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수익성이 낮은 가전 라인을 정리하고 영업 조직 전반을 개편하는 등 가전 사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착수했다. 중국 가전업체의 무서운 추격과 물류비·부품가 상승이라는 '복합 위기' 속에서, 더 이상 직접 생산과 전방위 공략 방식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절박한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저수익 라인 걷어내고 'AI · 공조 · 구독'으로 승부수
지난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생활가전(DA)사업부는 최근 임직원 대상 경영설명회를 열고 사업 구조 혁신안을 공유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다. 식기세척기, 전자레인지 등 수익성이 낮은 중소형 제품군은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나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의 외주 생산으로 과감히 전환한다. 1989년 설립되어 핵심 거점 역할을 해온 말레이시아 공장 역시 효율화를 위해 폐쇄 수순을 밟는다.
대신 삼성은 기술 격차를 확보한 비스포크 시리즈 등 대형 프리미엄 가전 생산에 역량을 모으기로 했다. 미래 먹거리로는 인공지능(AI) 가전과 글로벌 냉난방공조(HVAC), 가전 구독 서비스를 낙점했다. 특히 지난해 인수한 독일 플랙트그룹을 통해 고성장이 예상되는 중앙공조 시장을 공략하고, AI 데이터센터용 액체냉각 솔루션 등 차세대 기술 확보에 전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새로운 수익 모델로 떠오른 가전 구독 서비스 역시 국내 성공 사례를 발판 삼아 북미와 유럽 등 해외 시장 진출을 서두를 계획이다. 김철기 DA사업부장은 이를 "사업 구조 혁신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 정의했다.
중국 철수설과 한국총괄 경영진단… "영업 현장까지 수술대"
이번 혁신은 생산 부문을 넘어 판매와 영업 현장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부터 국내 가전과 스마트폰 판매를 전담하는 한국총괄에 대한 경영진단에 돌입했다. 이번 진단은 사업지원실이 아닌 디바이스경험(DX)부문 경영진단팀이 주도하며,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영업 조직의 비용 구조를 뿌리부터 재설계할 것으로 관측된다.
해외 시장의 과감한 정리도 병행된다. 삼성은 경쟁 심화로 입지가 좁아진 중국 가전·TV 시장에서의 철수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TCL(13%)과 하이센스(12%) 등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삼성(15%)의 턱밑까지 추격한 상황에서, 수익성이 낮은 시장은 과감히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슬로바키아 TV 공장 폐쇄 등 유럽 거점 정비에 이어 중국 내 판매 중단 여부도 조만간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 가전 사업이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수천억 원대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내다보며, 이번 구조 개편의 성공 여부가 삼성 가전 재도약의 핵심 분수령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폴리뉴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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