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 모든 현대 전자음악의 철학적 기반을 닦고 소리를 조각하는 방법론을 제시한 현대음악의 대부.
- CAN: 즉흥적 구성과 주술적인 리듬의 결합을 통해 기존 팝 음악의 문법을 완전히 해체한 크라우트록의 선구자.
- 노이! (Neu!): 직선적인 ‘모토릭 비트’를 정립하여 현대 테크노와 인디 록의 리듬적 설계도를 그린 미니멀리즘의 정수.
- 탠저린 드림 (Tangerine Dream): 모듈러 신시사이저의 사운드를 대중화하며 전자음악이 가진 무한한 상업적·예술적 가능성을 증명한 거장.
크라프트베르크 내한 공연 포스터 / 사진출처: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오는 5월 4일, 영등포 명화라이브홀에서 전자음악의 전설 크라프트베르크의 내한 공연이 펼쳐진다. 2019년 내한 이후 7년 만에 성사된 이번 공연은 긴 기다림만큼이나 국내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이들이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현대 음악의 상징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독일만의 독특한 음악적 토양, 즉 ‘크라우트록’이라는 거대한 뿌리가 존재한다. 1960년대 후반 독일에서 발흥한 크라우트록은 영미권 팝 음악의 관습에서 벗어나 독일만의 독창적인 정체성을 찾으려는 거대한 실험이었다. 사이키델릭 록과 아방가르드, 그리고 초기 전자공학의 결합으로 탄생한 이 흐름은 훗날 테크노, 힙합, 신스팝의 비옥한 토양이 되었다. 크라프트베르크의 질주를 일주일 앞둔 지금, 그 위대한 여정을 함께 만든 독일 전자음악의 거장들을 살펴본다.
1.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 (Karlheinz Stockhausen)
사진출처: 슈톡하우젠 웹사이트
독일 현대음악의 대부이자 전자음악의 철학적 기반을 닦은 인물이다. 쾰른의 서독일방송 전자음악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활동하며 테이프 레코더와 사인파 발생기 같은 공학 기기를 음악적 도구로 변모시켰다. 그는 소리를 단순히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조각’한다는 개념을 도입했으며, 이는 훗날 신시사이저를 다루는 모든 뮤지션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프린스턴 대학교 등에서 신시사이저 연구가 활발하던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전위적이고 파격적인 음향 실험을 이어갔다. 그의 강의를 들었던 제자들이 훗날 크라우트록의 주역이 되었다는 사실은 그가 현대 음악의 진정한 뿌리임을 증명한다. 클래식과 전자음악의 경계를 허문 그의 실험 정신은 오늘날 모든 디지털 사운드 속에 여전히 깊은 영감을 주고 있다.
2. 캔 (CAN)
사진출처: Can 웹사이트
독일 쾰른에서 결성된 밴드 CAN은 이름(Communism, Anarchism, Nihilism)에서 알 수 있듯 기존 음악 문법에 대한 완전한 해체를 지향했다. 이들은 정교하게 짜인 악보 대신 ‘즉흥적 구성’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통해 차갑고 정밀한 앰비언트 사운드와 미니멀한 리듬을 결합했다. 특히 야키 리베차이트의 기계처럼 정확하면서도 유연한 드럼 비트는 후대 댄스 음악의 리듬적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Tago Mago〉, 〈Ege Bamyasi〉, 〈Future Days〉 같은 명반을 통해 보여준 이들의 탈속적이고 주술적인 분위기는 훗날 포스트 펑크와 실험적인 록 씬에 결정적인 영감을 주었다. 단순한 밴드를 넘어 하나의 음악적 연구소와 같았던 CAN의 행보는 독일 음악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3. 노이! (Neu!)
사진출처: Neu! 밴드캠프
크라프트베르크의 초기 멤버였던 미하엘 로더와 클라우스 딩거가 결성한 노이는 전자음악의 ‘리듬’을 정의한 팀이다. 이들이 확립한 모토릭 비트는 4/4 박자의 단조롭고 일정한 반복을 통해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직선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냈다. 비록 첫 음반 〈Neu!〉가 발매 당시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으나, 특유의 미니멀리즘 사운드는 데이비드 보위와 브라이언 이노를 매료시켰다. 노이는 전자악기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소리를 가공하고 반복하는 방식에서 이미 현대 테크노의 문법을 예견하고 있었다. 이들의 음악적 정체성은 훗날 영국의 인디 록과 펑크, 그리고 일렉트로니카 씬에서 수없이 재소환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4. 탠저린 드림 (Tangerine Dream)
사진출처: Tangerine dream 웹사이트
1970년대 초반, Moog 모듈러 신디사이저를 전면에 내세워 전자음악 특유의 박동하는 리듬을 대중의 뇌리에 각인시킨 팀이다. 초기에는 난해한 실험 음악을 시도했으나, 1974년 발표한 〈Phaedra〉가 신디사이저 음악 최초로 영국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며 전자음악의 상업적 가능성을 증명해 냈다. 이들은 이른바 ‘베를린 스쿨’ 사운드라 불리는 몽환적이고 서사적인 전자음악 스타일을 구축했으며, 이는 훗날 앰비언트와 트랜스 장르의 시조가 되었다. 음악적 스타일이 극명하게 변화해 온 과정 중에서도 특히 70년대 버진 시절의 결과물들은 전자음악의 황금기를 상징한다. 이들의 성공은 전자음악이 실험실을 벗어나 거대한 공연장과 영화 음악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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