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인 전 연인이 성관계 영상을 유포했다면, 처벌보다는 영상 삭제와 가해자의 수익 계정 압박 등 신속하고 현실적인 대응이 시급하다. / AI 생성 이미지
태국인 전 연인이 동의 없이 성관계 영상을 X(구 트위터)와 유료 플랫폼 '온리팬즈'에 유포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범행지와 가해자 모두 해외에 있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법조계는 “한국법 적용이 가능하다”면서도 현실적 한계를 지적했다. 처벌의 이상과 영상 삭제라는 현실 사이, 국경을 넘은 디지털 성범죄의 법적 쟁점과 실질적 대응책을 심층 분석한다.
"촬영엔 동의, 유포엔 동의 안 했다"…국경 너머의 배신
평온했던 A씨의 일상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2023년 1월 태국에서 만났던 현지인 남성과의 성관계 영상 2개가 자신의 동의 없이 상대방의 X와 온리팬즈 계정에 유포된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촬영 자체에는 동의했지만, 유포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끔찍한 배신이었다. 영상에 얼굴은 나오지 않았으나, 과거 상대에게 직접 받아 간직하고 있던 영상과 정확히 일치했다.
가해자는 태국에, 범죄의 흔적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갈 수 있는 인터넷에 남았다. A씨는 대한민국에서 이 가해자를 처벌하고, 끔찍한 영상의 확산을 막을 수 있을지 변호사들에게 절박하게 도움을 구했다.
"한국 법정에 세울 수 있다"…처벌의 열쇠 '속인주의'와 '결과발생지'
변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에서의 고소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정향 김연수 변호사는 "우리 형법 제6조에 따라, 해외에서 대한민국 국민에게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 역시 우리 형법의 적용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라며 처벌 가능성을 명확히 했다.
핵심 법리는 '결과발생지 이론'과 '보호주의'다. 비록 범행이 태국에서 시작됐더라도, 피해자인 A씨가 한국에서 영상을 확인하고 정신적 피해를 입는 등 범죄의 '결과'가 한국에서 발생했거나, 범죄가 대한민국 국민의 법익을 침해했다면 우리 법원의 재판 관할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촬영에 동의했더라도 사후 동의 없이 유포한 행위는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2항이 명백히 금지하는 '불법촬영물 유포죄'에 해당한다.
"그러나 처벌 실효성은 제한적"…국제공조의 높은 벽
하지만 법적 가능성과 현실적 처벌은 다른 문제였다. 다수의 변호사가 국제 범죄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지적했다.
법무법인 감명 임지언 변호사는 "다만 가해자가 태국 국적이고 태국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 한국에서 고소는 가능하나 실제 처벌까지 연결되는 실효성은 제한적인 것이 현실입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국제형사사법공조는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릴 뿐더러, 한국 입국 이력이 없는 가해자의 신병을 확보해 국내로 데려오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한강 이주한 변호사 역시 "원칙적으로 한국 형법은 속지주의를 따르므로, 가해자가 외국에서 범행을 저지른 경우 한국에서 직접 처벌하기는 쉽지 않습니다"라고 설명하며, 해외 범죄 처벌의 근본적인 한계를 짚었다.
특히 형법 제6조에는 '행위지의 법률에 따라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경우'엔 처벌할 수 없다는 단서 조항이 있어, 태국 법에서도 해당 행위가 범죄임을 입증해야 하는 또 다른 장벽이 존재한다.
"골든타임을 잡아라!" 처벌보다 시급한 '삭제'와 '압박'
이처럼 처벌까지 가는 길이 험난하기에, 전문가들은 '삭제'와 '압박'이라는 현실적 대응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올인 법률사무소 허동진 변호사는 "디지털 성범죄는 유포 속도가 빨라 골든타임을 놓치면 회복이 어려우므로, 지금 즉시 법적 대응을 시작해야 합니다"라고 강력히 권고했다.
가장 시급한 조치는 증거를 확보한 뒤 플랫폼 사업자에게 즉시 삭제를 요청해 2차 피해를 막는 것이다. 더 나아가 전문가들은 가해자의 '수익 계정'을 약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유) 에스제이파트너스 윤승진 변호사는 "가해자가 수익형 계정을 운영 중이라면, 계정 정지 및 플랫폼 제재 가능성은 실질적인 압박 수단이 되어 합의나 자발적 삭제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라고 분석했다.
허동진 변호사 역시 "가해자가 수익형 계정을 운영 중이므로, 계정 정지 압박은 합의금 도출에 매우 효과적입니다"라며, 법의 심판이 닿기 힘든 가해자의 '돈줄'을 끊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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