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한달 반만에 전원재판부로…형사무죄 녹십자, 과징금 소송은 패소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재판청구권 침해"…대법 심리불속행 제도 논쟁거리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확정재판을 취소할지 판단할 '1호 사건'이 지정됐다. 녹십자가 청구한 '백신 입찰 담합 과징금' 사건이다.
재판소원 조항이 담긴 개정 헌법재판소법이 지난 3월 12일 공포·시행된 지 약 한 달 반 만이다.
헌법재판소는 28일 헌법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 평의 결과 제약사 녹십자가 대법원을 상대로 낸 재판취소 사건(2026헌마716)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지난달 12일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전날까지 접수된 525건 가운데 이날 처음으로 전원재판부에 회부하는 사건이 나온 것이다.
이날까지 여섯 차례 사전심사에 회부된 총 266건 가운데 265건이 각하됐다.
녹십자는 국내 백신 공급시장의 공동 판매사로, 질병관리청이 2017년 4월∼2019년 1월 발주한 HPV4가(가다실) 백신 구매입찰 3건에서 도매상을 들러리로 세워 1순위로 낙찰을 받아 입찰 담합을 했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녹십자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으나, 서울고법은 작년 10월 청구를 기각했다.
녹십자가 재차 불복했으나 지난 2월 12일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상고를 기각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형사 사건을 제외한 소송에서 2심 판결에 법리적 잘못이 없다고 보고 본격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이는 백신 입찰담합 관련 형사 사건과는 상반된 결론이었다.
대법원은 녹십자를 포함한 제약·유통업체의 공정거래법 위반 및 입찰방해 혐의 사건에선 작년 12월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애초 입찰 구조상 '실질적 경쟁 관계'가 없었다는 게 형사재판 결론이었다.
반면 행정소송에서 서울고법은 과징금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고, 녹십자 측은 '원심(서울고법) 판결이 경쟁 제한성이 부정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형사판결과 상반된 해석을 하고, 공동행위의 경쟁 제한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상고했으나 대법원도 본격 심리 없이 패소 판결했다.
이에 녹십자 측은 지난달 16일 "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상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기각할 수 없는 사건임에도 기각해 재판청구권과 재산권 등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이번 사건으로 그간 재판 당사자들의 불만이 제기돼온 대법원 심리불속행 제도 운영에 대해 헌재가 정면으로 다루게 됐단 점에서도 관심이 쏠린다.
심리불속행 제도는 1994년 대법원 재판을 효율화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판결문에 구체적 이유가 기재되지 않아 당사자들의 불만이 나왔다.
민사·가사·행정 사건의 70% 이상이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된다.
헌재는 이번 사건에 대해 피청구인인 대법원장에게 전원재판부 회부 사실을 통지하고 답변을 요청했다.
재판 당사자인 공정위에도 회부 통지와 함께 의견을 요청하고, 법무부 장관에게도 회부 사실을 통지했다.
다만 당장 법원이 관련 사건기록을 헌재에 어떤 방식으로 송부할지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행정처와 헌재는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관련 협의를 이어 나가고 있으나 보안 문제 등에 대한 의견 차이 때문에 구체적 방식은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헌재가 전원재판부 심리 끝에 재판을 취소할 경우 후속 절차를 어떻게 진행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al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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