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이 275조 원 규모로 급성장하며 오픈마켓이 필수 유통 채널로 자리 잡은 가운데, 쿠팡과 네이버 등 주요 플랫폼이 자사 이익을 위해 운용해온 불공정 약관에 제동이 걸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7일 주요 오픈마켓 7개사의 약관을 심사해 부당한 면책 조항 등 11개 유형의 불공정 조항을 시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쿠팡은 11개 유형 중 결제 방식 일방 변경'을 포함한 9개 항목에서 불공정성이 적발되어 업계 최다를 기록했다.
쿠팡 '유상머니 소멸' 5년 만에 시정 및 9개 불공정 항목 적발
가장 큰 논란이 된 것은 쿠팡의 '쿠페이머니' 소멸 조항이다. 쿠팡은 2020년 8월부터 회원이 탈퇴하면 무상 포인트뿐만 아니라 유상으로 충전한 잔액까지 모두 소멸하도록 규정해 왔다. 공정위는 이를 계약 해지 시 잔여 가치를 반환해야 하는 원상회복 의무를 위반한 현저히 부당한 조항으로 판단했다.
이에 쿠팡은 5년 넘게 유지해온 이 약관을 고쳐, 유상 충전 수단은 환불 절차를 거치도록 수정하기로 했다. 다만 약관 심사의 특성상 문헌을 중심으로 검토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해당 조항으로 사업자가 얻은 구체적인 이익 규모나 실질적인 피해액을 산정하는 데는 한계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이외에도 ▲개인정보 유출 시 사업자 부당 면책 ▲이용자 동의 없는 결제 방식 변경 ▲판매대금 정산의 자의적 보류 ▲분쟁 시 관할 법원을 쿠팡 소재지로 고정하는 조항 등 소비자 권익과 입점업체의 정산 권리를 침해하는 총 9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이 적발되어 시정 조치를 받았다.
개인정보 보안 책임 명확화 및 입점업체 정산 · 소송 권리 보호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플랫폼의 책임 회피 시도도 차단된다. 쿠팡과 네이버, G마켓 등은 제3자의 해킹이나 악성 프로그램 유포로 인한 손해 발생 시 사업자의 과실 유무와 관계없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약관을 운용해 왔다. 이는 개인정보처리자가 고의 · 과실 없음을 직접 입증해야 하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오픈마켓 사업자는 방대하고 민감한 개인정보를 보관할 의무에 맞게, 사고 발생 시 자신의 귀책 사유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면책 범위가 제한된다.
입점업체의 자금 흐름을 압박해 온 정산 보류 조항도 개선된다. 그동안 쿠팡, 컬리, 11번가 등은 '신용카드 부당 사용 확인' 등을 이유로 최대 60일간 자의적으로 정산을 미룰 수 있었다. 앞으로는 정산 보류 사유를 법령 위반 등 객관적이고 불가피한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
아울러 플랫폼이 중개자라는 이유로 서비스의 정확성에 대한 책임을 일률적으로 면제하거나, 분쟁 시 관할 법원을 사업자 소재지로 못 박던 관행도 수정된다. 각 사업자는 자진 시정안을 제출했으며, 이르면 내달 초부터 개정 약관이 적용된다.
공정위는 시정 명령 불응 시 검찰 고발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곽고은 공정위 약관특수거래과장은 "플랫폼 규모에 걸맞은 책임성을 제고해 이용자 권익을 두텁게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폴리뉴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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