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장)찬희야."
형들의 진심 어린 사과가 이어졌다. 선발 투수 원태인은 연패를 끊지 못해 신인에게 부담을 지운 점을, 포수 김도환은 아쉬운 수비로 후배에게 패배를 안긴 점을 사과했다.
그러나 장찬희의 반응은 덤덤했다. 오히려 "제가 더 죄송하다"며 "팀이 패배했고, 나 역시 만족스러운 피칭을 하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고 자책했다.
장찬희는 지난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3이닝 동안 59개의 공을 던져 3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했다.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 호투했지만,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 패전 투수가 됐다.
당시 삼성은 6연패 수렁에 빠져 있었다. 연패 탈출이라는 중책은 신인 투수에게 다소 가혹한 조건이었다. 전날(25일) 7이닝 3실점 역투에도 연패를 끊지 못한 원태인은 장찬희에게 "내가 끊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를 들은 장찬희는 "그럼 나도 (다음 경기 선발 투수인) 아리엘 후라도에게 사과해야 한다"라며 웃었다. 자신 역시 연패를 끊어 주지 못한 채 후라도에게 다음 경기를 넘겼기 때문이다. 이어 "연패든 연승이든 선발 투수라면 응당 부담감을 안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 그런 부담감은 오히려 좋다"고 의연하게 답했다.
배터리로 호흡을 맞춘 포수 김도환도 미안함을 표했다. 김도환은 2회 1사 만루에서 병살타로 물러났고, 3회말 수비에서는 파울 플라이 타구 방향을 잃어 아웃 카운트를 놓쳤다. 오히려 투수 장찬희가 3루 파울 라인까지 뛰어가 다이빙캐치로 공을 잡아내려다 놓쳤다.
그러나 장찬희는 개의치 않았다. 그는 "야구 선수라면 누구든 할 수 있는 실수"라며 "오히려 내가 잡을 수 있었던 공을 놓친 아쉬움이 크다. 손가락으로 콜 플레이를 할 시간에 처음부터 바로 달려갔다면 잡았을 텐데 아쉽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도환이 형 리드 덕분에 그날 잘 던질 수 있었다"라고 힘줘 말했다. "(강)민호 형과는 스타일이 조금 다르다. 똑같은 야구는 재미없다고 생각해서 (도환이 형과도) 재미있게 던졌다"라고 말한 그는 "도환이 형을 잘 믿고 던진 게 1~2회 아웃카운트를 잘 잡는 데 크게 작용한 것 같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장찬희는 이날 최고 147km/h의 직구를 구사했다. 압도적인 구속은 아니었지만 안정적인 제구와 노련한 커맨드가 돋보였다. 박진만 삼성 감독 역시 "5선발 후보 중 구위가 가장 좋았다. 삼진 비율이 높고 타자를 윽박지르는 힘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작 장찬희 본인은 아쉬웠던 점을 먼저 짚었다. "하위 타선이라고 안일하게 승부한 것이 결승타로 이어졌다. 패전 투수가 된 만큼 내 피칭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냉정하게 자평했다. 이내 "그래도 1, 2회를 잘 막은 점은 긍정적이다. 이기든 지든 온전히 만족하기는 늘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담한 피칭과 성숙한 마인드 덕에 장찬희는 삼성의 차기 선발 자원, 이른바 '제2의 원태인'으로 불리고 있다. 이에 대해 장찬희는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선발 투수인 (원)태인이 형과 비교되는 것 자체가 정말 영광스럽다"고 화답했다.
선발진 합류에 대한 의지도 숨기지 않았다. "1년 차부터 선발 투수로 나설 줄은 몰랐지만, 역할을 맡겨 주신다면 열심히 해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진만 감독은 결국 장찬희를 5선발로 낙점했다. "찬희가 안정감을 주며 5선발을 꿰차면 선발 로테이션이 원활해지고 불펜진도 힘을 얻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였다. 장찬희는 "선발 투수는 등판 사이의 준비 과정이 중요하다고 들었다. 선배들에게 많이 묻고 배우며 제대로 준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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