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이너뷰티 시장이 폭발적 성장을 기록하며 기업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이 가파른 성장세의 동력이 제품의 ‘실체적 효능’보다 노화에 대한 공포·기대를 자극한 소비 구조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먹는 화장품’ 성분은 제품 구성의 특성상 섭취 시 체내 분해 과정을 거치므로 특정 부위에 직접 작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 결국 소비자의 높은 기대치와 실제 생리적 효능 간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셈이다.
28일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국내 이너뷰티 시장이 지난 2019년 7000억원대에서 지난해 2조원 규모로 확대된 것으로 추산된다. 6년 만에 약 3배 성장한 셈이다. 화장품이나 시술보다 진입 장벽이 낮고,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 확대를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피부 탄력·미백·주름 개선 등 노화 관련 키워드가 전면에 배치되며 ‘관리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불안 심리도 시장 성장의 한 축으로 작용했다.
해외 역시 비슷한 양상이다. 이베이재팬이 운영하는 큐텐재팬에서 발표된 지난 2월 이너뷰티 카테고리 판매량을 보면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K이너뷰티 판매량은 90% 늘며 전체 성장을 견인했다. 지난해 매출도 전년 대비 약 60% 늘어났으며, 전체 이너뷰티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문제는 시장의 가파른 성장 속도와 달리 일부 제품의 효능 인식이 과학적 작용 방식보다 마케팅 언어에 더 기대고 있다는 점이다. 노화와 피부 변화를 전면에 내세운 뒤 특정 성분 섭취를 해결책처럼 제시하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소비자의 불안이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이너뷰티는 단순 보조제가 아니라 ‘노화 대응 수단’처럼 소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효능 자체보다 효능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하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그러나 실제 인체 작용은 이보다 복합적이다. 우리 몸은 음식을 원형 그대로 흡수하지 않는다. 탄수화물은 포도당, 단백질은 아미노산, 지방은 지방산 형태로 분해된 뒤 흡수된다. 콜라겐이나 글루타치온 역시 섭취 후 그대로 피부에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소화 과정에서 아미노산 단위로 분해된 뒤 체내 필요에 따라 활용된다.
이 때문에 특정 성분을 먹는다고 곧바로 피부 탄력이나 미백 효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분 자체는 피부 개선 이미지와 결합돼 소비되지만, 실제 인체 내 작용은 훨씬 복합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콜라겐 합성만 해도 아미노산뿐 아니라 비타민C, 미네랄, 수면, 생활습관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한다. 특정 성분 하나를 강조하는 방식은 소비자가 효능을 과도하게 단순화해 받아들이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알부민 제품을 둘러싼 논란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알부민은 혈액 내 단백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체액 균형 유지와 물질 운반에 관여하는 중요한 성분이다.
다만 먹는 형태로 섭취하면 대부분 소화 과정에서 분해되기 때문에, 실제 치료 목적에서는 주사제로 투여된다. 먹는 알부민을 피부나 건강 개선 성분처럼 내세우는 마케팅에 한계가 제기되는 이유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특별시 강남구 소재의 한 피부과 전문의는 “최근 먹는 레티놀 등 제품의 실제 효과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섭취를 통해 체내로 성분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실제로 해당 성분이 피부까지 도달하는 비율은 매우 제한적. 섭취량 대비 피부에 작용하는 양은 극히 미미한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이 같은 생리적 한계가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너뷰티 제품은 성분의 존재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해당 성분이 체내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흡수되고 실제 피부 개선과 어떤 연관을 갖는지는 상대적으로 덜 설명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성분이 들어 있다’에 가까운 제한적 가능성이 확정적 효능처럼 소비될 여지가 생긴다.
여기에 SNS 기반 후기 마케팅은 이 같은 정보 비대칭을 더욱 심화시킨다. 전후 사진, 루틴 영상, 체험 후기는 소비자에게 강한 설득력을 갖지만 객관적 효능 검증과는 별개의 영역이다. 광고와 개인 경험담의 경계가 흐려진 상태에서 소비자는 일부 사례를 일반화해 받아들이기 쉽다. 특히 이너뷰티는 단기간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검증보다 기대가 소비를 유지시키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효과 체감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 반복 구매를 유도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피부 개선은 개인의 식습관, 수면, 유전적 요인 등 개인차가 큰 영역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꾸준히 먹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붙으면 소비자는 명확한 변화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섭취를 이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비용은 누적되지만 효과 판단은 개인 체감에 맡겨지는 셈이다.
실제 전문가들은 이너뷰티 제품을 ‘즉각적인 효과’보다 ‘보조적 관리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단기간 섭취로 눈에 띄는 변화를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영양 보충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특정 성분 하나의 효과라기보다 식습관, 수면, 운동 등 생활 전반이 함께 작용하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단일 제품으로 효능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 시내 한 약국을 운영하는 B씨는 “먹는 콜라겐이나 글루타치온 제품은 일정 기간 이상 꾸준히 섭취해야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이 역시 개인의 생활습관이나 건강 상태에 따라 차이가 크고, 특정 성분 하나만으로 효과를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조제에 가까운 개념으로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너뷰티 시장이 효능 자체보다 ‘효능에 대한 기대’, 나아가 ‘노화에 대한 불안’을 기반으로 확장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 힘을 싣는다. 성분의 생리적 한계, SNS 기반 정보 확산, 장기 섭취를 전제로 한 소비 구조가 맞물리면서 시장은 커졌지만 그만큼 정보 비대칭과 과장된 효능 인식이 주요 리스크로 부상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기에 제품 효능보다 마케팅이 소비를 견인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특히 이너뷰티 제품 상당수가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이 아닌 일반 가공식품 형태로 유통되면서 기능성에 대한 검증이나 광고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성분이나 효능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노화 개선’ ‘피부 개선’ 등 메시지가 과도하게 확장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먹는 화장품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이 아닌 일반 가공식품 형태로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경우 별도의 허가나 광고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효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마케팅이 과도하게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화 개선과 같은 표현은 원래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돼야 하는데, 이를 우회적으로 강조하면서 소비자에게는 마치 기능성이 있는 것처럼 인식될 수 있다”며 “현재처럼 개념 중심으로 시장이 확대되기보다는 기능성과 검증 기준을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으며, 관련 가이드라인이 부재할 경우 과장 광고나 정보 왜곡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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