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75세부터”…노인 나이 기준 바꾸면 603조 아낀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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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75세부터”…노인 나이 기준 바꾸면 603조 아낀다는데

위키트리 2026-04-28 14:15:00 신고

3줄요약

노인 나이 기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50년이 되면 한국의 연금 지출 부담이 국내총생산(GDP)의 41.4%에 달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G7 평균(11.7%)의 3.5배를 웃도는 수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4월 26일 공개한 '재정 모니터(Fiscal Monitor)' 보고서의 내용으로, 한국이 선진국 가운데 연금 지출이 가장 가파르게 늘어날 나라로 지목됐다.

노인 기준 ‘75세’로 올라가나 / 뉴스1

같은 날 정책연구관리시스템(PRISM)에 공개된 홍익대 산학협력단의 '실버시대와 재정' 보고서도 비슷한 위기 신호를 보냈다. 보고서는 1981년 설정된 '65세 노인 기준'이 수십 년째 유지되는 사이 기대수명은 빠르게 늘어 복지 수급 기간이 과도하게 길어졌다고 짚었다. 이 상태가 이어지면 기초연금 지출이 2025년 24조 3000억원에서 2050년 58조 9000억원, 2065년에는 67조 7000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노인 기준 변경, 세 가지 시나리오

보고서는 노인 기준 연령 상향을 전제로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강도에 따라 재정 절감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5만 원 지폐. / 뉴스1

첫 번째는 2033년부터 5년마다 1세씩 노인 기준을 올려 2058년 이후 70세에 도달시키는 방안이다. 이 경우 2065년까지 기초연금 재정을 약 203조 8000억원 줄일 수 있다.

두 번째는 내년부터 2년마다 1세씩 노인 기준 연령을 올리는 방안이다. 절감 규모는 372조 5000억원으로 뛴다. 첫 번째 시나리오보다 두 배에 가까운 효과지만, 고령 취업자와 저소득 노인층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세 번째가 가장 파격적인 안이다. 잔존 기대수명이 일정 기준, 예를 들어 15년 또는 20년 이하로 줄어드는 시점의 연령을 새 노인 기준으로 삼는 방식이다. 이 연동 방식을 적용하면 노인 나이는 현재 65세에서 출발해 2년마다 1세씩 높아지다가 2036~2040년 71세, 2041~2045년 72세, 2046~2050년 73세, 2051~2055년 74세, 그리고 2056년 이후 노인 75세까지 단계적으로 올라간다. 이 경우 2065년까지 기초연금 재정 절감 규모는 603조 4000억원에 달한다. GDP 대비 비율도 0.33%포인트 낮아진다.

보고서는 "노인 기준을 더 빨리, 더 높이 올릴수록 절감 효과가 커진다"고 밝혔다. 특히 재정 절감액의 최대 90%는 중앙정부의 몫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례식 때나 주겠다는 거냐"…거센 반발

노인 기준 75세 상향 시나리오가 알려지자 온라인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65세도 받기 힘든 기초연금을 75세까지 기다리라는 소리냐", "차라리 장례식 때 몰아서 주지 그러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년은 60세 안팎에 머물러 있는데 법적 노인 나이를 75세로 끌어올리면 사실상 15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는 우려도 나왔다.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등 연금을 수급하는 노인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이 받는 연금 수급액은 여전히 1인 가구 최저생계비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8월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연금통계 결과'를 보면 65세 이상 연금 수급자는 863만 6000명으로 전년보다 5.6% 늘었고, 월평균 수급액은 69만 5000원이었으나 중위금액은 46만 3000원에 불과하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모습. / 뉴스1

노인 기준 변경 논의가 현실성을 가지려면 노동시장 구조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년 연장이나 재고용 제도 없이 수급 시작 연령만 올리면 고령층의 소득 절벽이 더 깊어질 수 있다. 기초연금이 65세 이상 인구의 70%에게 지급되는 의무지출임을 감안하면, 노인 기준 년도를 뒤로 미루는 것은 단순한 행정 수치 조정이 아니라 수백만 명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다.

정부, 연내 개편안 마련 방침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연내 기초연금 개편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내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에는 의무 지출 10%, 재량 지출 15% 감축 기조가 담길 예정으로, 기초연금 개편 방향도 이 틀 안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기초연금 포스터. / 뉴스1

수급 대상 기준도 손볼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기초연금 지급 기준을 현행 '소득 하위 70%'에서 '중위소득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재정 효율을 높이면서 취약계층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장기적으로는 기초연금과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합한 노인 최저소득보장체계 도입도 검토 과제로 올라 있다.

노인 기준 상향이 실제로 추진된다면, 노인 기준 년도와 연동한 각종 복지·교통·의료 혜택 기준도 함께 재설계해야 한다. 지하철 무임승차, 노인 일자리 사업, 장기요양보험 적용 기준 등이 모두 현행 65세를 전제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재정이냐 복지냐, 선택의 시간

IMF 보고서가 지목한 것처럼 한국의 연금 재정 문제는 이미 '경고'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2025~2030년 사이 연금 지출 증가 속도가 G20 선진국 가운데 가장 빠르다는 평가가 나온 시점에서, 정부로서는 어떤 형태로든 구조 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노인 기준 연령 상향이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복지 후퇴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세밀한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603조원을 아끼는 수치 뒤에는 그만큼의 노인 인구가 수급 연령에 도달하지 못한 채 빈 시간을 버텨야 한다는 현실이 있다. 노인 나이와 노인 기초연금 수급 연령 사이의 간격이 어떻게 메워질지, 정부의 후속 논의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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