찬성 의견 필요, 국힘서 12표 이탈표 나와야
개헌안 통과를 위해선 재적의원 3분의 2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개헌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선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르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 따라 우 의장은 동시 투표를 촉구하고 있으며 표결 이후 절차를 고려한다면 5월7일이 마지막 시한이다.
지방선거 광역단체장 선거 출마를 위해 민주당 8명, 국민의힘 1명 등 현역의원 9명이 사퇴할 경우 개헌안 투표 당일 재적 의원은 286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의결정족수는 191명으로, 구속된 무소속 강선우 의원을 제외하면 국민의힘 의원 중 12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개헌안이 통과될 수 있다. 개헌안 통과를 위해선 12명의 이탈표 또는 소신표가 필요하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반대 당론을 고수하고 있다.
개헌안에는 대통령의 계엄과 관련한 국회의 승인·해제 등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계엄 선포 즉시 국회의 사후 승인이 요구되며, 계엄 승인이 부결되거나 계엄 선포 이후 48시간 이내 승인이 이뤄지지 않으면 계엄은 즉시 무효화되는 조항을 추가했다.
또 국회의 계엄 해제 이후에도 계엄 효력이 증시 상실되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우리나라 법체계의 최상위에 해당하는 '헌법 개정'을 정치적 논리로 개정하는 구상은 '누더기 개헌', '포퓰리즘 개헌'이라고 맞서면서 여야 합의를 거쳐 선거 이후에 실시하자며 반대 당론을 꺾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개헌이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를 들며 지방선거 전 개헌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우원식 "개헌, 국힘이 '내란 프레임'서 빠져나오는 길"
"지선·개헌 동시투표하면 투표율 올라 야당에 도움"
우 의장은 개헌을 통해 국민의힘이 내란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개헌 반대 당론을 해제해 줄 것을 촉구했다.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의 영향을 이유로 반대 당론을 채택한 것에 대해서도 오히려 동시 투표로 하면 투표율이 올라 야당인 국민의힘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설득에 나서는 한편 당론 반대 채택으로 인해 개헌이 무산된다면 그 책임은 국민의힘에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냈다.
우 의장은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을 향해 "개헌이 무산된다면, 모든 책임 역시 국민의힘이 져야 할 것"이라며 "당론으로 막는 이유에 대해 혹자는 개헌을 가장 싫어할 세력이 '윤어게인'이 아닌가 반문한다. 아직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어게인에 묶여있다는 지적도 있다. 장동혁 대표님, 정말 그런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개헌은 찬성하되 6·3 지방선거와 동시 투표는 안 된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서도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규정했으며, 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의 연임 또는 중임을 위한 개헌이라 주장하는 것을 두고도 "정직하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28일 열린 6개 정당 3차 연석회의에서도 우 의장은 "개헌에 동참하는 것은 과거의 잘못을 넘어서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고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이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프레임을 벗어나서 건강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압박을 이어갔다.
우 의장은 2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에서도 "국민의힘에서 개헌 반대 당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며 "개별 의원들을 보면 '개헌에 반대할 이유가 없는데 당론으로 묶고 있기 때문에 부담스럽다'는 얘기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김종배의>
그는 "국민의힘의 반대 당론만 풀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39년 동안 개헌을 못해 정말 낡은 헌법이다. 사회 변화에 맞춰 국민의 기본권을 올리는 개헌의 문을 여는 개헌"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이 개헌안을 추진하면 보수 진영 내 기권층을 자극해 6·3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오히려 올라갈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우 의장은 "국민의힘은 이미 내란 프레임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지방선거가 어렵다. 불법 비상계엄은 꿈도 못 꾸는 개헌을 해 프레임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건전한 보수의 길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당론 반대를 철회하기 위해 장동혁 대표와의 만남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 의장은 장 대표의 8박 10일 미국 출장 전 만나 설득을 했었다며 "당시 장 대표가 개헌 문제는 국민 관심사에서 조금 떨어져 있고 추상적인 면도 있어 지방선거와 같이 하자고 하는 것에 동의했다"면서도 다만 "왜 이렇게 졸속으로 하냐. 왜 지방선거와 같이 하느냐는 얘도 반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 7일까지 열흘 가까이 남았기 때문에 장 대표를 지금 만나자고 더 얘기하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당론 반대 철회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시민사회 "부마항쟁과 5·18, 헌법에 수록하라" 압박
시민단체도 국민의힘을 향해 표결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며 5·18민주화운동과 부마민주항쟁 정신을 헌법에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마민주항쟁헌법전문수록범시민추진위원회와 5·18정신헌법전문수록국민추진위원회, 시민개헌넷을 비롯해 광주·전남·전북·부산·울산·경남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들은 39년간 유지된 현행 헌법 체제를 비판하며 개헌안의 국회 통과를 요구하는 '개헌촉구 결의대회'를 28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열었다.
신극정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헌법 전문 수록은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시민들의 뜻을 국가가 공식적으로 계승하겠다는 약속이며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정치권을 향해 "양심에 따라 개헌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강기정 광주시장은 국민의힘을 향해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나라를 구했듯 12명의 의로운 국회의원의 동참을 바라고 있다. 국회에서 딱 12명의 국회의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내란 지도부에 의해 당론이 결정되고 헌법 개헌 진행을 막고 있다. 의로운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로운 길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개헌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힘을 향한 비판도 나왔다.
박상도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이사장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이룩하기 위한 기본을 반대한다는 것은 국회의원의 자격이 없다는 것"이라며 "각자의 의사를 국민을 대표해 행사할 수 있을 때 민주주의가 성립된다"며 당의 지시가 아닌 국회의원 개인의 의사로 표결에 동참해줄 것을 요구했다.
野 "졸속개헌에 반대…개헌 '정치공세' 삼지 말라"
반면 국민의힘은 개헌을 정치 공세로 삼지 말라고 경고하며 학계와 시민사회의 종합적 논의를 거쳐 개정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이후 논의할 것을 주장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8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우 의장이 개헌 반대 당론을 비판한 것에 대해 "우리 당 국회의원들이 마치 당론 때문에 개인의 양심과 소신을 꺾는 것처럼 왜곡하는 언행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유감을 표했다.
송 원내대표는 "입법부 수장으로서 발언의 품격을 지켜달라. 당론은 당 소속 의원 전원의 총의를 모아 결정하는 것"이라며 "헌법은 전문, 본문, 부칙까지 유기적으로 짜인 하나의 시스템이다. 한 번 고칠 때 종합 논의를 거쳐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밀어붙이는 형국이 아닌 토론과 학계와 시민사회 등의 의견 조율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우리 당 의원들에게 사과하길 바란다. 국가 중대사인 개헌을 선거 전략 차원에서 야당에 대한 정치공세의 소재로 활용하면 안 된다"며 "누차 말씀드렸듯이 우리 당은 개헌 내용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선거용 졸속 개헌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대로 된 개헌, 헌법 전문에 담을 내용에 대한 토론, 학계·시민사회 참여, 여야 합의에 따른 개헌, 선거 없을 때 추진 등 개헌 5대 원칙을 제시하며 "선거를 앞두고 졸속으로 추진하면 안 된다. 선거용 졸속 개헌 선례를 만들면 앞으로 선거 때마다 선거를 겨냥한 개헌 포퓰리즘 공약이 범람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6월 지방선거 이후 22대 국회 후반기에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헌법 전문을 포함한 종합적 개헌안을 마련하자는 입장을 제시하며 개헌 반대 당론을 굽히지 않았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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