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환상 속에 사회비판을 담다…오페라 '리골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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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환상 속에 사회비판을 담다…오페라 '리골레토'

연합뉴스 2026-04-28 14:53:0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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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오페라하우스·中국가대극원 공동제작…미디어 기술로 압도한 무대

오페라 '리골레토' 1막 1장 장면 오페라 '리골레토' 1막 1장 장면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연합뉴스) 이용숙 객원기자 = 공연이 홍수를 이루는 4월, 세계적인 연출가 다비데 리버모어라는 이름에 오페라 팬들은 주저하지 않고 발걸음을 대구오페라하우스로 옮겼다.

리버모어는 2021년 이탈리아 피렌체의 '5월 음악제 극장'에서 여주인공 질다가 지하 세탁소에서 일하는 내용의 '리골레토'와 2022년 같은 극장에서 세계적인 소프라노 나딘 시에라가 주역으로 나선 현대적 해석 버전의 '라 트라비아타' 등을 선보이며 전 세계 오페라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천재적인 연출가다.

지난 2024년 12월에는 국내에서 공연된 '어게인 투란도트 2024' 제작 과정에서 '제작사의 일방적인 연출 변경과 불통'을 이유로 개막 직전에 하차하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리버모어가 2024년 제작한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의 '투란도트'는 이달 다시 라 스칼라 무대에 올랐고, 올해 취리히 오페라하우스에서 연출한 헨델의 '줄리오 체사레'(줄리어스 시저)는 시대 의상에 미디어로 구현한 전투 장면을 결합해 매혹적인 스펙터클을 만들어낸 수작으로 기록됐다.

2026년 남은 기간에도 리버모어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페사로 로시니 페스티벌, 밀라노, 오슬로, 부에노스아이레스 등지에서 자신의 연출작을 무대에 올린다.

오페라 '리골레토' 1막 2장 장면 오페라 '리골레토' 1막 2장 장면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단장을 위해 다음 달부터 한동안 문을 닫는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24∼25일 이틀간 펼쳐진 '리골레토' 공연은 무대예술을 첨단기술과 결합해 유례없이 경이로운 결과물이었다.

평소 제작비에 비해 엄청난 예산이 투입된 이번 공연은 '2026 한중일 문화교류의 해'를 기념해 중국국가대극원과 공동제작했기에 가능했다. 리버모어는 공동연출 알렉산드라 프레몰리, 무대디자이너 엘레오노라 페로네티·파올로 젭 쿠코, 의상디자이너 마리아나 프라카소, 조명디자이너 안토니오 카스트로 등과 함께 21세기 첨단 방식으로 19세기 오페라 무대가 목표했던 '완벽한 일루전(환상)'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오페라 '리골레토' 2막 장면 오페라 '리골레토' 2막 장면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거대한 LED 스크린에 투사한 영상은 물리적 공간을 실시간으로 변환했다. 리버모어와 파올로 젭 쿠코가 공동 설립한 이탈리아 영상디자인 기업 D-WOK은 배경과 무대 면의 경계를 해체하고 영상의 색상과 움직임을 정밀하게 제어했다. 프로젝션과 디지털 요소들은 공간의 깊이와 관점을 계속 변화시켜 관객을 무한한 원근감 속으로 빨아들였다.

권력과 부, 젊음과 탁월한 외모를 모두 갖춘 바람둥이 만토바 공작의 타락한 연회를 보여주는 1막 무대와 배경 영상부터 관객을 압도했다. 이 배경화는 실제로 16세기 만토바 군주의 쾌락을 위한 별궁에 그려진 이탈리아 화가 줄리오 로마노의 프레스코화를 3D 매핑으로 재현한 것이어서, 역사적 맥락에 관한 연출가의 치밀함을 엿보게 했다. 관객은 LED 배경과 무대의 정확한 경계를 파악하기 어려워, 입체적 공간감을 지닌 무대 위의 모든 것을 현실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오페라 '리골레토' 2막 장면 오페라 '리골레토' 2막 장면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24일 저녁 공연에서 리골레토 역을 노래한 바리톤 이동환은 캐릭터를 깊이 있게 소화한 밀도 있고 유연한 가창과 함께 뚜렷한 무대 장악력을 보여줬다. 만토바 공작 역의 테너 유준호는 배역에 적합한 맑고 에너지 넘치는 미성으로 뛰어난 가창을 들려줬다. 극초반에 약간 불안정했던 점과 인물이 지닌 사악함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한 면은 조금 아쉬웠다.

중국국가대극원 전속가수인 질다 역의 장원친은 끊어질 듯 이어지는 여리지만, 명징한 고음으로 질다의 기쁨과 절망과 흔들리는 심경을 탁월하게 표현해 관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 스파라푸칠레 역을 맡은 베이스 류지상의 표현력과 안정적인 저음이 돋보였고, 그 밖의 조역들도 모두 맡은 배역에 적역이었다.

오페라 '리골레토' 3막 장면 오페라 '리골레토' 3막 장면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광현이 지휘한 디오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초반에 다소 불안정하게 출발했지만, 곧 베르디답게 활력과 박진감 가득한 선율을 들려줬다. 정교하게 살려낸 포르티시모와 피아니시모의 극적인 대비를 통해 오케스트라는 극의 긴장감을 시종 효과적으로 유지했다. 대구오페라콰이어는 필요한 순간에 에너지를 집중해 중요한 합창 장면들을 더욱 빛나게 했다.

매 순간 바뀌는 영상으로 인물의 상황과 감정을 표현하면서, 설득력 있는 동선과 연기로 극의 사회비판적 요소도 놓치지 않은 인상적인 공연이었다. 베이징 중국국가대극원 공연은 9월 예정돼 있다.

오페라 '리골레토' 3막 장면 오페라 '리골레토' 3막 장면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osina03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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