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백연식 기자] 지난해 12월 국내 시장에 상륙한 글로벌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의 주거용 월정액이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OECD 평균보다 25%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촘촘한 네트워크와 저렴한 유선·이동통신 요금으로 경쟁이 치열한 한국 시장 특성을 고려하면 오히려 역설적이다.
국내에서 스타링크의 수요는 일반 가정보다는 도서·산간 지역, 선박, 항공, 재난 대응, 기업 백업망 등 특수 목적에 집중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결국 스타링크 국내 요금은 프리미엄 전략보다는 한국 통신시장 구조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스타링크 요금 수준 결정요인 및 국내 출시에 따른 통신시장에 대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스타링크의 국내 요금은 시장환율 기준 약 61달러로, OECD 37개국 중 30위 수준이다. 평균 대비 1.01배로 격차는 크지 않다.
다만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OECD 평균 대비 1.25배 높은 수준으로, 체감 요금 부담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 주요 국가들이 40~50 유로 수준으로 요금을 일괄 책정한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KISDI 보고서의 핵심은 스타링크 요금이 단순 환율이나 통신 품질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보고서는 스타링크 요금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인구밀도, 도시 인구 비율, 1인당 GDP, 통신 커버리지, 정보통신기술(ICT) 경쟁 환경 등을 제시했다. 국가마다 경제 수준과 통신시장 구조가 다르고, 스타링크가 해당 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다운로드 속도나 지연시간은 스타링크 요금과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스타링크가 국가별로 본질적으로 동일한 서비스 구조를 제공하고, 실제 품질은 이용자의 위치나 접속 환경, 위성·지상국 여건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우리나라를 포함 기존 통신 커버리지가 높은 국가일수록 스타링크 요금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일부 관측됐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는 통신 인프라가 잘 갖춰진 국가일수록 경쟁이 강해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기 쉽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유선 및 초고속인터넷과 이동통신망이 촘촘하게 구축된 국가에서는 스타링크가 대중 시장의 대체재로 자리 잡기 어렵다. 도심과 주거지역 대부분에서 기존 통신망이 충분한 품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스타링크 입장에서 시장 규모가 제한되고, 이용자는 ‘없으면 안 되는’ 수요층 중심으로 형성된다. 대중 서비스가 아닌 틈새 인프라로 운영될수록 가격은 낮아지기 어렵게 된다. 가입자 기반이 넓지 않은 상황에서 초기 투자비와 운영비를 회수하려면 단위 이용자당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스타링크는 기존 통신망의 완전한 대체재라기보다 보완재라는 성격이 뚜렷해진다. 지상망이 닿지 않거나 장애가 발생한 곳, 이동체 통신이 필요한 영역에서 가치를 갖는 서비스라는 얘기다.
결국 스타링크의 국내 시장은 대중형 B2C보다 B2B·B2G 성격이 강할 가능성이 높다. 선박, 항공, 원격 산업현장, 재난망, 국방·공공 영역 등이 주요 수요처로 거론된다. 이 경우 요금의 의미도 달라진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비싼 서비스지만, 통신 음영지역이나 이동체 환경에서는 비용 대비 효용이 높을 수 있다. 즉 스타링크는 ‘싸게 많이 파는 인터넷’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 비싸게 제공되는 프리미엄 서비스’에 가깝다.
스타링크가 국내 통신시장 전체에서 영향력을 끼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통신 취약지역, 이동체 통신, 재난·비상망 영역에서는 새로운 경쟁이 생길 수 있다. 기존 통신사들이 수익성 문제로 적극 투자하지 않았던 영역에서 스타링크가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난 상황에서 지상망이 끊겼을 때 위성통신은 백업망 역할을 할 수 있다. 산불, 홍수, 지진 등 재난 대응 현장에서 독립적인 연결망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한 정책 과제다. 스타링크가 국내에서 의미를 갖는 지점도 바로 이 영역이다.
통신사 입장에서도 스타링크는 경쟁자이지만 협력 대상이다.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대중 가입자 시장에서는 직접 경쟁 가능성이 낮지만, 기업·공공·특수망 시장에서는 경쟁하거나 제휴할 여지가 있다”며 “향후 국내 사업 모델은 단독 판매보다 통신사·플랫폼·공공기관과의 결합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단순 가격 규제보다 시장 기능과 공공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위성통신은 기존 통신망을 완전히 대체하기 어렵지만, 국가 통신망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보완 인프라가 될 수 있다”며 “그런 만큼 가격 논의도 산업 정책과 통신 복지, 재난 대응 체계 속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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