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박정현 기자 | 법원의 넷플릭스 법인세 취소 판결이 국내에서 유사한 사업 구조를 취해온 글로벌 플랫폼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8일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나진이 부장판사)는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종로세무서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등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넷플릭스가 취소를 청구한 762억원 중 687억원에 대한 과세 처분을 취소했다.
앞서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통해 추징한 800억원 규모 세금의 대부분이 사실상 무효 처리된 셈이다. 외국계 기업들이 해외에 고정사업장을 두고 매출을 올리고 국내에서는 제한적인 세금만 부담해온 가운데 이번 판결이 이러한 과세 구조를 더욱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5년 이어진 소송전, 넷플릭스 '승소'
지난 2021년 국세청은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가 네덜란드 법인에 지급한 금액을 ‘콘텐츠 저작권 사용료’로 보고 과세했으나 법원은 한국 법인을 콘텐츠 이용 주체가 아닌 단순 판매 창구로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취소된 687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과세에 대해 넷플릭스가 항소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국가에서 조세법과 관련 규정을 준수하고 있으며 한국 콘텐츠와 생태계에 대한 장기 투자와 당국 협조를 이어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한국 및 한국 콘텐츠에 대한 기여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항소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해 국내에서 1조541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이 중 8929억원을 본사 및 그룹사에 지급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은 203억원에 그쳤고 법인세는 65억원 수준이다. 소송이 진행된 5년간 누적 매출은 4조1818억원에 달했으나 납부한 법인세는 203억원에 불과했다.
국내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면서도 한국 법인은 ‘통로’ 역할에 그친다는 구조는 구글, 메타, 트립닷컴, 부킹닷컴 등 주요 글로벌 플랫폼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실제 트립닷컴의 한국법인인 트립닷컴코리아는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했지만 수익의 상당 부분이 싱가포르 법인으로 이전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추정치와 비교해 공시 매출은 낮은 수준에 그쳤으며, 법인세 역시 제한적인 규모에 머물렀다.
▲ ‘고정사업장’ 판단 기준 영향 주목
세무학계서는 이번 판결이 유사한 사업 모델을 가진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에게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향후 세무조사나 과세 처분 과정에서 “핵심 서비스 제공과 수익 창출은 해외에서 이뤄진다”는 논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A대학 세무학과 교수는 “넷플릭스처럼 이용자는 한국에 있지만 서비스를 해외 본사가 제공한 것으로 볼 경우 국제적 흐름상 과세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국내에서 요금이 지급되고 소비가 이뤄지는 만큼 국내 세법에 따라 다른 해석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이 판례가 서비스 제공지를 해외로 보는 기준으로 작용할 경우 다른 글로벌 기업에도 동일한 영향이 미칠 수 있는 만큼 대법원에서 기준 정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법원에서 넷플릭스가 최종 승소할 경우 파급력은 클 것”이라면서도 “한국 법인의 역할과 기능에 따라 개별 사안별로는 다른 판단이 나올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판결로 국내에서 창출된 경제적 가치의 귀속 주체에 대한 제도적 점검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국세청이 문제 삼아온 ‘고정사업장’ 인정 기준 역시 다시 좁게 해석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버가 해외에 위치한 경우 과세가 어려운 기존 원칙이 유지되는 한 빅테크 기업에 대한 과세는 어렵다.
앞서 국세청은 구글코리아의 광고 수익을 사용료 소득으로 판단해 1540억원 규모의 세금을 부과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해당 사건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여기에 미국의 통상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디지털 경제에 부합하는 과세 기준 정비는 더욱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과세 공백을 둘러싼 정책적 대응 압력이 확대되는 한편 디지털세 및 글로벌 최저한세 논의와 맞물려 현행 법 체계의 한계가 재차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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