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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성기노 기자】‘말도 많고 탈도 많던’ 하정우 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결국 사표를 던졌습니다. 6.3 재보궐 선거 부산 북갑 출마를 선언한 것입니다. 하 전 수석은 10개월 청와대 근무를 뒤로 하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박민식 전 보훈부 장관이 버티고 있는 부산으로 향했습니다.
민주당 지지층에선 반응이 엇갈립니다. “한국의 AI 발전을 견인할 인재가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는데 정치로 뛰어드는 게 적절치는 않다”는 의견이 나오면서도 “이제 결단을 내렸으니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는 반응으로 집약되는 것 같습니다.
그의 출마 과정이 매끄러웠다면 민주당 지지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화려하게 정치에 데뷔했겠지만 하 전 수석이 지난 한달여동안 보인 오락가락 행보 때문에 마냥 그의 출마에 박수를 치는 지지층도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여론조사에서 하 전 수석이 타 후보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어 부산으로 가는 그의 발걸음이 가벼울 것 같기도 합니다.
하정우 전 수석이 6.3 재보궐 선거와 관련해 처음 입길에 오르내린 건 본인이 그 문제를 직접 언급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그는 지난 4월 6일 민주당의 북갑 차출 움직임에 대해 “인사권자의 생각이 중요하다”고 첫 공개 발언을 했습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9일 공개석상에서 “작업 들어온다고 넘어가면 안 된다”고 만류하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하 전 수석은 한 마디로 ‘떴습니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이직’을 만류할 정도로 인재”라는 반응도 있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하 전 수석을 띄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출’을 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대통령의 한마디는 하 전 수석을 정원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처럼 만들어주기 위해 ‘짜고 치는 고스톱’을 친 꼴이 돼 버렸습니다. 보수층에서는 “청와대가 아이돌 기획사처럼 정치신인을 단박에 ‘한동훈 대항마’로 만들어 주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사실 하 전 수석처럼 공직 입문 10개월만에 곧바로 전국구급의 관심도와 함께 재보궐 선거에 전략 공천되는 경우는 일종의 로또에 가깝습니다. 하 전 수석 입장에서는 흔치 않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권에서는 ‘뜬금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선거 앞에 장사 없다’는 정당의 절박함이 현실이라는 반응도 있습니다. ‘기왕 이렇게 된 것 하정우의 정치적 선택을 존중하고 밀어주자’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하정우 전 수석의 한달여간의 행보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점도 있습니다. 이는 하 전 수석의 당선 여부가 모든 것이 돼 버린 현실 정치에서는 무의미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이재명 정부의 개혁과 중요 정책에 대해 적어도 책임 있는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정치권에서는 하 전 수석의 재보궐 출마에 대한 적절성은 둘째 치고 이재명 정부의 AI 정책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AI에 대해 개인적인 관심을 깊이 표명했고 취임 직후 AI 3대 강국 진입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걸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닷컴열풍 초기에 인터넷 인프라 정책을 ‘백년지대계’로 보고 적극 추진했듯이 AI 시대로의 전환기에 이 대통령이 중대 국정과제로 설정한 것에 대해 국민들은 안도와 함께 기대감도 표출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하 전 수석을 “국가 대표 AI 전문가”로 치켜세우며 없던 자리까지 신설해 발탁했습니다. 평소에도 참모들 중 유일하게 하 전 수석을 ‘하GPT’라는 별명으로 부를 정도로 깊은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하 전 수석은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 출신으로 소버린 AI와 한국형 AI 역량 확보를 강조해 온 민간 전문가라는 점에서 이 대통령의 인선 자체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이 대통령이 AI를 ‘이재명 정부의 대표 정책’으로 삼겠다는 선언이었던 것입니다.
하 전 수석 역시 “앞으로 3년, 혹은 5년이 AI 골든타임”이라고 공언했지만 10개월만에 골든타임에서 빠져버렸습니다. AI 골든타임의 설계자가 가장 먼저 자리를 떠났다는 점은 정책의 무게를 스스로 가볍게 만든 셈입니다.
물론 “부산에서 AI 정책을 그대로 전환하겠다”고 설명했지만 국민들은 그 내막을 일일이 알지 못합니다. 일각에서는 “하 전 수석이 AI 정책을 현장에서 실현하려고 보니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무책임하게 떠난 것 아니냐”는 추측마저 나왔습니다.
정청래 대표가 그에게 “AI 3대 강국 설계를 국회에서 입법으로 완성해 달라”고 얘기한 것도 설득력이 그리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물론 하 전 수석이 이 문제에 대해 “지금 새로 가려고 하는 곳이 3대 강국을 실현하는 데 있어 가장 병목이 되는 공간이기에 가장 긴요하고 시급한 곳에서 모든 노력을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AI 3대 강국’ 공약 실현을 위해 입법 기관인 국회에서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청와대와 빅테크 기업 등을 두루 거친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에 대해 “국회는 여당만 있는 게 아니다. 야당이 존재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그들을 설득해서 입법이라는 최종 성과물을 내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라고 전제하면서 “이런 점에서 AI 정책도 그 분야 전문가가 물론 담당해야 하지만 폭넓은 네트워크와 정무감각, 정치력을 두루 갖춰야 한다. 정 대표가 내건 논리는 어떻게 해서든 그를 청와대에서 빼내기 위해 명분을 만든 것이지 실제로 하 전 수석이 국회로 들어오면 초선의 한계와 함께 그의 자율권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맞다. 국회 분위기에 적응 좀 하려면 22대가 끝나 있을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하 전 수석이 청와대에 있을 때가 이재명 정부 AI 정책 추진에는 훨씬 더 맞는 방향이다”라고 말했습니다.
IT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하 전 수석이 네이버 있을 때부터 성공적인 AI 정책을 기획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청와대나 하 전 수석은 ‘선거 차출’에 대한 AI 정책의 공백과 연속성 부재에 대해 책임 있는 설명을 하지 않습니다. 이 대통령은 평소 국무회의 생중계로 각종 정책을 1급수처럼 투명하게 모두 공개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정책 추진의 과정과 결과를 모두 알 수 있게 너무도 친절하게 생중계를 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하정우 부산행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입니다. 하 전 수석이 10개월 동안 이룬 ‘성과’가 어떤 것이고 후임자는 그것을 바탕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이라는 기본적인 설명조차 없습니다.
무엇보다 하 전 수석이 짊어졌던 AI 정책은 이재명 정부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할 수도 있는 국가 중대사였습니다. 이는 이 대통령이 스스로 만든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10개월만에 청와대를 뛰쳐나올 만큼 AI 정책이 소홀하게 인식되고 있는지 되묻는 국민들도 많습니다. “여당의 강력한 요청도 있었겠지만 대통령의 핵심관심 분야도 이렇게 정치적으로 흔들리는데 다른 분야는 안 봐도 뻔하다”는 정책 신뢰도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습니다.
하 전 수석은 세간의 비판을 의식했는지 사표를 내는 날 기자들에게 “이 대통령도 흔쾌히 동의했고 웃는 얼굴로 바로 재가를 해주셨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대통령의 흔쾌한 동의와 웃는 얼굴이 과연 그의 앞날에 축복을 보낸 메시지였는지, 아니면 대인배 대통령의 표정관리였는지 당사자들만이 알 것입니다.
하 전 수석이 네이버 팀장에서 청와대 수석으로 급 롤러코스터를 타다 보니 잠시 판단력이 흐려진 것은 아닐까요. 청와대 10개월 근무에서 내린 결론이 선거 열차 탑승이라면 정치를 너무 빠르게 배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청래 대표의 끈질긴 ‘유혹’이 있었겠지만 최종 결정은 전적으로 하 전 수석의 판단이었을 것입니다. 이재명 정부의 국가대표 정책이 선거 논리에 잠식당했다는 현실 앞에서 정치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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