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에 올라와 큰 웃음을 주며 빠르게 퍼지고 있는 게시글 하나가 있다. 젊은 세대가 일상 공유용으로 쓰는 앱을 중년 세대가 업무 보고 도구로 활용하겠다며 들뜬 반응을 보였다는 내용의 이 글은 세대 간 시각 차이가 웃음을 자아내며 화제를 모았다.
젊은 세대 중심으로 유행 중인 앱 '셋로그'. / 구글 플레이 스토어
이 게시글 속 주인공이 된 앱은 바로 '셋로그(Setlog)'다.
29일 기준 앱스토어 1위를 기록 중인 셋로그는 MZ세대, 특히 Z세대(Gen Z) 사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SNS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인스타그램의 강력한 대항마로 거론되는 이 앱이 왜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지, 기능부터 사회적 배경까지 짚어봤다.
매시간 2초, 하루가 한 편의 영상으로
셋로그 작동 방식은 단순하다. 매 시간 알림이 울리면, 사용자는 지금 눈앞의 장면을 2~4초간 촬영한다. 별도의 편집 과정 없이 하루가 끝나면 이 짧은 조각들이 자동으로 합쳐져 하나의 '하루로그' 영상으로 완성된다. 말 그대로 매시간 현재의 순간을 찍는 것만으로 브이로그 한 편이 만들어지는 구조다.
혼자 기록하는 방식 외에도, 친구들과 그룹을 만들어 분할 화면으로 서로의 일상을 실시간 공유하는 기능이 셋로그의 핵심 매력으로 꼽힌다. 각자 다른 공간에 있어도 같은 시간대에 촬영한 장면이 한 화면 안에 나란히 담겨 '함께하는 하루'를 만들어낸다. 이 공동 기록 기능이 특히 10~20대 사용자층에서 강한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한동안 iOS 전용 서비스로만 운영됐으나, 최근 안드로이드 버전이 정식 출시됐다. 안드로이드 사용자 비율이 높은 국내 시장에서 이 시점을 기점으로 이용자 수가 더 빠르게 늘고 있다.
셋로그 자료사진. / 앱스토어
'비리얼'을 넘어선 영상 기록 SNS
셋로그를 이해하려면 얼마 전 유행했던 '비리얼(BeReal)'을 먼저 떠올리면 된다. 비리얼은 하루 한 번 무작위 알림이 울리면 전·후면 카메라로 사진을 동시 촬영해 공유하는 방식으로, 꾸미지 않은 일상의 진짜 순간을 포착한다는 개념으로 인기를 끌었다.
셋로그는 이 개념을 영상(숏폼) 포맷으로 확장했다. 사진 한 장보다 훨씬 많은 정보와 생동감을 담을 수 있고, 텍스트보다 영상 소통이 익숙한 Z세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과도 맞닿아 있다. 2초라는 짧은 촬영 시간 덕분에 부담은 낮추면서 영상이 가진 현장감은 그대로 살렸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보정된 완벽함에 지친 세대가 선택한 '2초의 날것'
셋로그가 단순한 앱 유행을 넘어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번지고 있는 배경에는 인스타그램식 '전시 피로'가 깔려 있다. 정제되고 보정된 이미지를 올려야 한다는 압박, 좋아요 수와 팔로워 숫자에 집착하게 만드는 구조에 대한 피로감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인스타그램에 사진 한 장을 올리기 위해 수십 장을 찍고, 필터를 고르고, 각도와 구도를 조정하는 과정은 이제 Z세대에게 낯설지 않은 루틴이 됐다. 문제는 그 과정이 점점 노동에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일상을 연출하고, 연출된 일상을 다시 소비하는 구조 속에서 정작 '지금 이 순간'은 사라진다. 업로드를 위해 경험하는 것인지, 경험을 위해 업로드하는 것인지 구분이 흐려지는 지점이다.
공유 가능한 셋로그 영상. / 앱스토어
셋로그는 이 흐름의 반대편에 서 있다. 2초짜리 촬영에는 꾸밀 시간이 없다. 알림이 울리는 순간 자다 깬 얼굴이든, 공부하다 지친 책상이든, 별다를 것 없는 천장이든 그대로 찍혀 기록된다. 가공되지 않은 현실이 오히려 콘텐츠가 되는 방식이다. '잘 찍힌 사진'보다 '지금 이 순간'이 우선이라는 가치관의 전환이다.
이 솔직함이 오히려 강점이 된다. 셋로그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완성도 높은 영상보다 별것 없어 보이는 일상 장면에 더 많은 반응이 달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꾸미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공감이 가고, 공감이 가기 때문에 연결감이 생긴다. 플랫폼이 조장하는 비교와 과시 대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공유하는 것이 관계의 접착제가 되는 구조다.
"너 지금 뭐 해?"를 묻지 않아도 아는 연결 방식
셋로그의 공동 기록 기능은 단순한 공유를 넘어 느슨하지만 실시간인 연대감을 만들어낸다.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말 한마디 없이도 분할 화면 속에서 확인된다.
이는 파편화된 개인주의 시대에 Z세대가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과 맞닿는다. 매일 연락하지 않아도, 매주 만나지 않아도 서로의 하루를 공유하는 것만으로 '함께하고 있다'는 감각이 생긴다. 전문가들은 이를 Z세대 특유의 '초연결 소통 문법'으로 분석한다.
중년 세대가 본 셋로그는 '업무 보고 도구'(?)
앞서 소개한 게시글처럼 셋로그를 처음 접한 중장년층 반응은 젊은 세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튀기도 한다. 1시간마다 현재 상황을 찍어 기록한다는 개념이 일상 공유보다 업무 진행 상황 점검에 더 잘 들어맞는다고 받아들인 기발한(?) 생각과 같은 것들이 그 예다.
'셋로그'를 접하고 기발한(?) 생각을 떠올린 중년 남성. 기사 내용 토대로 AI툴 활용해 제작한 자료사진.
이 반응이 웃음을 자아낸 이유는 명확하다. 앱의 핵심 가치인 '꾸밈없는 일상의 자유로운 기록'이, 중년 직장인에게는 '부하직원 실시간 감시 도구'로 읽힌 것이다. 앱 하나를 두고 세대별로 전혀 다른 쓸모를 떠올리는 이 간극이 공감과 웃음을 동시에 불러왔다.
해당 글에 네티즌들은 "ㅂㄷㅂㄷ....사회에 악을 뿌리셨습니다........영상 근무일지라니" "이건 회사분들한테 사과해야 되는 상황 맞다ㅋㅋ" "부하직원들만 눈물 나는 미래 보인다..." "유레카 외치고 적용하는 속도 무엇ㅋㅋ 진짜 상사 재질" "맙소사 신이시여" "와 진짜 무섭다ㅋㅋ" "와우.... 셋로그가 이렇게..." "직원분들… 버티세요… 저도 공감 200%예요" 등의 뜨거운 반응을 쏟아냈다.
1시간마다 오는 알림, 양날의 검
셋로그 사용자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특징 중 하나가 알림이다. 매 시간 울리는 촬영 알림은 처음에는 게임 속 퀘스트처럼 재미있게 느껴지지만, 일정이 바쁜 날이나 집중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방해 요소가 되기도 한다.
Z세대 일부는 이 알림을 하루의 리듬을 만들어주는 장치로 적극 활용하는 반면, 일상 흐름이 끊긴다는 이유로 알림을 꺼두거나 간헐적으로만 찍는 사용자도 있다. 앱을 처음 시작한다면 알림 설정을 자신의 일과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데 유리하다.
최신 유행 어플 셋로그. / 앱스토어
셋로그, 직접 써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셋로그는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셋로그' 'Setlog'로 검색하면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회원가입 후 친구 코드를 입력하거나 연락처 기반으로 지인을 찾아 그룹을 만드는 방식으로 시작한다. 앱 자체는 무료이며, 현재까지 별도 유료 구독 모델은 운영하지 않는다.
다만 사용 전 반드시 짚어봐야 할 부분이 있다. 매 시간 촬영 알림이 울리는 구조 특성상, 앱을 실행한 상태에서는 위치 정보와 촬영 권한이 상시 활성화된다. 민감한 장소나 업무 환경에서 사용할 경우 개인정보 노출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개 계정으로 설정하면 그룹 외 외부인에게도 영상이 노출될 수 있어, 초기 설정에서 계정 공개 범위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중독성이다. 1시간마다 울리는 알림에 반응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앱 확인이 습관이 된다. 실제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알림 끄면 허전하다"는 반응이 나올 만큼 반복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구조가 강하다. 스크린타임 관리에 민감한 사용자라면 알림 허용 시간대를 직접 설정해두는 것이 낫다.
셋로그가 지금의 인기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비리얼 역시 2022년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2023년 이후 사용자 수가 급감했고, 2024년 프랑스 기업에 매각됐다. 셋로그가 비리얼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단순 유행을 넘어 사용자를 붙잡아두는 체류 기능을 얼마나 빠르게 확장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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