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1분기 확정실적을 통해 경기 둔화와 관세 부담, 원가 상승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체질 개선의 성과를 증명했다. 연결기준 매출액은 23조 7,27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늘었고, 영업이익은 1조 6,737억 원으로 32.9% 증가했다. 매출은 역대 1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단순히 분기 실적이 좋았다는 의미를 넘어, LG전자의 수익 구조가 과거의 전통 가전·TV 중심에서 B2B, 플랫폼, 구독, 전장 등 반복성과 안정성을 갖춘 사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번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생활가전 HS사업본부와 전장 VS사업본부의 합산 매출이 처음으로 분기 10조 원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이는 LG전자의 양대 성장축이 '가정 안의 프리미엄 가전'과 '차량 안의 전장 솔루션'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활가전은 여전히 LG전자의 대표 수익원으로서 견고한 이익을 내고 있고, 전장은 오랜 투자 끝에 본격적인 캐시카우 후보로 부상했다. 특히 VS사업본부가 매출 3조 644억 원, 영업이익 2,116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영업이익률도 본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6%를 크게 넘어선 것은 상징성이 크다. 전장 사업이 더 이상 미래 기대감에 머무는 사업이 아니라, 실제 이익을 만들어내는 사업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의미다.
생활가전 사업도 여전히 강했다. HS사업본부는 매출 6조 9,431억 원, 영업이익 5,697억 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미국 관세 영향에도 8.2%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했다는 점은 프리미엄 제품 경쟁력과 비용 관리 능력이 동시에 작동했다는 뜻이다. 특히 LG전자는 프리미엄 시장만 고집하지 않고 볼륨존 제품, 온라인 판매, 가전 구독을 함께 키우며 시장 수요 변화에 대응했다. 이는 경기 상황에 따라 고가 제품 수요가 흔들리더라도 매출 기반을 넓힐 수 있는 전략이다.
TV를 담당하는 MS사업본부의 반등도 이번 실적의 중요한 축이다. MS사업본부는 매출 5조 1,694억 원, 영업이익 3,718억 원을 기록했다. 프리미엄 TV 판매 호조와 webOS 플랫폼 사업 성장, 마케팅비 효율화, 고정비 절감이 함께 작용하면서 전분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TV 사업의 의미가 단순 하드웨어 판매에서 플랫폼 수익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webOS는 TV 판매 이후에도 콘텐츠, 광고, 파트너십을 통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이다. 이는 TV 시장의 성장 정체를 보완할 수 있는 전략적 자산으로 볼 수 있다.
B2B 사업의 비중 확대도 LG전자의 체질 변화를 보여준다. 1분기 B2B 매출은 6조 5,000억 원으로 전사 매출의 36%를 차지했다. 전분기 대비 19%,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했다. B2B는 소비 경기 변동에 민감한 B2C보다 상대적으로 장기 계약과 반복 매출 구조를 만들기 쉽다. 전장, 냉난방공조, 상업용 디스플레이, 에너지 솔루션 등이 확대될수록 LG전자의 실적 안정성은 높아질 수 있다. 여기에 제품과 서비스를 포함한 구독사업 매출도 6,4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늘었다. 이는 판매 한 번으로 끝나는 구조에서 벗어나 고객과 장기간 연결되는 수익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모든 사업이 순항한 것은 아니다. ES사업본부는 매출 2조 8,223억 원, 영업이익 2,485억 원을 기록했지만, 중동 지역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핵심 인력 확충에 따른 비용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이 줄었다. 그러나 이 부문 역시 중장기적으로는 성장성이 크다. 북미 유니터리, 유럽 히트펌프, 설치·운영·유지보수 등 Non-HW 사업, AIDC 냉각솔루션 등은 에너지 효율과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 흐름과 맞물려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냉각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액체냉각 등 차세대 솔루션으로 라인업을 넓히는 전략은 향후 LG전자의 새로운 B2B 성장 축이 될 수 있다.
결국 이번 1분기 실적의 본질은 LG전자가 어려운 대외 환경 속에서도 '버티는 실적'을 넘어 '구조적으로 좋아지는 실적'을 냈다는 데 있다. 생활가전은 프리미엄과 구독을 통해 수익성을 지키고, TV는 플랫폼 사업으로 하드웨어 한계를 보완하고 있으며, 전장은 본격적인 이익 기여 단계에 들어섰다. 여기에 B2B와 Non-HW 사업이 확대되면서 전사 포트폴리오의 안정성도 높아지고 있다.
2분기 이후 관전 포인트는 이 같은 흐름이 일회성 호실적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성장 구조로 굳어질 수 있느냐다. 미국 관세, 원자재 가격, 글로벌 소비 둔화, 지역별 수요 편차는 여전히 부담 요인이다. 그러나 LG전자가 공급망 최적화, 원가 경쟁력 강화, 글로벌 사우스 공략, 플랫폼 파트너십 확대, 전장 고객 기반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이번 실적은 LG전자가 더 이상 전통적인 가전 제조사에 머물지 않고, 하드웨어·서비스·플랫폼·B2B를 결합한 복합 수익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분기였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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