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미국 공화당 의원들이 '미국 기업 쿠팡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중단하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온 것을 두고 "법치주의, 주권평등, FTA 정신 모두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한 의장은 28일 오전 국회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서한은 애플·쿠팡·구글·메타를 차별받는 피해기업으로 나열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 기업들이 한국에서 받은 규제는 차별이 아니라 법 위반에 대한 동등한 적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 의장은 "서한을 보낸 공화당 의원들의 주장은 '미국 기업은 외국에서도 자국법보다 느슨한 기준을 적용받아야 한다'는 논리에 귀결된다"며 "이는 법치주의, 주권평등, FTA 정신 모두에 위배된다"고 꼬집었다.
한 의장은 "한국의 제재 수준은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이나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제재보다 오히려 낮으며, 동일한 법이 국내외 기업에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 법적·제도적으로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한 의장은 구체적으론 2022년 구글과 메타가 개인정보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사례를 들어 "기업들은 이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해 1월 서울행정법원은 개인정보위의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고 했다.
그는 "애플의 경우 앱스토어 인-앱 결제 강제 관련 시정 조치는 한국의 공정거래법에 따른 것이며, 동일한 이유로 미국 내에서도 반독점 소송이 이미 진행 중이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서한에서의 주장은 법치주의와 주권원칙을 스스로 내세우면서도 동시에 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요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론 일관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한 의장은 "한국 정부가 자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법을 위반한 기업을 조사·수사하는 건 주권국가의 정당한 권리"라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미국에선 공화당 소속 54명의 하원 의원이 강경화 주미대사 앞으로 '쿠팡 차별' 관련 내용을 담은 항의 서한을 보내 국내에서 논란이 된 바 있다.
민주당·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의원 90여 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측 서한은) 주권국가의 법치 질서를 근본부터 흔드는 일"이라고 비판하며, 이에 대한 항의 서한을 주한 미대사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조치는 적법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쿠팡에 대한 조사 및 조치는 우리 국내법과 적법 절차에 따라서 이뤄지고 있으며, 국적과 무관하게 비차별적으로 진행된다"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쿠팡 이슈가 한미 간의 안보 논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관리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는 기본적으로 미측과 소통이나 협의 과정에서 안보 논의는 쿠팡 사항과 별개로 진전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계속 이런 부분을 미국과도 이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에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이 우리 주미 (대한민국) 대사 앞으로 또 연명서한을 보냈는데 이에 대해 답신 발송을 관계부처와 협의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쿠팡 문제가 핵추진잠수함이나 핵연료 재처리, 농축 등 안보 사안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기보다는, 한미 간 협의 과정의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미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개별 의원들의 인식 상황이 다른 만큼, 보다 적극적이고 폭넓게 정부 입장을 알리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 상황이 미국에 대한 투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냐는 질문에 이날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대미 투자는 이와 무관하게 진행된다"라며 "구체화되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편 한 의장은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국내 경제 여파와 관련해선 "5월 중에 지난해 월 평균 원유도입량의 87% 수준인 7462만 배럴을 확보했고, 미주·아프리카 등으로부터 추가물량 확보, 항로 다변화 등 중동 위기에 철저히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의장은 "코스피가 6600선을 돌파하고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6천조를 넘어서는 등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우리 경제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며 "정부·여당은 중동 위기로부터 국민을 지키고 위기 극복을 넘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천준호 원내대표 직무대행도 이날 회의에서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중동 상황에 차질 없이 대응하고 있다"며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민생안정과 경기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민생대책이 빈틈 없이 집행되도록 현장을 꼼꼼히 살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주사기 매점매석' 등에 대한 엄중 처벌을 지시한 것을 두고도 "중동 위기를 틈타 담합이나 사재기로 부당이익을 얻으려는 시도"라며 "민주당은 위기 상황을 악용한 불법 ·부당 행위가 없도록 정부와 함께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