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UAE 정부가 국영 WAM 통신을 통해 OPEC 및 OPEC+ 탈퇴를 공식 발표했다.
12개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원유를 생산하는 국가가 카르텔을 떠나면서, 국제 유가를 좌우해온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의 석유 동맹이 심대한 균열을 맞게 됐다.
장기 국가 전략과 경제 비전, 자국 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 등 정책 방향 전환이 이번 결정의 배경이라고 UAE 측은 설명했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신뢰받는 미래 지향적 행위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도 함께 밝혔다.
탈퇴 직후 원유 생산량 확대 방침도 예고됐다. 수하일 무함마드 알마즈루에이 에너지 장관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산유량 할당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강조하며, 사우디를 포함한 어느 국가와도 사전 협의 없이 독자적으로 결정했음을 분명히 했다.
회원국에 생산 쿼터를 부과해 국제 유가를 조절해온 OPEC·OPEC+ 체제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자체 정책에 따라 산유량을 결정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다만 UAE 정부는 시장 수급 상황을 고려해 점진적이고 신중하게 추가 물량을 공급하겠다며 책임 있는 행동을 약속했다.
걸프 지역의 '형제국'으로 불려온 사우디와의 경쟁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예멘·수단·리비아·소말리아 내전에서 양국은 서로 다른 세력을 후원하며 대리전 양상을 보여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예멘에서 UAE가 지원하는 남부 분리주의 세력을 사우디가 공습하면서 군사 충돌 직전까지 치달았으나, UAE 측의 철수로 가까스로 봉합된 바 있다.
경제 영역에서도 미묘한 긴장이 감지된다. 두바이를 앞세워 걸프 지역 투자·무역·관광의 중심지 역할을 해온 UAE의 입지를, 탈석유 프로젝트 '비전 2030'을 추진 중인 사우디가 잠식하고 있는 형국이다.
중동 전쟁이 한창인 시점에 탈퇴를 발표한 배경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걸프 산유국들의 수출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제 원유 시장이 재편되자, UAE는 생산량 제약에서 벗어날 기회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걸프 국가들과 달리 UAE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푸자이라 수출항을 보유해, 증산만 이뤄지면 새로운 시장 개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OPEC 자료 기준 전쟁 이전 UAE의 하루 평균 산유량은 약 340만 배럴이었으며, 실제 생산 능력은 여기에 약 100만 배럴을 더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2019년 카타르가 OPEC을 떠나며 에너지뿐 아니라 외교·안보 전반에서 사우디 영향권을 이탈한 전례처럼, UAE 역시 독자 노선을 공식화한 셈이다.
석유 카르텔이 고유가로 전 세계를 착취한다며 맹비난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됐다. 로이터 통신은 UAE의 탈퇴를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로 해석했으며, 대미 관계에서도 UAE가 사우디와 차별화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걸프 6개국 연대체인 걸프협력회의(GCC)의 결속력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아랍·이슬람권 산유국이라는 공통 기반 위에 유럽연합(EU)급 지역 공동체를 모색했던 GCC는, 카타르의 독자 노선 강화에 이어 사우디-UAE 갈등까지 심화되는 상황을 맞았다. 이번 전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회원국들이 안보·국방 분야에서 각자도생의 현실과 마주하게 됐고, UAE의 이번 결정은 그 연장선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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