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서 만난 사람들
2017년 7월 18일 / 호스텔 폴티 타워 / 라운드 테이블
어제 저녁 일본인 아주머니에게도 "곤니치와(안녕하세요)?" 말을 걸고 취한 김에 용기 내서 한마디를 더 건넸다.
"내일 아침 같이 드실래요?"
우리 동양인이잖아~ 뜨신 국물의 민족이잖아~ 내일 아껴뒀던 오뚜기 북엇국 뜯는 날이다!
만나기로 한 8시보다 좀 더 일찍 나가서 쌀을 안치고 밥이 다 될 때쯤 북엇국 블럭을 물에 풀어서 금방 끓였다. 케이코 아주머니는 토마토를 썰어서 접시에 담아 가져오셨다. 우리는 밥과 냄비를 들고나와 정원 테이블에 앉았다.
아침 이슬로 촉촉해진 의자와 공기에 뜨거운 국물이 위장으로 찌르르 들어가니 이렇게 개운할 수가! ‘어제 클럽 다녀왔거든요~ 여기 남자애랑 손 잡고 춤도 추고 보드카 엄청 마셔서 속 쓰렸는데 해장 지대로네요~’ 차마 말은 못하고 케이코가 하는 ‘스고이(대단해요)~ 스고이~’를 따라 말하면서 둘이 배를 두드리고 웃었다.
케이코는 작은 가방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서 펼쳐 놓았다. 나도 예전에 친구에게 선물로 받아봤던 모네 크레파스! 알록달록 색알갱이를 뭉친 크레파스 스틱으로 같이 그림을 그렸다. 우리 'now feeling'을 그려보자면서 케이코는 여러 색으로 동글동글 동글뱅이를 그렸다. 정원 속 이슬이 내려앉은 테이블에 앉아서 고양이를 끌어안고 따순 죽과 국을 마시고 나니까 하늘이 개서 비치는 아침햇살. 그야말로 동글동글 몽글몽글한 기분이다.
나는 케이코가 가족 여행 온 줄 알았는데 인근 초등학교에 교육 봉사를 오신 선생님이었다. 이곳에 며칠 묵으면서 친해졌다는 외국인 대학생들이 케이코 뭐 하냐면서 옆에 앉는다. 케이코는 우리 동그란 테이블에 둘러앉았으니 서로 앞사람을 그려주자고 한다.
우리는 전부 다른 나라에서 왔다. 일본, 싱가포르, 영국, 한국. 각자의 억양으로 영어를 한다. 주눅 들지 않고 이렇게 동등한 위치에서 여러 사람과 앉아본 게 오랜만이라 가슴이 떨렸다. 드로잉북과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느라 가끔씩 눈이 마주쳤다. 저이도 지금 나를 그리는 거니까 저이가 내 거울이나 다름없다. 나는 낯선 나와 계속 눈이 마주친다. 눈이 마주칠 때 쑥스러우면서도 웃음이 난다.
내 옆에 있던 두 명의 의대생 친구 매튜, 마이클과 같이 오후에 짐바브웨로 떠나기로 했다. 오늘 아침엔 호스텔 로비에서 이제 막 떠나는 한국인 현주 언니도 만났었는데 마침 짐바브웨로 넘어가 빅폴에 갈 거라고 하길래 내일 거기서 만나자고, 같이 짐바브웨를 여행하자고 했다!
라운드 테이블
원형 탁자에 앉은 우리 다섯을 그리고 나니까 자연스럽게 다음 여행을 같이 떠날 사람들이 생겼다.
케이코는 내 드로잉북에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발음을 영어로 쓰고 이메일 주소를 써주었다. 책 읽을 때 쓰라고 책날개에 책갈피 인덱스 스티커를 잔뜩 붙여주었다. 내 팔목에 노란색 세월호 팔찌를 보고는 나에게 30달러를 주었다. 내가 매달 세월호 후원을 하니까, 나에게 주는 것이 자신도 기부하는 거라고···.
여성경제신문 윤마디 일러스트레이터
madimadi-e@naver.com
윤마디 일러스트레이터·작가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다. 여행 드로잉을 기반으로 서사를 만들어가는 에세이 작가로, 한 장소에서 사람이 기능하는 구조를 파악하고 개인의 경험을 통해 사회의 구조와 삶의 조건을 들여다본다. 현재 일본 여행기 <유니폼> 과 아프리카 여행기 <아프리카 그림일기> 를 연재하며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아프리카> 유니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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