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단종된 어린이 해열진통제 아직도 13개 편의점 상비약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 "저장소 문은 가스누출 확산 방지를 위해 안쪽으로 당기도록 해야 한다"(고압가스 안전관리 규정), "문은 신속한 탈출을 위해 바깥쪽으로 밀도록 해야 한다"(산업안전 관리 규정)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민 생활과 기업 현장의 불합리한 애로사항과 미래 성장을 위한 제도개선 과제 등을 모아 '기업현장의 규제합리화 과제' 139건을 정리해 민관합동 규제합리화추진단에 제출했다고 29일 밝혔다.
대표적으로 지적된 사례는 같은 문을 두고 두 규정이 서로 반대되는 내용을 담은 고압가스 안전관리 규정과 산업안전 관리 규정이다.
고압가스 안전관리 규정은 출입문을 안쪽으로 당기도록 하고 있지만, 산업안전 관리 규정은 문을 바깥쪽으로 밀도록 하고 있어 기업들이 혼선을 호소하고 있다.
고압가스를 다루는 한 기업은 "고압가스 규정에 따라 당기는 문을 설치했는데, 산업안전 점검에서 지적을 받아 50여개 문을 교체해야 할 형편"이라고 두 규정의 일원화를 요구했다.
산업단지 창고임대 요건의 합리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산업단지 산업시설구역에는 원칙적으로 제조시설과 부대시설의 입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제조시설 없이 창고만 단독 설치하거나 별도 필지에 창고를 설치하는데 제약이 있다.
기업 관계자는 "산업단지 제조 기능을 지키자는 취지지만, 기업의 생산 확대와 수요 변화를 반영하지 못해 오히려 빈 공장을 방치하고 기업 물류비 부담을 키우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제조시설을 운영 중인 입주기업이 자사 완제품 보관 용도로 추가 창고를 활용하는 경우 이를 기존 공장의 부대시설로 인정해달라고 건의서는 요청했다.
국민 불편 해소를 위한 민생규제 개선 사항으로는 편의점용 어린이 해열진통제 사례가 꼽혔다.
정부는 심야나 공휴일에 24시간 편의점에서 상비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지정된 13개 편의점 상비의약품 중 어린이용 타이레놀 80㎎과 160㎎ 제품은 2022년 생산이 중단됐다.
서울의 한 부모는 "생산 중단된 품목은 신속히 대체 품목을 재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법상 서면 통지가 원칙인 주주총회 소집통지도 전자화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대한상의는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주주명부에 이메일 기재 절차를 마련하고 전자통지를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산과 관련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이격거리 기준의 선제적 정비도 건의사항에 포함됐다.
기업들은 지자체 자율 권한을 유지하면서 중앙정부 차원에서 참고할 수 있는 공통 기준을 제안해달라고 요청했다.
국가전략기술 분야에서는 군 복무 대신 연구기관에서 복무하는 전문연구요원을 대기업 연구소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건의서에 담겼다.
대한상의 이종명 산업성장본부장은 "규제합리화위원회가 역대급 규모로 출범하고 규제합리화추진단 운영이 본격화하는 만큼 기업들의 기대도 크다"며 "대한상의는 AI 규제지도 시스템, 규제샌드박스 등을 통해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현장 애로를 발굴해 새로운 설루션을 제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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