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바뀌었고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는데 제도는 그대로다.”
척추 질환의 양상도 환자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수술을 망설이던 70대 이상 고령 환자가 이제는 수술의 주된 대상이 됐다.
수술 방식도 달라졌다. 절개를 최소화하고 출혈과 조직 손상을 줄이는 최소침습 수술이 확산했다. 과거에는 부담이 컸던 고령 환자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척추수술의 핵심은 신경 압박을 정확하게 풀어주는 것이다. 과거에는 넓게 절개해 직접 확인했다. 최근에는 현미경·내시경 장비를 활용해 작은 절개로도 신경을 감압하는 방식이 쓰인다. 다만 신경 압박을 풀어주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는 척추를 고정해 안정성을 확보하는 유합술이 필요하다. 최소침습 수술은 이 과정을 작은 절개로 수행하는 방식이다.
접근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다. 내시경 수술은 카메라를 삽입해 좁은 통로로 병변을 제거한다. 절개가 매우 작아 국소적인 병변에 주로 쓰인다. 반면 현미경 수술은 확대된 시야로 신경 구조를 직접 확인하며 정밀하게 감압한다. 따라서 병변 범위에 따라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
이재철 순천향대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최소침습 유합술을 국내 초창기부터 도입해 온 의료진이다. 2004년부터 튜브를 이용한 최소침습 수술과 2011년 측방 유합술 등을 적용하며 척추수술의 변화를 현장에서 직접 경험해 왔다.
다만 모든 환자에게 최소침습 수술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병변 범위가 넓거나 재수술이 필요한 경우 혹은 뼈가 심하게 자라 신경을 직접 제거해야 하는 경우에는 기존 개방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 방식은 절개 크기가 아니라 병변 구조와 환자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
국내 제도는 여전히 과거 기준에 머물러 있다. 수술 난이도와 비용 구조는 크게 변했지만 수가와 중증도 분류 체계는 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29일 여성경제신문이 이재철 교수를 만나 고령 척추환자 증가에 따른 수술 변화와 제도적 한계에 대해 물었다.
―협착증과 디스크는 어떻게 다른가.
“협착증은 신경 통로 자체가 좁아지는 질환이다. 반면 디스크는 추간판이 탈출해 신경을 누르는 병이다. 협착증은 디스크뿐 아니라 후관절 비대·황색인대 비후까지 함께 진행된다. 앞뒤에서 동시에 신경을 압박하는 복합 퇴행성 질환이다. 반면 디스크는 추간판이 튀어나와 특정 부위에서 신경을 압박하는 경우가 많다. 연령대도 다르다. 디스크는 30~50대, 협착증은 60대 이후 특히 70대에서 많이 나타난다. 다만 둘 다 결국 노화 과정에서 생기는 변화다.”
―수술은 어떤 기준에서 결정되나.
“가장 중요한 기준은 마비 여부다. 신경 마비나 배뇨·배변 장애가 있으면 지체 없이 수술해야 한다. 마비가 없으면 보존적 치료를 먼저 시행한다. 디스크는 4~6주 치료 후에도 통증이 계속되면 수술을 고려한다. 협착증의 유합술은 3개월 이상 보존 치료 후 수술을 결정한다.
문제는 이 기준이 의학적 판단이 아닌 보험 기준이라는 점이다. 더 빨리 수술이 필요한 환자도 약물 처방 기간이 3개월을 채우지 못하면 보험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 상태보다 처방 일수가 기준이 되는 셈이다.”
―수술 시점을 판단한 이후 실제 수술 방법은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최소침습 수술은 어떤 환자에게 가장 효과가 큰가.
“핵심은 출혈 감소다. 출혈이 적으면 환자 상태가 안정적이고 합병증 위험이 줄어든다. 특히 고령이거나 내과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효과가 크다. 연부조직 손상도 적어 통증이 덜하고 회복이 빠르다. 환자 상태가 취약할수록 장점이 뚜렷하다.”
―최소침습 수술이 확산하며 고령 환자 수술 환경도 크게 달라졌다. 기존 인식과 실제 임상은 어떻게 다른가.
“지금은 70대가 척추 수술의 주 환자군이다. 과거에는 70대 이상은 수술이 어려웠지만 최소침습 수술이 도입되며 상황이 바뀌었다. 현재 수술 환자의 80%가 70대라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고령 환자는 수술 범위를 조절해야 한다. 80대 이상이거나 내과 질환이 많은 경우에는 고정술까지 가지 않고 감압술만 최소한으로 시행하기도 한다. 수술 후 다시 아픈 경우는 수술 실패라기보다 다른 마디가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척추는 여러 마디로 이뤄져 있어 노화가 계속 진행되기 때문이다.”
―수술이 성공적인데도 통증이 남는 경우가 있다. 원인이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요인은 신경 상태다. 수술은 눌린 신경을 풀어주는 과정이다. 손상된 신경을 직접 회복시키는 치료는 아니다. 따라서 신경이 지나치게 오래 눌려 있었다면 수술 후에도 회복이 제한적일 수 있다.
재협착·인접 마디 퇴행·유합술 후 뼈가 융합되지 않는 경우 등도 통증의 원인이다. 드물게 신경 자체의 문제로 통증이 이어지기도 한다. 환자에게는 '돌에 눌린 나무'에 빗대어 설명한다. 수술은 나무를 짓누르는 돌을 치우는 작업이다. 이미 말라 죽은 잎은 되살릴 수 없다. 즉 수술은 신경 압박을 제거하는 치료며 신경 회복은 환자의 상태와 시간에 달려 있다.”
―수술 기술은 정교해졌으나 제도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현행 수가 구조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나.
“현재는 수요는 늘어나는데 보상은 묶여 있는 구조다. 고령화로 척추 질환은 계속 증가한다. 하지만 건강보험은 한정된 예산 안에서 관리돼 지출이 늘면 삭감이 강화된다.
문제는 수술이 점차 고비용 구조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소침습 수술만 해도 내시경 장비·튜브 시스템·고가 기구가 필요하다. 내비게이션이나 수술 중 CT(O-arm)같은 고가 장비까지 도입하면 비용은 더 크게 증가한다. 그런데 수가는 기존 절개 수술 기준에 묶여 있다. 최신 장비와 재료를 써도 추가 보상이 거의 없다. 결국 기술이 발전할수록 병원 부담만 커진다.”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최소침습척추수술학회 회장을 지내며 척추수술 확산에 관여했다. 한국 척추수술의 기술 경쟁력과 한계는 무엇인가.
“한국은 최소침습 척추수술 술기에서 선도적인 국가다. 척추 내시경 수술은 해외 의료진이 배우러 올 정도로 경쟁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기술 흐름이 바뀌고 있다. 현재는 내비게이션과 로봇 수술을 중심으로 발전 중이다. 수술 중 컴퓨터단층촬영(CT)을 기반으로 나사 위치를 잡는 내비게이션에 로봇이 결합하는 구조가 글로벌 표준으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국내는 장비 도입 비용이 수억원대임에도 수가는 수십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장비를 도입할수록 병원이 손해를 보는 구조다. 이는 기술의 한계가 아닌 제도의 한계다.”
―제도적 문제는 수가뿐 아니라 병원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과정에서 척추수술은 어떻게 평가받고 있나.
“중증도 분류 기준 자체가 잘못 설정돼 있다. 현재는 대학병원에서만 시행하는 수술인지를 기준으로 중증도를 나눈다. 척추수술은 개인병원에서도 시행한다는 이유로 대부분 경증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임상 현장의 환자 상태는 단순하지 않다. 고령 환자·내과 질환 동반 환자·재수술·다발성 마디 수술 등은 난이도가 훨씬 높다. 하지만 이러한 세부적인 임상적 차이가 현행 중증도 분류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수술 코드 구조도 문제다. 척추 후방 유합술의 경우 수술 마디 수나 재수술 여부와 관계없이 단일 코드로 묶인다. 대학병원에서 더 복잡한 수술을 수행해도 개인병원 수술과 동일한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이로 인해 대학병원은 척추수술을 많이 할수록 병원 전체의 중증도 평가 점수가 하락한다. 결국 병원은 척추 관련 수술실·병상·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으며 이는 정형외과 축소 압박으로 이어진다.
가장 큰 문제는 교육 부실화다. 정형외과는 국민 진료 수요가 매우 큰 진료과다. 대학병원 수술 건수가 감소하면 전공의들이 고난도 수술 술기를 습득할 기회마저 줄어든다. 결국 불합리한 중증도 분류가 대학병원 축소와 고난도 진료 감소를 초래하고, 이는 의료 교육 약화로 직결된다. 수술 난이도와 환자의 실제 상태를 정확히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유합술= 신경 압박을 풀어주는 감압술만으로 척추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때, 척추뼈 마디 사이에 뼈 이식재를 넣고 나사못 등으로 고정해 하나의 뼈처럼 연결함으로써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하는 수술법이다.
☞감압술= 척추 신경을 누르고 있는 두꺼워진 뼈나 인대, 디스크 등을 일부 제거해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를 넓혀주는 수술이다. 신경 압박으로 인한 통증을 해소하는 척추수술의 가장 기본적인 과정이다.
☞보존적 치료= 수술을 하지 않고 증상을 완화하는 모든 치료법을 말한다. 약물치료, 주사치료, 물리치료 등이 포함되며, 마비 등 심각한 증상이 없다면 수술에 앞서 우선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황색인대 비후= 척추뼈 뒷부분을 연결하는 '황색인대'가 노화 등 퇴행성 변화로 인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현상을 말한다. 두꺼워진 인대가 신경을 압박해 척추관 협착증을 유발하는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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