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정용 기자] 유통업계 전반을 강타한 AI(인공지능) 기술 도입 열풍이 소비자 보호 체계를 위협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압도적인 편의성 이면에 가려진 추천 알고리즘의 불투명성과 개인정보 수집 관리 우려 등 앞서 예기치 못했던 각종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불협화음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이커머스와 오프라인 채널들은 고객 접점 및 운영 시스템 전반에 AI 기술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유통시장 경쟁력이 고객·매장·AI·경험의 정교한 연결에 달려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유통사들은 AI 추천, 리뷰 요약, 챗봇 상담, 재고 및 배송 관리 등을 앞세워 소비자 편의와 운영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플랫폼 내 AI 추천 기능은 상품 노출 빈도와 구매전환율을 끌어올리는 수익 모델로 자리잡고 있다.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와 롯데온 등은 AI 추천 시스템 고도화 이후 뚜렷한 구매전환율 개선 효과를 보고있으며, 오프라인 채널인 CU 역시 AI 발주 시스템을 통해 결품률과 업무 소요 시간을 단축하는 등 실질적인 운영 효율 개선 사례를 입증했다.
리뷰와 물류 영역에서의 활용도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SSG닷컴은 식품 리뷰를 AI로 요약·분석해 소비자의 정보 탐색 부담을 줄이고 상품 품질과 배송 상태를 점검하는 지표로 활용 중이다.
AI 기술은 유통사의 매출과 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추천 기능은 소비자의 탐색 시간을 단축해 구매 가능성을 높이고, 재고·물류 시스템은 결품과 폐기 부담을 완화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상품 노출, 구매전환, 운영비 절감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인 셈이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유통업체의 AI 활용은 매출 확대와 비용 절감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진행된다”며 “검색 및 추천 기능은 상품 노출과 매출 확대에, 분류·재고 관리 시스템은 비용 절감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각각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기업 내부의 수익성 지표가 개선되는 모습과 달리 소비자 접점에서는 운영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어떤 알고리즘으로 상품이 추천되고 특정 후기가 요약되는지, 피해 발생 시 상담원 연결 기준은 무엇인지 소비자가 명확히 인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알고리즘을 활용한 맞춤형 추천은 검색 시간을 단축하나 추천과 광고성 노출 간의 경계가 모호해질 경우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에 혼선을 줄 여지가 있다. 리뷰 영역의 신뢰도 저하 문제도 짚어볼 부분이다. 체험단이나 협찬 등 대가성 후기가 일반 구매 후기와 혼재된 상태에서 AI 요약이 진행될 경우 결과물 자체가 다수의 객관적 평가인 것처럼 왜곡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고객 상담 자동화에 따른 사후 처리의 한계도 지적된다. 서울시가 올해 발표한 ‘온라인쇼핑 이용 소비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AI 챗봇 이용 시 ‘질문과 무관한 획일적 답변’과 ‘복잡한 문의에 대한 대응력 부족’을 주요 불편 요소로 꼽았다. 운영 효율을 위한 챗봇 도입이 오히려 신속한 문제 해결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우려도 뒤따른다. 추천 시스템의 고도화는 필연적으로 고객의 구매 이력과 검색 데이터 수집을 전제로 하는 만큼 소비자는 편의성을 얻는 대신 플랫폼에 일정 수준의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 통제권과 보안 기준을 엄격히 정립하지 않을 경우, 정보 유출 등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AI가 유통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동력으로 부상한 만큼 플랫폼 자체적인 안전망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투명한 추천 알고리즘 공개, 오인 후기 필터링 강화, 유연한 상담 전환 절차 마련 등의 자정 노력이 선행돼야 기술 도입의 실효성이 온전한 소비자 편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행동 패턴 분석을 통한 맞춤형 제시는 편의성을 높이지만, 사적인 구매 성향이 노출될 위험도 안고 있다”며 “서비스 고도화 과정에서 소비자의 프라이버시가 훼손되지 않도록 적절한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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