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한목소리 규탄 ‘눈길’
선거 폭력 제도 보완 시급
지난 27일 오전 8시 5분경 부산 금정구 구서나들목 인근에서 출근길 유세를 하던 개혁신당 정이한(38) 부산시장 후보가 지나가던 승용차 운전자의 음료 테러를 피하려다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져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는 부상을 입은 뒤 응급실에 입원해 있다. /정이한 캠프
[포인트경제] 부산시장 선거 유세 현장에서 후보가 음료수 공격을 받아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여야가 정치적 입장을 떠나 한목소리로 규탄에 나선 것은 성숙한 민주주의의 단면이다. 그러나 선거철마다 되풀이되는 폭력 앞에 규탄만으로는 부족하다. 건전한 선거 문화를 위한 실질적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 음료수 한 컵이 드러낸 민낯
지난 27일 오전 8시 5분경 부산 금정구 구서나들목 인근에서 출근길 유세를 하던 개혁신당 정이한(38) 부산시장 후보에게 지나가던 승용차 운전자가 음료를 뿌렸다. 정 후보는 갑작스럽게 날아온 음료를 피하려다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져 머리를 바닥에 부딪쳤다. 당시 운전자는 “어린놈의 ××가 무슨 시장이냐”라며 폭언을 하고 음료수를 정 후보 얼굴에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약 6시간 만인 오후 2시 20분경 금정경찰서는 30대 남성 A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신속한 검거였지만, 정 후보는 뇌진탕과 근좌상 소견으로 입원해 안정이 필요한 상태였다. 서진석 정이한 캠프 대변인은 2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많이 호전돼 별 이상 없으면 내일 오전 중에 퇴원할 것 같다”고 밝혔다. 가해자는 붙잡혔어도, 쓰러진 후보는 하루를 병원 침대에서 보내야 했다.
◆ 여야·현직 시장, 일제히 규탄
이번 사건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여야 정치권이 폭력 앞에서 한마음으로 연대했다는 점이다. 경쟁 후보를 가리지 않고 일제히 규탄 성명이 쏟아졌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후보자를 응원하지 않을 수 있지만 테러를 하는 것은 굉장히 미성숙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사건 당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혐오 정치와 정치 테러를 단호히 배격한다”며 “정당이나 정치적 견해, 나이 등을 이유로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3선 도전을 공식 선언한 국민의힘 박형준 시장은 출마 선언 자리에서 직접 위로의 뜻을 전했다. 박 시장은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조만간 위로 전화를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인 전재수 후보는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자행되는 정치 혐오와 테러는 우리 시민들이 쌓아온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부산의 선거가 품격과 상식을 지키는 과정이 되도록 앞장서서 책임 있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선거판의 직접 경쟁자들까지 한목소리를 낸 셈이다.
◆ 선거마다 반복, 억지력은 없다
정이한 후보 사건은 돌출적 사고가 아니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에서만 이미 현수막 훼손 사건이 잇따랐다. 부산 기장에서는 조국혁신당 정진백 기장군수 후보의 선거캠프 앞 현수막이 두 차례 훼손됐다. 지난 10일에는 사진 눈동자 부위에 불에 그을린 흔적이 발견됐고, 22일에는 얼굴 부분이 흉기로 찢겼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도 부산은 예외가 없었다. 부산 북구에서는 70대 남성이 민주당 소속 선거 사무원을 폭행해 체포됐고, 부산 학장동에서는 민주당 선거 벽보 2개가 훼손됐다. 새벽에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현수막도 훼손됐다.
선거 벽보나 현수막 등 선전시설을 훼손하면 공직선거법 제240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처벌 조항은 갖춰져 있다. 문제는 실제 억지력이다. 개혁신당 김성열 최고위원은 이번 사건의 배경으로 정치적 극단화를 지목했다. “1찍과 2찍으로 나라를 분단시키고 극단적인 사고만 강요하는 거대 양당이 책임을 져야 된다”고 직격했다. 지지와 반대를 ‘편 가르기’로만 소비하는 정치 문화가 폭력에 대한 심리적 허들을 낮춘다는 지적이다.
◆ ‘청년 정치’ 향한 이중의 폭력
이번 사건에는 또 다른 층위가 있다. 가해자가 내뱉은 “어린놈이 무슨 시장이냐”라는 말은 단순한 분노 표출이 아니다. 청년이 정치에 도전한다는 사실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며, 정치 참여의 다양화를 가로막는 세대 차별 의식이 폭력과 결합한 형태다.
국민의힘 손수조 미디어 대변인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파란 놈 소리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며 “새파란 사람들의 싱싱한 국회를 꿈꾼다. 이 담금질이 결코 허투루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년 정치인이기도 한 손 대변인의 글은 세대를 가로지른 공감으로 읽혔다.
이준석 대표가 “부산은 어느 때보다 젊음이 필요하다”고 반박한 것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38세 시장 후보에게 음료수를 던지는 행위는 특정 후보를 향한 테러이기 이전에, 새로운 정치 세대의 진입 자체를 막으려는 폭력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더 복잡하다.
◆ 규탄 넘어, 제도적 해법 찾아야
현행법상 후보를 향한 폭행은 공직선거법상 선거방해죄(제237조)와 형법상 폭행죄가 동시에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처벌 수위는 사안에 따라 들쭉날쭉하며, 예방보다는 사후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문가들은 유세 현장의 안전 관리 체계 강화와 함께, 선거 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법 조항의 문제가 아니라, 선거를 ‘경쟁’이 아닌 ‘전쟁’으로 인식하는 문화 자체를 바꾸는 일이다.
여야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목소리를 냈다면, 다음 단계는 공동의 제도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어야 한다. 규탄 성명은 쉽다. 다음 선거에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것이 진짜 정치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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