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미성년자 카드 발급 규제를 완화하면서 카드업계의 경쟁 구도가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다. 결제 편의성 확대라는 표면적 변화와 달리, 업계에서는 고객 확보 시점이 초등학생 단계까지 앞당겨졌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하고, 후불교통 기능이 없는 체크카드 발급 가능 연령을 기존 만 12세 이상에서 만 7세 이상으로 낮췄다. 개정안은 5월 4일 공포 즉시 시행된다.
이번 조치로 초등학교 입학 시점부터 본인 명의 체크카드 발급이 가능해지면서, 미성년자 금융 이용 환경은 크게 변화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엄카(부모 카드 사용)' 관행을 줄이고 거래 투명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카드업계의 해석은 다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결제 편의성이 확대되는 문제가 아니라 고객을 언제부터 확보하느냐의 경쟁으로 봐야 한다"며 "고객 접점이 초등학생 단계까지 내려온 것이 핵심 변화"라고 말했다.
카드업계가 이번 제도 변화를 주목하는 배경에는 수익 구조 변화가 있다. 가맹점 수수료 지속 인하와 각종 규제로 전통적인 결제 사업 수익성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주요 카드사들은 결제 자체보다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장기 수익 창출 구조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소위 저마다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데이터 플랫폼 회사를 지향한다.
이 같은 환경에서 어린 연령대 고객 확보는 단순한 신규 회원 유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초등학생 시점부터 결제 이력이 쌓일 경우 소비 패턴, 지출 성향, 금융 이용 습관 등이 장기간 축적되며, 이는 향후 신용카드, 대출, 플랫폼 금융 서비스로 확장 가능한 핵심 데이터 자산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첫 카드 발급 시점이 주로 20대 초반에 형성되면서 금융사 간 경쟁도 해당 시기에 집중됐지만, 이번 규제 완화로 경쟁 출발선 자체가 크게 앞당겨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미래 고객 선점 경쟁의 시계가 당겨진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용돈 관리, 소비 내역 공유, 부모 연동 기능 등 미성년자 특화 서비스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단순 결제 기능을 넘어 고객을 장기간 묶어 두는 '생활 금융 플랫폼'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카드를 얼마나 많이 쓰게 하느냐보다 얼마나 오래 관계를 유지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어린 연령부터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규제 완화는 결제 편의성 확대를 넘어, 금융사가 고객을 얼마나 이른 시점에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를 둘러싼 경쟁을 본격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연호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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