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핵협상은 나중으로 미루자고 미국에 제안했다는 보도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해져 빠른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이란이 최근 벌이고 있는 역내외 광폭 외교가 미국 설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 상황실 회의 내용을 잘 아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전쟁을 끝내자는 이란의 가장 최근 제안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참모들에 말했다고 보도했다. 협상 세부내용에 정통한 미국 및 이란 당국자들에 따르면 해당 제안은 미국에 해상봉쇄 종료를 촉구하지만 이란 핵 프로그램 문제는 뒤로 미뤄 놨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제안에 불만족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미 당국자는 이를 받아 들이면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를 부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 CNN 방송도 트럼프 대통령이 27일 고위 국가안보 당국자들과의 회의에서 일단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고 핵 프로그램은 추후 협상으로 미루자는 이란 쪽 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사안에 정통한 두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 명분으로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 처리, 핵농축 금지 등 이란 핵무기 보유 가능성 제거를 주요하게 꼽아 온 터라 보도된 이란의 새 제안이 쉽게 수용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루비오 장관은 27일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이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추측하지 않겠다. 핵 문제가 우리가 애초에 이 사안에 뛰어든 이유라는 점만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주장해 왔다는 걸 감안할 때 새 제안의 '호르무즈 재개방'이 제한이나 통행료 없는 자유 항행을 보장하는 것인지 불분명해, 해협 문제를 우선 의제로 삼더라도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루비오 장관은 폭스뉴스에 "해협 개방이 '해협은 당신이 이란에 협조하는 한 개방된다. 허락을 받지 않으면 당신을 날려 버리겠다. 그리고 우리에게 통행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라면 그건 개방이 아니다"라며 "거긴 국제수로다. 이란은 누가 국제수로를 이용할지, 그리고 이를 이용하기 위해 얼마를 내야 하는지 결정하는 체계를 정상화할 수 없고 우린 그 정상화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핵협상을 나중으로 미루자는 구상은 현재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신문은 이란이 미국의 핵 프로그램 20년간 중단 및 440kg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 인도 요구를 거부하고 25일 파키스탄에 5년간 농축 중단 및 이후 실험실에서 5년간 초저농축 민간용 농축을 역제안했지만 미국이 이를 거부하자 우회로를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이란 광폭 외교는 새 제안 지지 확보 시도?…트럼프 움직일 수 있을까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은 최근 이란의 분주한 외교 활동 또한 새 제안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봤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24일부터 파키스탄, 오만, 러시아 순방길에 올랐고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튀르키예(터키), 프랑스 등 역내외 국가들과의 통화도 이어갔다.
석유 수출길이 막힌 걸프국들로선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최우선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또 이란은 이번 전쟁 중 이들 국가 에너지 시설 등에 공격을 퍼부어 역내 국가들로서도 종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알자지라는 이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집권 당시인 2018년 이란 핵합의(JCPOA)를 일방적으로 파기했을 때, 이란이 이를 막을 보증국이나 지역적 지지기반 없이 홀로 남겨졌던 데서 교훈을 얻어 지역 외교를 강화 중이라는 시각도 제시했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전략연구소의 타이무르 칸 연구원은 방송에 "JCPOA 참여국이었던 유럽국들 역시 위기 상황에서 신뢰할 수 없다"며 "아라그치 장관의 행보는 외교적 안전망을 구축하고 긴장 고조를 막을 수 있는 폭 넓은 지지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위험 회피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을 보면 아라그치 장관은 2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 대통령과 회담에서 양국 관계, 지역 현안, 미국과의 전쟁 등이 상세히 논의됐고 이란과 러시아 협력에 대한 매우 좋은 구상들이 논의됐다고 밝혔다.
러 <타스> 통신은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로부터 지난주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히고 하메네이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한다"고 아라그치 장관에 전했다고 보도했다. 하메네이는 최고지도자직에 오른 뒤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건강 이상 의혹을 받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란인들이 주권을 위해 "용감하고 영웅적으로" 싸우고 있다고 평가하고 중동 평화가 "가능한 빨리 달성되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이란 테헤란에 기반을 둔 분석가 자바드 헤이란니아는 알자지라에 아라그치 장관이 러시아 방문에서 광범위한 외교와 더불어 "농축 우라늄 비축분 및 이란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문제" 등 보다 구체적 주제를 논의하려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 국무 "이상적 결과는 레바논에 이스라엘 주둔 필요 없는 상황"…영구 점유 시도 경계
한편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영토 10km가량 파고 들어간 지점까지 이른바 '완충지대'를 설정한 가운데 미국에서 이 지역 영구 점유 시도를 경계하는 발언이 나왔다. 루비오 장관은 27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레바논에 완충지대를 무기한 유지하는 구상에 열려 있냐는 질문을 받고 "아니다. 이스라엘이 그걸 무기한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이어 "이상적 결과는 이스라엘 주둔이 필요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영구적으로 주둔하길 원하지 않는다"며 "장기적으로 볼 때 이스라엘은 레바논 영토에 대한 주장을 한 적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스라엘 극우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지난달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를 합병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25일 CNN은 위성사진 분석 결과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서 불도저를 동원해 건물을 허물고 마을 전체를 철거하는 초토화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방송은 대부분 주택으로 보이는 수백 채의 건물이 완전히 파괴되거나 거주 불가능하게 됐고 이 작업이 휴전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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