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 따르면 구글 딥마인드의 수장 데미스 허사비스가 29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을 찾아 '알파고 10년, 위대한 동행'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기원과 공동으로 마련된 이번 자리에서 그는 "다시 서울 땅을 밟게 되어 감회가 남다르다"고 소감을 밝혔다.
10년 전 이세돌 9단과 알파고 사이에서 벌어진 세기의 대결을 회상하며, 허사비스는 "그 대국이야말로 현대 인공지능 시대의 문을 열어젖힌 순간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당시 세계 최정상급 기사를 4승 1패로 꺾어버린 알파고의 등장은 전 세계에 충격파를 안겼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재학 시절 바둑과 처음 인연을 맺어 깊이 빠져들었다는 그는 "알파고에게 바둑을 학습시키는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았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얻은 통찰이 과학과 의료 분야로 인공지능 기술을 확장하는 발판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세계 바둑 랭킹 정상에 오른 신진서 9단과의 합동 인터뷰에서는 역사적 대국의 명장면들이 새롭게 조명됐다. 2국에서 알파고가 착점한 37수에 대해 신진서는 "1국에서 이미 알파고의 위력에 경악한 상태였는데, 그 수는 상상을 초월하는 창의성의 결정체였다"고 평가했다. 5선에서 상대 돌의 어깨를 짚으며 중앙 세력을 확장한 이 한 수는 기존 인간 바둑의 정석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던 파격이었다.
허사비스는 "인공지능이 기존에 없던 참신한 발상을 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창의적이라 부를 만하다"며 "바로 그 37수가 그런 가능성에 불씨를 지폈다"고 회고했다. 이어 "질병 퇴치나 신약 창출 같은 영역에서도 이러한 돌파구가 열리길 바랐다"며 "암, 심장 질환 치료는 물론 에너지 문제와 환경 이슈에까지 인공지능이 기여하는 미래를 그린다"고 덧붙였다.
유일하게 이세돌이 승리를 거머쥔 4국의 78수도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됐다. 신진서는 "인공지능의 연산 바깥에 존재하는 인간 고유의 묘수"라고 표현하며 "완벽하게 성립하는 수는 아니었으나, 인공지능에게도 빈틈이 있음을 일깨워준 한 점이었다"고 평했다. 중앙 격전지에서 알파고의 흑돌 사이를 파고든 이 수에 알파고는 오류를 일으키며 연속 실착 끝에 처음으로 패배를 인정했다.
허사비스는 "신 9단의 해석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78수야말로 '신의 한 수'라 부를 만하다. 당시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인터뷰에 앞서 두 사람은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10여 분간 실제 대국을 펼치기도 했다. 시간 제약으로 끝까지 진행하지는 못했으나, 신진서는 "'알파고의 아버지'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인공지능을 연상시키는 기풍이 느껴졌다"며 "잠깐 한눈을 판 사이 프로 기사와 두고 있나 싶었다"고 허사비스의 실력을 치켜세웠다.
허사비스는 "더없이 영광스러운 경험이었다"며 "압도적인 파워가 전해져 두려울 정도였다. 알파고의 조력이 절실하다고 느꼈다"고 웃음 섞인 소감을 전했다.
인공지능 기술을 현실 세계로 끌어낸 장본인인 그는 향후 10년을 전망하며 "의학계에서 획기적인 진전이 이뤄지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암 등 난치병 치료제 개발이 가시화되고 로봇 산업도 비약적으로 성장할 텐데, 그 중심에 한국이 자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았다.
행사 막바지에 한국기원은 허사비스에게 아마추어 7단 인증서를 전달하며 그의 바둑 사랑에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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