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OPEC·OPEC+ 전격 탈퇴…사우디 주도 ‘오일 카르텔’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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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OPEC·OPEC+ 전격 탈퇴…사우디 주도 ‘오일 카르텔’ 균열

뉴스로드 2026-04-29 07:31: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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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석유회사 ADNOC/연합뉴스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석유회사 ADNOC/연합뉴스

[뉴스로드]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OPEC+(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10개국의 연대체)를 전격 탈퇴하기로 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해온 ‘오일 카르텔’ 체제에 중대한 균열이 생겼다. 산유량 기준 OPEC 내 3위 생산국인 UAE의 이탈은 중동 전쟁과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재편 중인 국제 원유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변수로 떠올랐다.

UAE 정부는 28일(현지시간) 국영 WAM 통신을 통해 “다음 달 1일부로 OPEC과 OPEC+에서 탈퇴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탈퇴 효력이 5월 1일부로 발생함에 따라, UAE는 수십 년간 묶여 있던 산유량 쿼터에서 벗어나 자국 정책에 따른 독자 증산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열었다.

UAE 정부는 성명에서 “이번 결정은 UAE의 장기 전략과 경제 비전, 국내 에너지 생산에 대한 투자 가속을 포함하는 에너지 구성의 변화를 반영한다”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책임감 있고 신뢰할 수 있으며 미래 지향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OPEC의 집단 결정 구조에서 벗어나겠지만, 시장 교란이 아닌 ‘책임 있는 증산’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던진 셈이다.

수하일 무함마드 알마즈루에이 UAE 에너지 장관은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OPEC과 OPEC+를 탈퇴함으로써 이들 그룹이 부과하는 (산유량) 의무에서 벗어나 유연성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를 포함해 어떤 나라와도 탈퇴와 관련해 (사전에) 직접 협의하지 않았다”고 밝혀 이번 결정이 사우디와의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졌음을 분명히 했다.

OPEC과 OPEC+는 그간 국제 유가를 조절하기 위해 회원국별 산유량 할당량을 설정해 생산을 제한해 왔다. UAE의 탈퇴는 이러한 집단적 생산 규율을 거부하고, 향후 산유량을 자국의 에너지·경제 전략에 맞춰 자율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 UAE 정부도 “탈퇴 이후에도 UAE는 계속 책임감 있게 행동할 것”이라며 “원유 시장의 수요와 여건에 맞게 점진적이고 신중한 방식으로 추가 산유량을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OPEC 자료에 따르면 전쟁 전 UAE의 산유량은 하루 평균 약 340만 배럴 수준이었다. 업계에선 UAE의 실질적인 산유 능력이 이보다 약 100만 배럴 더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걸프 산유국 전반의 수출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UAE는 호르무즈를 우회할 수 있는 푸자이라 수출항을 보유하고 있어 물리적 수송 경로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 이 같은 인프라를 감안하면, OPEC 쿼터에서 벗어난 UAE가 산유량만 늘린다면 새로운 수출 시장을 공격적으로 개척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이번 탈퇴는 사우디와 UAE 간 안보·경제 마찰이 누적돼온 흐름 속에서 나왔다. 두 국가는 ‘걸프의 형제국’으로 불려왔지만, 예멘·수단·리비아·소말리아 내전에서 서로 다른 진영을 지원하며 사실상 대리전을 벌여왔다. 특히 지난해 12월 예멘에서는 사우디가 UAE의 지원을 받는 남부 분리주의 세력을 공습하면서 양측이 군사 충돌 직전까지 치달았고, UAE가 병력을 철수하면서 가까스로 사태가 봉합된 바 있다.

경제적으로도 양국은 미묘한 경쟁 관계로 변했다. 그간 걸프 지역의 투자·교역·관광 허브는 두바이를 앞세운 UAE가 선점해왔지만, 사우디는 ‘비전 2030’이라는 대규모 탈석유 프로젝트를 내세워 금융·물류·관광 허브를 자국으로 끌어들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우디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UAE가 누려온 경제적 위상이 잠식되는 양상도 감지된다.

이런 가운데 UAE가 중동 전쟁 와중에 OPEC 탈퇴라는 중대 결정을 발표한 것은, 사우디의 영향권에서 한 발 더 떨어져 독자 노선을 분명히 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읽힌다. 2019년 카타르가 OPEC를 탈퇴하며 에너지뿐 아니라 외교·안보 정책 전반에서 사우디와 거리를 둔 것과 유사한 수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결정은 미국과의 관계,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OPEC 공세와도 맞물려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OPEC을 겨냥해 “유가를 올려 전 세계를 뜯어먹는다”고 맹비난하며, 석유 카르텔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저유가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로이터 통신은 “UAE의 탈퇴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승리”라며, OPEC의 결속 약화가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와 맞아떨어진다고 평가했다. UAE가 대미 외교에서 사우디와는 다른 선택지를 택할 여지가 커졌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걸프협력회의(GCC)의 결속력에도 이번 결정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GCC는 사우디, UAE 등 걸프 6개 산유국이 아랍·이슬람·산유국이라는 공통 분모를 바탕으로 유럽연합(EU)과 유사한 지역 공동체를 지향해온 연대체다. 그러나 앞서 카타르가 독자 노선을 강화한 데 이어, 사우디와 UAE 간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UAE의 OPEC 탈퇴는 걸프 내부 균열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조치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이번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은 GCC 회원국들은 안보·국방에서 ‘각자도생’해야 하는 냉엄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드러난 에너지 수송 리스크, 역내 내전과 대리전이 반복되는 불안정한 안보 환경 속에서, UAE는 산유 정책부터 외교·안보 전략까지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OPEC 탈퇴 선언은 그 독립 노선의 상징적 출발점이자, 사우디 중심 질서에 대한 공개적인 이탈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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