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장애인 의무고용제의 실효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이 장애인을 채용할 때 발생하는 추가 비용에 비해 미고용 시 부담금 수준이 낮아 제도가 실질적인 고용 확대보다는 부담금 납부를 택하게 만드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숭실대 산학협력단이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2025년 장애인고용기업 추가비용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장에서 장애인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추가 비용은 123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추가 비용은 시설·장비 확충 등에 쓰이는 특별비용과 생산성 저하에 따른 손실비용으로 나뉜다. 특별비용은 월 30만9000원, 생산성 손실비용은 92만8000원이다.
반면 법정 부담금 산정 기준이 되는 부담기초액은 125만8000원으로, 두 비용의 격차는 2만1000원에 그쳤다. 사실상 비용 차이가 크지 않은 구조로, 기업 입장에서는 관리·행정 부담까지 고려할 경우 장애인 고용보다 부담금 납부를 선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해 도입된 해당 제도는 1991년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근거해 시행됐다. 장애인 고용 의무는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며 부담금은 100인 이상 사업장부터 부과된다.
당초 부담금은 불가피하게 장애인을 고용하지 못한 기업이 이를 대신해 납부하는 일종의 공적 비용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업들이 이를 사실상 정기적으로 지출하는 고정비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장애인고용부담금 징수 현황을 보면 지난해 누적 수납액은 8862억2200만원에 달했다. 최근 5년간 징수 규모가 7000억원대에서 8000억원대 후반을 오르내리며 큰 변동 없이 유지되고 있어 제도가 사실상 고착화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법정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공공부문 3.8%, 민간부문 3.1%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부담금을 지불하면서 고용 의무를 상습적으로 외면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공표한 ‘장애인 고용 저조 및 개선 노력 미이행 사업체’를 보면 319곳 가운데 158곳은 3년 연속, 113곳은 5년 연속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심지어 10년 연속으로 명단에 포함된 사업체도 51곳이나 됐다.
기업들이 장애인을 고용하는 대신 납부를 택하는 가장 큰 현실적 장벽으로는 ‘직무 발굴’이 지목된다. 지난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기업체장애인고용실태조사’에서 장애인 미고용 사유로 기업 40%가 “적합한 직무가 부족하거나 찾지 못해서”라고 응답했다. 그 외 채용 후 인사관리가 어려울 것 같아서(9.4%), ‘사업주, 관리자, 동료 등이 채용에 대해 소극적’(8.5%), ‘장애인 근로자의 생산성이 낮을 것 같아서’(6.8%) 등도 있었다.
현행 제도 설계의 한계도 지적된다. 장애인을 전혀 고용하지 않은 경우에만 미고용 인원 1인당 부담금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부과되고 일부라도 고용하면 1인당 부담 단가가 크게 낮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제도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정부는 제도 개선에 나섰다. 지난 20일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은 ‘제46회 장애인의 날’을 맞아 고용노동부에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것을 지시했다. 또 고질적 반복·미이행 사업장에 대한 부담금 가중 및 미이행 비율에 따른 단계적 상향 등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도 요청했다.
다만 부담금을 큰 폭으로 인상할 경우 기업의 비용 부담이 과중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장애인 의무고용제 전반을 재검토해 기업 부담과 고용 유인을 균형 있게 반영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노동계는 부담금 상향, 점검 강화 등을 통해 고용의무제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직장갑질119는 지난 20일 ‘일터 장애인’에 관한 설문조사를 발표해 “장애인 고용이 부담금으로 대체되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미이행 사업장에 대한 부담금을 단계적으로 상향해야 한다”며 “반복 미이행 사업장에는 추가 가중과 함께 이행계획 제출, 정기 점검 등 사후관리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14일 발간한 ‘장애인 고용부담금 관련 국내외 정책과 입법 동향 분석’을 통해 “정부의 의무고용률 상향 계획과 달리 최근 민간기업의 의무고용이행률이 감소 추세이고 장애인고용률 상승세도 둔화되고 있으므로 민간기업의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방안 검토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에 △기업 규모별 차등 적용 △완전미고용기업 이행 유도 △고용 의무 이행 방식 다양화 등을 제안했다.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전지혜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기업 규모 등을 고려해 부담금을 정교하게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며 “장애 여성의 고용률이 남성에 비해 낮은 현실을 고려해 중증장애인 ‘더블카운트’ 하는 것처럼 여성 장애인 고용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단순 채용 인원 확대가 아니라 중간관리직 채용 등 고용의 질적 수준을 반영해 부담금 기준을 설계할 경우, 장애인의 승진 기회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 개편의 방향은 ‘양’보다 ‘질적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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