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비용 효율화 알릴 수 있어도 사기 저하 등 부작용도"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미국 테크 기업들이 막대한 인공지능(AI) 투자의 건전성을 입증하고자 앞다퉈 인력 감축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을 줄여 효율적인 투자를 하겠다는 취지지만, '사람과 AI 연산 칩을 맞바꾼다'는 비판이 일고 내부 사기 저하 등의 부작용이 만만찮다고 WSJ는 전했다.
WSJ에 따르면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플랫폼(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등 주요 기업들은 최근 잇달아 대규모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메타는 직원 8천여명을 줄이기로 했고 MS는 창사 후 처음으로 미국 내 인력의 약 7%를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시행키로 했다. MS는 명퇴 희망자가 목표치에 미달하면 추가 감원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라클과 소셜미디어 '스냅챗' 운영사인 스냅도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했고, 유명 핀테크 업체인 블록은 올해 2월 전체 구성원의 약 40%인 4천여명을 감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력 감축 데이터 웹사이트인 레이오프피와이아이(layoffs.fyi)에 따르면 테크 기업들이 지난 1분기에 발표한 감원 계획 규모는 8만1천747명으로, 작년 동기(2만9천845명)의 2.7배에 달했다.
이런 대규모 감축은 경쟁적 AI 투자로 기업 재무 상태가 나빠진다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하고, 사내 조직이 AI 전환에 효율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블록의 잭 도시 최고경영자(CEO)는 감원과 관련한 성명에서 "우리는 (재정적) 위기에 빠져 이런 결정을 내린 게 아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해당 조처는 비용 효율화 등 관점에서 많은 투자자를 안심시킬 수 있지만 리스크가 만만찮다. 구성원의 근로 의욕이 떨어지고 특히 역량이 뛰어난 직원들 사이에선 이직 준비에만 몰두하는 '엑시트 인센티브'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WSJ는 AI가 직무를 대거 자동화할 수 있는 지금에도 인간의 필요성은 여전하다고 짚었다.
각 기업에 맞는 현실적 사업 모델을 구상하고 고객을 만나는 등의 업무에 인간 고유의 역량이 필수인 데다, AI가 제대로 안전하게 작동하는지 검증·관리하는 일은 결국 인간이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무리한 감원이 AI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늘릴 위험도 있다. AI가 일자리를 없앤다는 대중의 공포를 자극해 AI 규제 강화나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등의 정치적 '역풍'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WSJ는 테크 기업들이 이번 감원을 통해 AI 투자 의지가 탄탄하고 적은 수의 직원으로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질 수 있게 됐지만, AI 과잉 투자 우려가 상존하는 만큼 기업으로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테크 기업들의 AI 투자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확대돼 불확실성을 부채질하고 있다.
구글 운영사인 알파벳, 메타, 아마존, MS 등 4개사의 올해 예상 자본지출(CAPEX)은 총 6천740억달러(993조원)로, 2년 전의 두 배를 넘는다. 지난주 테슬라는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자본지출 예상치를 기존의 200억달러(약 29조5천억원)에서 250억달러(36조8천억원) 이상으로 높여 주가가 3.56% 빠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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