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갑 보궐선거가 본선 후보 확정 전부터 거칠게 달아오르고 있다.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대통령실을 떠나 더불어민주당에 합류한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SNS에서 정면으로 맞붙으면서다. 아직 국민의힘 공천 절차가 남아 있어 최종 대진표는 완성되지 않았지만, 선거의 성격은 벌써부터 단순한 지역 보선이 아니라 정권·야권 대표주자급 인물들이 부딪히는 상징전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공방의 불씨는 하 전 수석의 출마 경위였다. 한 전 대표는 28일 페이스북에서 하 전 수석이 그동안 “이재명 대통령이 출마하라고 하지 않으면 청와대에 남겠다”는 취지로 말해오다가 실제 출마를 발표했다며, 대통령 관여 여부를 둘러싼 설명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출마를 지시했다면 선거 개입 문제가 되고, 반대로 그렇지 않은데도 대통령을 내세웠다면 그것 역시 문제라는 논리를 폈다. 하 전 수석은 곧바로 “내가 대통령을 설득했고, 대통령이 동의한 것”이라며 맞받았다. 대통령 지시가 아니라 자신의 판단과 요청이 먼저였기 때문에 선거 개입으로 볼 수 없다는 반론이었다. 두 사람의 충돌은 출마 선언 직후부터 상대의 정당성 자체를 흔드는 방식으로 전개됐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의 초반 프레임이 ‘정책 경쟁’보다 ‘출마 명분 검증’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 전 수석은 29일 민주당 인재 영입 절차를 통해 부산 북구갑 출마를 공식화하고, 곧바로 부산으로 내려가 현장 일정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하 전 수석을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와 연계된 전략 카드로 보고 있다. 전재수 의원의 지역구였던 북구갑을 지키는 동시에, AI·미래 산업 이미지를 앞세워 부산 선거 전체의 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이 읽힌다. 매일경제와 노컷뉴스 등은 하 전 수석이 중앙당 행사 직후 구포시장과 지역 사무실 등을 돌며 ‘속도전’에 나섰다고 전했고, 연합뉴스도 민주당이 부산 교두보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 카드로 하 전 수석을 전면에 내세운 흐름을 짚었다.
이 선거가 더 복잡해지는 이유는 국민의힘 내부 사정 때문이다. 한 전 대표가 이미 무소속으로 먼저 뛰어든 가운데, 국민의힘은 29일 부산 북갑을 포함한 재보선 지역 후보 공모를 시작했다. 현재로선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등이 거론되지만, 당의 최종 후보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따라서 북구갑은 한동훈 대 하정우의 양자구도라기보다, 국민의힘 공천 후보가 가세할 경우 3자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머니투데이와 서울신문 등은 이런 다자구도 속에서 보수 진영 단일화 여부가 향후 최대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부산 북갑 보선은 시작부터 세 갈래 의미를 동시에 띠게 됐다. 민주당에는 부산 사수와 확장 전략의 시험대이고, 한동훈 전 대표에게는 무소속 재기의 무대이며, 국민의힘에는 당 후보를 내고도 보수 표 분산을 막아야 하는 까다로운 승부처다. 후보 등록도 끝나기 전에 하 전 수석과 한 전 대표가 정면충돌한 것은, 이 선거가 지역 민생보다 먼저 정치적 상징성과 주도권 다툼으로 읽히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제 관심은 누가 먼저 지지층을 결집시키느냐보다, 누가 자신의 출마 명분을 부산 유권자에게 더 설득력 있게 설명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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