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연패에서 탈출했지만, 경기 내용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모처럼 살아난 타선 덕분에 승리했음에도 뒷문은 불안했다. 악몽 같았던 9회는 물론, 10회 말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을 때까지 방심할 수 없었다. 삼성 라이온즈가 잔혹한 불펜의 현주소를 마주했다.
삼성은 지난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5-4로 승리했다.
초반 흐름만 보면 순조로운 승리가 예상됐다. 선발 아리엘 후라도가 7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타선이 3득점을 지원하며 7회까지 순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8회부터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삼성은 7회까지 86구만 던진 후라도를 8회에 강판시켰다. 일요일 경기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뒤이어 등판한 불펜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빗맞은 안타라는 불운도 따랐지만, 기본적으로 투수들이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꽂아 넣지 못하며 스스로 고전했다.
삼성은 8회 시작과 함께 좌완 백정현을 마운드에 올렸으나, 선두 타자부터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이후 김태훈을 투입해 진화에 나섰지만 스트레이트 볼넷이 나오며 무사 만루가 됐다. 다행히 후속 세 타자를 범타 처리하며 실점을 막았으나,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는 공은 보기 드물었다.
9회에는 마무리 김재윤이 아닌 미야지 유라를 먼저 투입했다. 미야지는 직전 경기(27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제구 난조와 몸에 맞는 볼로 고전한 바 있다. 삼성 벤치는 선수의 자신감과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미야지를 연투시킨 것으로 보이나, 그는 빠른 공이 안타로 이어진 뒤로 급격히 흔들리며 볼넷까지 내줬다. 구원 등판한 이승민 역시 두 타자 연속 풀카운트 승부를 펼치며 고전했다. 1사 만루에서 박찬호에게 내야 땅볼을 유도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전진 수비를 펼치지 않은 내야진이 느린 타구를 처리하는 사이 발 빠른 박찬호가 1루를 밟으며 결국 실점했다.
그제야 삼성은 마무리 김재윤을 투입했지만, 1볼 2스트라이크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다소 밋밋하게 들어간 슬라이더가 동점 적시타로 이어지고 말았다.
이어진 연장에서 삼성은 10회 초 타선의 2득점으로 다시 리드를 잡았지만, 10회 말 마지막까지 순탄치 않았다. 우완 이승현이 2사 후 안타를 허용하며 흔들렸고, 이후 스트라이크 존 외곽으로 투구를 했음에도 빗맞은 안타가 연달아 나오며 1점 차 추격과 1·2루 동점 위기까지 몰렸다. 후속 타자 박찬호를 높은 공으로 파울플라이 유도하며 경기를 매조졌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승리였다.
전반적으로 삼성 불펜 투수들의 제구가 흔들렸다.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오는 공 역시 위력적이지 않아 타자와의 정면 승부를 피하는 경향이 짙었다. 그야말로 진땀승이었다.
최근 삼성 불펜은 선발진의 조기 강판에 따른 체력적 과부하, 빈약한 득점 지원 속 매 경기 이어지는 타이트한 승부로 인해 피로가 누적된 상태였다. 여기에 연패 탈출이라는 중압감까지 더해졌다. 최근 들어 선발진이 점차 안정을 찾고 이날 경기에서 타선도 살아나는 기미를 보였으나, 그동안 누적되어 온 불펜진의 위험 요소가 한꺼번에 터져 나온 모양새다.
삼성은 복귀를 앞둔 자원들에 기대를 걸고 있다. 팔꿈치 수술 여파를 이겨낸 김무신이 최근 퓨처스리그에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 23일 두산 2군전에서 1이닝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그는 27일 LG 트윈스 2군전에서도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박진만 감독 역시 "퓨처스리그를 씹어먹을 정도로 잘 던지고 있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휴식을 취하던 최지광과 이재희 역시 차례로 복귀를 준비 중이다. 모두 빠른 공과 묵직한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는 유형인 만큼, 5월에 이들이 가세한다면 과부하가 걸린 불펜진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최근 다소 흔들리긴 했으나, 삼성은 불펜의 힘을 바탕으로 지금의 순위를 버텨왔다. 이제는 정상화된 선발진과 살아난 타선이 불펜진의 짐을 덜어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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