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테이블 위에는 대개 두 가지 색이 공존한다. 선명한 초록빛 소주병과 짙은 갈색 맥주병. 수십 년간 한국인의 식탁을 지켜온 이 두 가지 색은 너무나 익숙해서 의문을 품기 쉽지 않다. 대체 왜 소주병은 대부분은 초록색이고, 맥주병은 갈색이어야 할까. 두 병 색깔의 배경에 대해 알아보자.
AI가 생성한 소주와 맥주 자료사진. / 위키트리
맥주병이 갈색인 건 '과학'에서 출발한다
맥주병의 경우 맥주의 핵심 재료인 '홉(Hop)'에 그 답이 있다. 홉은 맥주 특유의 쌉쌀한 향과 쓴맛을 내는 성분인데, 자외선에 취약한 물질이다. 홉 성분이 자외선에 노출되면 분자 구조가 변형되고, 이 과정에서 불쾌한 냄새와 이상한 맛이 생성된다. 업계에서는 이 현상을 '일광취'라고 부른다.
유리는 자외선 투과를 어느 정도 막아주기는 하지만 완벽하지 않다. 특히 투명 유리병에 맥주를 담으면 자외선의 일부가 그대로 내용물을 관통할 수 있다. 이때 갈색 유리는 자외선을 상당 부분을 흡수·차단하는 특성이 있어, 맥주 내부의 홉 성분을 보호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비단 맥주병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화학 약품을 담는 용기가 대부분 갈색인 것도 같은 이유다. 빛에 민감한 물질일수록 갈색 용기에 보관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물론 요즘은 갈색병이 아닌 맥주들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자외선 투과율을 낮출 수 있도록 병에 특수 화학 처리를 하거나 빛에 강한 효모를 사용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맥주 자료사진. 맥주의 갈색병은 자외선 차단에 효과를 보여 내부 성분을 보호할 수 있다. / 뉴스1
소주병이 초록색인 건 '마케팅'에서 시작됐다
소주는 특정 색의 병을 써야 할 이유가 없다. 오랫동안 소주는 투명하거나 옅은 푸른빛을 띤 유리병에 담겨 판매됐다. 초록색 병이 소주의 표준처럼 자리매김한 것은 한 기업의 마케팅 전략에서 비롯된 일이다.
때는 1994년이다. 두산그룹은 1993년 강원도의 지역 주류업체 경월을 인수해 두산경월이라는 회사를 출범시켰다. 두산경월은 이듬해인 1994년 1월 야심작을 들고 나온다. 바로 선명한 녹색 병에 담긴 '그린소주'였다. '깨끗하고 부드럽다'는 이미지를 녹색으로 시각화한 이 제품은 시장에 나오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당시 업계 1위이던 진로 소주의 점유율을 위협할 만큼의 돌풍이었다고 한다.
경쟁사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시장 1위 진로도 이후 자사 제품을 '참이슬'로 리브랜딩하면서 병 색깔을 초록색으로 교체했다. 나머지 소주업체들도 앞다퉈 초록색 병을 채택했고, 1990년대 중후반을 거치면서 초록색은 한국 소주병의 사실상 표준색이 됐다. 두산경월의 그린소주는 이후 롯데에 인수되는 과정을 거쳐 오늘날 '처음처럼'의 전신이 됐다.
물론 이제는 다른 색상이나 투명병 등에 담긴 소주도 대중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초록색 병의 절대적 위상이 사라지고 있는 편이다. 2019년 하이트진로가 1970~80년대 옛 진로 소주병 디자인을 복원한 '진로이즈백'을 출시하면서 연한 하늘빛의 투명 비표준용기(이형병)가 등장했고, 출시 7개월 만에 누적 1억 병 판매를 돌파하는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소주 자료사진. / 뉴스1
주류 시장의 이변…젊은 세대가 술을 끊고 있다
이 가운데 점차 젊은층 사이에서 술 마시는 문화가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과거 한국의 술 문화는 집단주의적 성격이 강했다. 회식 자리에서 상사가 따라주는 술을 거절하기 어려웠고, 2차·3차로 이어지는 음주 문화가 직장 생활의 일부였다. 그러나 지금의 20·30대는 다르다.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즉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트렌드가 젊은 세대에 깊이 자리 잡으면서 음주 자체를 선택하지 않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실제로 국세청의 국내 주류 출고량 현황을 보면 2024년에 315만 1371㎘를 기록했으며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6년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이러한 변화의 요인으로는 운동, 수면, 식단 관리를 우선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이 확산되면서 술자리 자체를 기피하는 문화가 형성된 것이 지목된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와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줄어든 회식 자리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주류업계는 생존을 위한 변신에 나서고 있다. 도수를 낮춘 저도주, 설탕을 없앤 제로 슈거 소주, 알코올이 전혀 없는 비알코올 맥주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병 디자인도 젊은 감성에 맞춰 다양한 색상과 형태로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AI가 생성한 자료사진.국세청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주류 출고량은 315만 1371㎘를 기록했으며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6년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운동, 수면, 식단 관리를 우선시하는 라이프스타일과 줄어든 단체 회식 자리 등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술, 즐기되 조심해야 할 것들
음주를 선택했다면 알아두면 좋을 상식이 있다. 술은 적당량을 즐길 때 사회적 유대감을 높이는 긍정적 기능도 하지만, 과음은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친다.
따라서 음주 중에는 몇 가지 습관이 특히 중요하다. 첫째, 빈속에 마시지 않는다. 공복 상태에서는 알코올이 혈중으로 훨씬 빠르게 흡수돼 취기가 급격히 오른다. 단백질과 지방이 포함된 안주를 함께 먹으면 알코올 흡수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된다고 한다. 둘째, 물을 자주 마신다. 알코올은 이뇨 작용을 촉진해 몸속 수분을 빠르게 빼앗는다. 음주 중간중간 물을 마시면 탈수를 예방하고 다음 날 숙취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셋째, 음주 후 바로 잠드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알코올이 완전히 대사되지 않은 상태에서 잠들면 수면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아울러 술 보관에도 작은 요령이 있다. 개봉하지 않은 술이라도 보관 환경에 따라 맛의 인상이 달라질 수 있다. 맥주는 직사광선을 피하고 서늘한 곳에 두는 것이 기본으로 꼽힌다. 특히 빛과 열에 오래 노출되면 풍미 저하 가능성이 커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소주 역시 일정한 온도에서 보관하는 편이 좋다. 개봉한 술은 가급적 오래 두지 말고 빠르게 마시는 것이 권장된다. 잔에 따를 때 한 번에 과음하기보다 천천히 마시며 자신의 주량을 살피는 태도도 중요하다.
숙취 해결에는...
술 마신 다음 날 찾아오는 숙취 해결을 위한 노하우를 알아두는 것도 필요하다.
수분 보충이 가장 우선이다.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체내 수분이 크게 손실되므로, 일어나는 즉시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좋다. 이온 음료도 전해질 보충에 효과적이다.
꿀물은 민간요법이지만 어느 정도 근거가 있다. 꿀에 포함된 과당이 알코올 대사를 도울 수 있다.
콩나물국 역시 한국의 전통적인 해장국으로 오랜 사랑을 받아왔다. 북엇국도 대표적인 해장 음식이다. 특히 북어에는 메티오닌 등 아미노산이 풍부해 간의 보호 작용을 돕는다.
토마토 주스도 주목할 만하다. 토마토에 풍부한 라이코펜 성분 등이 숙취 해소를 돕고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충분한 휴식을 취해주는 것이 몸 건강을 위해 유익하다. 또한 몸의 회복을 위해 과식하거나 과도한 카페인을 섭취하기보다 부담 없는 음식으로 속을 달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편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가벼운 산책이나 스트레칭으로 몸을 천천히 깨우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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