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김영민 기자] 정부가 공공부문 계약직 처우개선에 속도를 낸다.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에게 공정수당을 지급하고, 퇴직금 회피 논란이 제기된 11개월·364일 계약은 원칙적으로 막기로 했다.
공공부문 기준을 민간으로 확산하겠다는 방침까지 제시되면서 단기 계약을 활용해온 기업의 인건비와 고용전략의 전환도 불가피해졌다.
대책은 이재명 대통령의 ‘고용 불안정성 보상’ 기조가 공공부문 제도로 이어진 사례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공공부문의 11개월 단위 계약 관행을 지적했고, 지난 9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도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그 위험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공공부문 기준 세우고 민간 확산 시사
고용노동부는 28일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 개선 대책’을 보고했다. 대책은 공공부문에서 1년 미만 계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불가피한 단기 계약에는 공정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는 우선 공공부문을 적용 대상으로 삼았다. 다만 노동부가 민간부문 기간제 노동자 실태조사도 진행하고 있어 향후 논의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을 위한 사회적 대화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정수당 논의가 확산될 경우, 민간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와 채용 방식의 변화도 불가피하다. 공공부문에서 11개월·364일 계약에 비용을 추가하는 구조가 자리 잡으면 민간 사업장에도 기간제 사용 기준과 처우개선 요구가 커질 수 있다.
특히 단기 계약을 반복적으로 활용해 온 사업장은 계약 기간 조정, 정규직 전환, 인력 운용 방식의 전환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기간제 절반이 1년 미만…11개월 계약도 1만1498명
노동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공공부문 기간제 노동자 약 14만6400명 중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는 7만3200명으로 50.0%를 차지했다. 기간제 노동자 2명 중 1명이 1년 미만 계약으로 일하고 있는 셈이다.
1년 미만 기간제 중 6개월 이상 9개월 미만 노동자는 2만6410명으로 36.1%를 차지했다. 9개월 이상 12개월 미만은 2만4482명으로 33.4%였다. 퇴직금 회피 논란과 맞물린 11개월 이상 12개월 미만 노동자도 1만1498명, 15.7%로 집계됐다.
임금 격차도 확인됐다. 기간제 노동자의 월 정액임금은 평균 289만원이었지만 1년 미만 계약자는 280만원에 그쳤다. 정규직인 공무직과 비교하면 복지포인트, 식대, 명절상여금 수령 비율도 낮았다.
◇계약 짧을수록 수당 높여…2027년 1월 시행
정부는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의 기준금액을 월 254만5000원으로 정하고, 계약 기간에 따라 공정수당을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기준금액은 올해 최저임금 대비 118% 수준이다.
보상률은 계약 기간이 짧을수록 높다. 1∼2개월 계약자는 10%, 3∼4개월 계약자는 9.5%, 5∼6개월 계약자는 9.0%가 적용된다. 6개월 이후에는 8.5% 정률 구조다.
올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산출한 공정수당은 1∼2개월 계약자 38만2000원, 3∼4개월 계약자 84만6000원, 5∼6개월 계약자 126만원이다. 7∼8개월 계약자는 162만2000원, 9∼10개월 계약자는 205만5000원, 11∼12개월 계약자는 248만8000원을 받는다.
정부는 공정수당을 국정과제인 ‘1년 미만 기간제 노동자 퇴직급여 지급’ 법제화 이전에 공공부문에서 먼저 도입하는 수당으로 설명했다. 단기 계약에 비용 부담을 높여 장기 계약을 유도하는 구조다.
◇1년 미만 계약 원칙 금지…사전심사 강화
정부는 공정수당 지급과 별도로 공공부문 1년 미만 계약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상시·지속 업무는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두고, 기간제 채용이 불가피한 경우에만 예외를 인정한다.
비정규직 채용 사전심사제도 강화한다. 사전심사제는 각 기관이 비정규직을 채용할 때 업무 특성, 계약 기간, 인원 등을 따져 필요성을 심사하는 절차다. 정부는 심사위원회에 외부위원을 포함하고 반복 채용 여부와 채용 사유의 적정성을 더 엄격히 보기로 했다.
사전심사제 운영 현황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도 반영된다. 공공기관은 알리오, 지방공기업은 클린아이를 통해 비정규직 규모와 비중을 공시한다. 전년보다 비정규직 비중이 일정 수준 이상 늘어난 기관에는 확대 사유 검토한다.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 채용도 제한한다. 불가피하게 초단시간 노동자를 써야 할 때도 사전심사를 거쳐야 하며, 주휴수당 등 추가 비례 지급 조건을 붙인다. 비용 절감을 위한 초단시간 고용 관행을 막겠다는 취지다.
◇적정임금·복지수당도 손질…기업도 확산 여부 주시
정부는 공정수당과 함께 공공부문 적정임금도 2027년 예산안에 반영한다. 생활임금 평균인 최저임금의 118%를 적정임금으로 삼고, 월 정액임금이 이에 못 미치는 노동자에게 관련 예산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복지 3종 수당도 추가 논의 대상이다. 정부는 급식비, 복지포인트, 명절상여금 실태를 살펴보고 단계적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 중앙부처 내 동일·유사 직종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의 수당 격차도 분석한다.
정부는 오는 5월 가칭 비정규직 처우개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9월 2027년 예산안에 관련 내용을 반영한다. 공정수당과 적정임금은 2027년 1월 시행을 목표로 한다.
공무직 처우개선은 오는 9월 출범하는 공무직위원회에서 별도로 논의한다. 정부는 매년 공공부문 근로감독과 정기 실태조사를 실시해 364일 계약 등 불공정 관행이 확인되면 1년 근로계약을 보장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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