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헌법재판소법 시행 후 최초로 전원재판부에 회부되는 재판소원 사건이 등장했다. 제약업체 녹십자가 대법원을 상대로 제기한 재판취소 헌법소원이 그 주인공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28일 지정재판부 평의를 거쳐 해당 사건을 9인 전원재판부 심리 대상으로 결정했다.
지난 3월 12일 재판소원 조항이 포함된 개정법이 공포·시행된 이래 약 45일 만의 일이다. 같은 기간 접수된 525건 중 전원재판부까지 올라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사전심사를 거친 266건 가운데 단 1건을 제외한 265건은 모두 각하 처리됐다.
사건의 발단은 질병관리청이 2017년 4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실시한 HPV4가(가다실) 백신 구매입찰 3건이다. 국내 백신 공급 공동판매사인 녹십자는 도매상을 형식적 참여자로 동원해 1순위 낙찰을 따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행정소송으로 불복했으나 서울고등법원이 작년 10월 청구를 기각했고, 올해 2월 12일 대법원 역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상고를 물리쳤다.
흥미로운 점은 동일한 입찰 건에 대한 형사재판 결과가 정반대라는 사실이다. 대법원 형사부는 작년 12월 녹십자 등 관련 업체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입찰 구조 자체에 실질적 경쟁 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판단이었다. 반면 행정소송에서는 과징금 처분의 적법성이 인정된 것이다.
녹십자 측은 지난달 16일 재판소원을 청구하면서 형사판결과 모순되는 해석을 채택한 원심을 대법원이 실질 심리 없이 확정한 것은 재판청구권과 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2심 판결에 법리적 오류가 없다고 보고 본격 심리를 생략하는 심리불속행 제도는 1994년 도입됐으나, 구체적 기각 사유가 판결문에 명시되지 않아 당사자들의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현재 민사·가사·행정 사건의 70% 이상이 이 방식으로 종결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헌재가 심리불속행 제도의 헌법적 정당성을 본격 검토하게 됐다는 점에서 법조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헌재는 피청구인인 대법원장에게 전원재판부 회부 사실을 알리고 답변을 요청했으며, 재판 당사자인 공정위에도 의견 제출을 요구했다. 법무부 장관에게도 별도 통지가 이뤄졌다.
다만 실무적 과제는 남아 있다. 법원행정처와 헌재는 사건기록 송부 방식을 두고 협의 중이지만, 보안 관련 이견으로 구체적 절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헌재가 최종적으로 해당 재판을 취소할 경우 후속 절차를 어떻게 운영할지도 아직 정해진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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