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무서워 못 간다”…체험학습 위축 부른 ‘교사 형사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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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무서워 못 간다”…체험학습 위축 부른 ‘교사 형사책임’

투데이신문 2026-04-29 15:24:4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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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현장체험학습 관련 전교조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원들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인근에서 현장체험학습 관련 전교조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수학여행과 체험활동이 축소되거나 교내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는 사례가 늘면서 현장체험학습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책임지지 않기 위해 학생들의 기회를 뺏는 것이 아니냐”는 대통령의 지적이 나왔다. 이에 교육계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정 필요한 조치는 ‘업무상 과실치사 면책’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2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최근 발표한 ‘2026 현장체험학습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 중 46.6%가 수학여행·수련회와 같은 숙박형 체험학습을 비숙박형 체험학습이나 교내 체험학습으로 대체하는 변화를 겪었다. 7.2%의 학교에서는 체험학습이 사실상 중단됐다.

교사의 인식 변화도 이 같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교사의 80% 이상이 체험학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와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우려한다고 응답했다. 체험학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업무 부담이 큰 데다 예측하기 어려운 사고까지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구조 속에서 기피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행정 책임을 넘어 형사처벌 가능성까지 열려 있다는 점이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행 법 체계에서는 체험학습 중 사고가 발생할 경우 교사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가 적용될 수 있으며 수사와 재판 과정에 장기간 노출되는 사례도 존재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2년 강원 속초의 한 테마파크에서 발생한 현장체험학습 사망사고다. 당시 초등학생 1명이 주차장 부근에서 버스에 치여 숨졌고 검찰은 학생 인솔 과정에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담임교사와 보조인솔교사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담임교사에게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항소심은 유죄 판단을 유지하되 금고 6개월의 선고유예로 감형했다. 보조인솔교사는 무죄가 확정됐지만 담임교사에 대한 유죄 판단은 유지되면서 체험학습 사고가 교사 개인의 형사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교육 현장에 확산된 것이다.

이에 교육계는 “현장 교사들의 심리적 위축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교사의 전문성이 발휘돼야 할 영역이었던 체험학습이 행정적 통제와 책임 회피의 장으로 변질됐음이 나타난 결과”라고 짚었다.

설문에 답한 한 교사 역시 “충분한 예방 교육과 안전 지도를 했음에도 사고 책임을 최종적으로 교사 개인에게 전가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어떤 교사도 적극적인 교육활동에 나설 수 없다”고 성토했다.

지난해 4월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오설록 티뮤지엄을 찾은 수학여행단 학생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4월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오설록 티뮤지엄을 찾은 수학여행단 학생들. [사진제공=뉴시스]

결국 체험학습 축소의 여파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진로체험과 야외학습, 생태체험 등을 아우르는 학령기 체험학습이 학생들에게 미치는 교육적 효과는 다수의 연구를 통해 증명돼 왔다. 특히 야외에서 이뤄지는 체험학습은 학업성취도뿐 아니라 자기주도적 학습 특성, 사회성 함양, 진로 탐색, 창의성 발달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22년 유·청소년 대상 야외교육 연구 22편을 종합 분석한 연구에서는 야외교육이 자기주도성 등 개인적 발달과 협력·관계 형성 등 사회적 발달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정리됐다. 체험학습 위축이 곧 학생들의 학습 기회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도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소풍이나 수학여행 같은 단체 수업·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배우는 것이 많다”며 “문제가 있다면 이를 교정하고 예산을 지원해 안전요원을 보강하거나 인력을 추가 채용하는 등 적극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교육부 최교진 장관에게 “안전에 문제가 있다면 비용을 지원하고, 시민 자원봉사자의 협조를 구해서라도 단체 수업이 원활히 이뤄지게 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교육계 일각에서는 체험학습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교사에 대한 형사책임 면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교육활동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 교사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죄 적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와 교사 개인에게 집중된 책임을 교육청과 국가가 분담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는 자료 사진. [사진제공=뉴시스]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는 자료 사진. [사진제공=뉴시스]

다만 단순 면책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한 학부모단체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현장체험학습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활동인 만큼 유지돼야 하지만 사고 유형과 책임 소재가 사안별로 다를 수 있는 만큼 형사책임 적용을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단체 회장 역시 같은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그는 본보에 “현장체험학습은 교실 안에서 얻기 어려운 배움과 경험을 제공하는 교육활동인 만큼 위축돼서는 안 된다”며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만 지우는 구조는 개선돼야 하지만 형사책임 적용 자체를 일률적으로 배제해 달라는 요구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이 같은 요구에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교육부 최교진 장관은 이날 자신의 SNS에 “5월 중으로 교사의 면책권 강화를 위한 법령 정비, 보조인력 배치 확대, 체험학습 업무 경감 및 지원 확대, 매뉴얼 간소화 등을 담은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학교안전법 개정을 통해 교사가 사전에 사고 예방교육을 실시한 경우 면책하는 방안과, 현장체험학습 관련 사고 소송을 교육부와 교육청이 책임지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강원 속초 현장체험학습 사고 이후 교원의 민형사상 면책 기준을 강화해 달라는 교원단체들의 요구로 정부가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지난해 6월부터 시행했지만 현장의 체감도는 높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같은 배경에서 이번 대책이 현장의 불안을 해소하고 체험학습 위축 흐름을 되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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