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한스경제 류정호 기자 | 프로농구 고양 소노의 챔피언결정전(7전 4승제) 진출은 갑자기 터진 봄의 기적이 아니었다. 출발점은 지난해 9월 대만 타이베이였다. 본지가 전지훈련 현장에서 만난 손창환 감독은 “단단하게 잘 만들고 싶다”고 했다. 거창한 청사진보다 팀을 무너지지 않게 만드는 기본, 선수들의 장점을 하나로 묶는 ‘융화’, 그리고 매일 쌓는 준비를 먼저 말했다. 7개월 뒤 그 집념은 소노의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로 돌아왔다.
소노는 27일 고양 소노아레나에서 열린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3차전에서 창원 LG를 90-80으로 꺾었다. 6강 PO에서 서울 SK를 3연승으로 돌려세운 데 이어 정규리그 1위 LG까지 3연승으로 눌렀다. 정규리그 5위 팀이 두 차례 시리즈를 모두 무패로 통과한 결과 자체가 이례적이다. 창단 첫 봄 농구였던 소노는 단 한 번도 지지 않고 챔피언결정전 무대까지 올라섰다.
손창환 감독의 이력은 KBL의 익숙한 성공 공식과 거리가 멀다. 현역 시절 4시즌 통산 22득점에 그친 무명 선수였다. 은퇴 뒤에는 구단 홍보팀, 전력분석원, 코치를 거쳤다. 감독 자리에 오르기까지 ‘스타 출신’ 프리미엄은 없었다. 대신 긴 시간 코트 밖에서 경기를 읽었고, 선수단 안에서 신뢰를 쌓았다. 과거 구단 운영난 속에서 월급이 밀리자 반도체 관련 제작, 설치 일을 4~5일 정도 나가며 일당을 모아 선수들의 식사를 책임지기도 했다. 손창환 감독이 어떤 방식으로 팀을 움직이는지 보여주는 출발점이었다.
타이베이 전훈에서 손창환 감독이 가장 많이 꺼낸 단어도 ‘내 색깔’이 아니었다. 그는 “내 색깔보다 선수들의 색깔이 무엇인지가 더 중요하다. 5명이 어떻게 융화되고 시너지를 내는지가 큰 숙제”라고 했다. 실제로 시즌 초반 소노는 흔들렸다. 1라운드를 2승 7패로 마쳤고, 4라운드까지 14승 22패에 머물렀다. 에이스 이정현 의존, 인게임 조정 미숙, 조직력 부족이라는 의문도 따라붙었다. 그러나 손창환 감독은 방향을 꺾지 않았다.
결국 시간이 손창환 감독의 편이 됐다. 5라운드부터 소노는 달라졌다. 이정현, 네이던 나이트, 케빈 켐바오를 축으로 템포 푸시와 속공, 3점 슛과 스페이싱을 결합한 농구가 자리를 잡았다. 정규리그 막판 10연승으로 5위까지 치고 올라갔고, PO에서는 SK와 LG를 상대로 더 빠르고 더 명확한 농구를 펼쳤다. 상대가 스타 출신 명장 전희철 감독, 조상현 감독이었다는 점도 손창환 감독의 성과를 더 도드라지게 한다. 현역 시절 이름값이 아니라 준비와 실행력이 승부를 갈랐다.
손창환 감독의 강점은 말보다 반복에 있다. 짧고 압축적인 비디오 미팅, 선수별 장점을 살리는 역할 정리, 경기 뒤 곧바로 다음 상대를 들여다보는 습관이 팀에 스며들었다. 선수들도 이를 안다. 이정현은 “감독님께서 해야 할 부분을 딱 짚어주신다. 원정 버스에서도 영상을 보신다. 그런 부분에서 존경심이 든다”고 했다. 4강 PO 3차전에서 맹활약한 막내 이근준도 챔피언결정전 진출 비결로 “감독님께서 짚어주신 주문 사항”을 꼽았다. 소노의 상승세는 단순한 분위기가 아니라 준비된 디테일의 결과였다.
챔피언결정전 진출 뒤 손창환 감독은 “정규시즌에도 5할 승률 이상을 생각하지 못했다.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잃을 것이 없는 도전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소노를 단순한 도전자로만 볼 수 없다. 타이베이에서 시작된 손창환 감독의 조용한 집념은 정규리그 10연승, PO 무패 행진,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 진출로 이어졌다. 이름값보다 준비가 강하다는 것, 그리고 조용한 지도자도 가장 큰 무대에서 팀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손창환 감독이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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