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유류 가격 안정 조치에도 불구하고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에 근접할 것이라는 해외 투자은행의 전망이 나왔다. 에너지 가격 상승을 중심으로 수입·생산자물가 부담, 반도체 가격 상승까지 겹치며 복합 인플레이션 국면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네덜란드계 글로벌 투자은행 ING Group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최소 0.7%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약 2.8% 수준으로, 202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하게 된다.
ING는 정부의 유류세 인하와 석유 최고가격제 등 정책이 단기적으로 휘발유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데는 효과가 있었지만,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제유가가 급등했음에도 국내 석유류 가격 상승폭은 제한됐지만, 항공료·여행비·물류비 등 서비스 가격은 이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파이프라인 물가’ 상승이 본격화되고 있는 점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상승이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로 전가되는 구조상, 향후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3월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1.6% 상승해 약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수입물가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서비스 물가 상승도 부담 요인이다. 최근 개인서비스를 중심으로 3%대 상승률이 이어지며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는 에너지 가격 충격이 단순히 유가에 그치지 않고 생활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이른바 ‘칩플레이션’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글로벌 AI 투자 확대와 수요 증가로 반도체 가격이 오르면서 스마트폰, 노트북, 가전제품 등 내구재 가격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ING는 에너지발 인플레이션의 영향이 올해 2~3분기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생산과 AI 투자에도 영향을 미쳐, 반도체 산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가격 억제 정책과 함께 구조적인 물가 상승 요인에 대응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에너지, 공급망, 첨단 산업까지 복합적으로 얽힌 이번 인플레이션은 단순한 유가 문제가 아닌 ‘복합 비용 상승’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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