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건물주, 유족에 인계 의사 밝혀…"7월 내 이전해야"
해체·이전 비용에 수천만∼수억원 예상…"공공이 나서주길"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그동안 멸실된 것으로 알려졌던 '민중 판화가' 오윤(1946∼1986)의 구의동 테라코타 벽화 작품이 발견됐지만, 이 작품이 설치된 건물이 재건축될 예정이어서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28일 미술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구의동 지점 건물을 매각하면서 건물 내 가림벽 뒤에 숨겨져 있던 오윤의 테라코타 작품 존재를 확인했다. 테라코타는 점토를 빚고 구워 토기처럼 만드는 조형물로, 건축의 벽면 장식 등에 많이 사용된다.
오윤은 군 제대 후 1970년대 경주와 일산의 전돌 공장에서 흙을 다루던 중 당시 상업은행(우리은행 전신)으로부터 테라코타 부조 작품을 의뢰받았고, 구의동·종로4가·삼각지 지점에 테라코타 작품을 남겼다.
세 작품 중 종로4가 우리은행 금융센터 외벽에 설치된 작품은 아직 남아있지만, 삼각지 지점 작품과 이번에 확인된 구의동 작품은 멸실된 것으로 지금까지 알려졌다.
이번에 발견된 구의동 작품은 높이 약 3.5m, 길이 약 5m 크기의 벽 2개로 구성된 것으로 1974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갈색과 검은색 벽돌을 이용해 기하학적 문양이 입체적으로 펼쳐져 있다.
현재 종로4가에 있는 우리은행 금융센터 외벽에 설치된 테라코타 작품과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형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작품의 존재를 알게 된 새 건물주는 유족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작품 소유권을 넘겨주기로 약속했다. 다만 건물 재건축을 위해 7월 내 작품을 해체·반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제는 시간과 비용이 여의찮다는 점이다. 벽면에 부착된 대형 작품 특성상 이전·보존을 위해선 전문 인력과 장비,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해 유족의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술계에서는 작품을 이전하고 보수하는 데 수천만∼수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유족 측은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서울시립미술관 등 공공 미술관에서 이를 맡아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문화예술인을 지원하는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의 서인형 이사장은 "이 작품은 한국 현대미술의 자산이자 시민 모두의 자산이 돼야 할 작품"이라며 "결국 공공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소설 '갯마을'로 유명한 소설가 오영수의 아들인 오윤은 서울대 조소과 출신으로 40년의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1980년대 민중미술 부흥 시기를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의 작품은 민족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한국의 현실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의 목판화가 주를 이룬다.
군사정권 하의 혼란스러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고통받거나 소외당하는 평범한 민중의 이야기를 주제로 작업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했다.
오윤의 대표작 '칼노래'는 2018년 경매에서 7천500만원에 낙찰돼 당시 국내 판화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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