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김성경 서강대학교 교수는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평화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 북한인가 조선인가’ 에서 “남한사회에서 북한을 지칭하는 방식은 ‘북한’이라는 비공식적, 약칭적 호명으로 고정돼 있으며, 이는 중립적 지시어가 아니라 남북 분단 80여 년간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조선’으로의 호명을 상대방에 대한 존중에 기반한 평화공존의 실천이자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사회에 깊게 자리한 ‘분단 심상’의 균열을 내기 위한 방안”이라며 “남북이 각자의 독립적인 국민국가 정체성을 구축한 현 시점이 오히려 호명의 전환을 논의할 수 있는 가장 적기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 각자의 정체성이 충분히 확립된 상황에서 상대를 공식 국호로 부르는 것은 자신의 정체성을 위협받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김 교수는 “북한을 ‘조선’이라 부르는 것은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는 것이므로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고, 분단을 공고히 할 것이란 우려도 있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북한이라는 호칭 유지가 통일을 앞당기거나, 분단을 덜 고착시킨 증거는 없다”며 “오히려 불필요한 대결을 강화하고 분단체제를 재생산하는 데 기여해 온 경향이 강하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조선으로 부르면 △‘우리는 당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는 상호 존중의 메시지를 주고 △‘우리는 현실에 기반한 새로운 관계의 틀을 모색하고자 한다’는 관계 재설정의 의지를 보낼 수 있으며 △‘호명의 비대칭성’을 우리가 먼저 해소하고자 한다는 선제적 신뢰 구축을 할 수 있다고 봤다.
권은민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의 정식국호를 사용하는 게 헌법 위반 행위나 북한을 국가로 승인하는 결과로 직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권 변호사는 “정부가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이라고 표기한다고 해서 북한을 국가로 승인하거나 외교관계 수립이 자동으로 구성되지 않는다”라며 “국호 사용은 표기·식별·문서 기술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 헌법 제4조 평화통일 조항에서 규정하는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조치’를 위해 북한의 국호 표기가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외교적 관점에서 “1960년대 당시 서독이 상당 기간 지속할 분단 ‘적대’의 극복과 화해협력 맥락에서 서독 중심의 동독 호칭을 포기했다”며 “상호 간 적대성 독소 제거를 위한 이름짓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행사는 한국정치학회가 주최하고 통일부가 후원했다. 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 명칭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통일부 역시 명칭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정 장관은 지난달 통일부·통일연구원 공동주최 학술회의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한국·조선, 한조관계’ 등으로 북한의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 정 장관은 부처 내부 행사와 언론간담회 등에서도 북한이 한국 또는 대한민국으로 부른다며 조선 국호 사용 방안을 수시로 제기하고 있다.
이 행사에 참석한 김남중 통일부 차관은 정부가 북한의 공식 국호 표기 및 호명 작업에 대해 서두르지 않을 것이며 헌법적 질서, 남북관계의 특수성, 국내 법제, 국제 관행, 국민적 공감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상대의 실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제도와 언어가 뒷받침될 때 대결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평화적 공존의 공간을 넓혀갈 수 있을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전날 통일부 당국자는 조선 국호 사용 쪽으로 방향을 정해놓은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신중히 판단할 것이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공론화를 거쳐 정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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