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제값 못받는 혁신 신약에 제약사들 '외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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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제값 못받는 혁신 신약에 제약사들 '외국행'

비즈니스플러스 2026-04-28 09:34: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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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약가 개편안 본격 시행을 앞두고 국내 제약업계의 신약 개발 기피 분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제값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에 수년째 국산 신약 출시가 느림보 행보를 보이는 상황에서, 약가인하로 제네릭에 의존하는 국내 중소형 제약사들의 순수익마저 줄어들면 자칫 국산 신약 개발 의지 자체가 꺾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2025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현황에 따르면, 국산 신약 3품목이 품목허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4품목을 기록한 뒤 2022년 0품목, 2023년 2품목, 2024년 0품목에 머물던 국산 신약 허가 수가 다시 늘었다.

신약 개발은 일반적으로 신약 후보물질 발견에서부터 시장 출시까지 15년 안팎의 긴 기간이 소요되며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의 많은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후보물질로 개발에 들어간 프로젝트 100개 중 1개 정도가 개발에 성공해 시장에 출시될 정도로 리스크가 높으며 이 과정에서 필요한 역량도 다양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은 1999년 국내 첫 신약 '선플라주' 허가 이후 2018년까지 30여개 신약을 가지고 있지만 블록버스터급 신약은 전무하고, 2023년 기준 국내 제약 시장은 29조7000억원 규모로 전세계 시장의 1.5%에 불과하다. 2016년 1.4% 비중에서 7년이 흐른 뒤에도 0.1%포인트의 미미한 비중 확대만을 보이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갈 길이 멀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허가받은 3품목 중 GC녹십자의 탄저백신 '배리트락스주(Vari-T-Rax)' 정도가 '퍼스트인클래스'급으로 분류될 수 있고 동아에스티의 뇌전층 치료제 '엑스코프리정(세노바메이트)'는 '퍼스트인클래스'와 '베스트인클래스'의 중간, 메디톡스의 지방분해 주사제 '뉴비쥬주(성분명 콜산)'은 '베스트인클래스'로 간주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배리트락스주' 역시 완전한 의미의 '글로벌 퍼스트'라기보다는 재조합 단백질 기반 탄저백신에서 새로운 접근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제약업계에서 '퍼스트인클래스'는 해당 질환을 치료하는 데 있어 새로운 작용기전으로 세계 최초로 개발된 약을 뜻한다. '베스트인클래스'는 이미 존재하는 기전 내에서 유효성·안전성·복용 편의성 등에서 가장 우수한 약을 의미한다.

문제는 국산 개발 신약 대부분이 베스트인클래스에 속한다는 점이다. 퍼스트인클래스급 신약 개발 자체가 극도로 쉽지 않은 국내 환경이다.

또한 오랜 시간 노력을 들여 신약을 개발해도 제값을 받기 어렵다는 현실적 제약도 존재한다.

베스트인클래스 신약의 경우,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 장기간 다량을 복용하면서 수십수백가지의 제네릭이 나온 만성질환 관련 치료제라면 대체약제 가중평균가 방식으로 등재되면서 약가가 저렴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만성질환 치료 신약(비열등 또는 동등 효과)로 분류되면 대체약제 대비 가중평균가를 받을 수밖에 없고 결국 대부분의 신약이 가중평균가 이하의 가격으로 수렴하게 된다"며 "이로 인해 낮은 약가를 피해 국내 선등재를 포기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신약 개발해도 제값 받기 어려워…"해외로 해외로"

가령 2024년 10월 출시된 제일약품의 국산37호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 신약으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인 '자큐보(자스타프라잔)'는 국내 자체 개발 P-CAB 신약이라는 측면에서 베스트인클래스급으로 분류될 수 있는데, 최근 정부의 약가 연동제 모니터링 대상에 올랐다.

이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올해 1분기 일련의 '자큐보' 약제의 예상 청구액을 들여다보고, 그 규모가 과다하다고 판단되면 약가를 최대 15%까지 깎을 수 있다.

'자큐보'는 1정당 911원으로 경쟁 제품인 케이캡(1300원)이나 펙수클루(939원)보다 가격이 낮지만 기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지난해 연간 6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다.

이에 따라 약물 사용량이 증가될 때 약가를 조정하는 PVA(사용량-약가연동제도)의 적용을 받아 '자큐보'의 약가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다만 '자큐보' 원개발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2024년 12월 혁신형 제약기업 신규 승인을 받은 점이 PVA 감면 요인이다. 

흥행하는 혁신 신약을 개발해도 제값을 받지 못하거나 약가가 더 깎이는 현실로 인해 국내 제약사들은 개발한 신약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선출시하려는 움직임마저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만성질환 치료제뿐만이 아니라 희귀질환이나 난치성 질환의 경우에도 국내를 피해 해외에서 먼저 승인받아 가격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에 따르면, 이달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은 치료제 14건 중에서 3건이 국내 기업이 개발한 후보물질로 나타났다. 각각 유한양행과 에이비엘바이오, 엑셀라몰이 해당된다. 미국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치료제 5개 중 1개꼴로 한국 기업 파이프라인인 셈이다.

FDA 희귀의약품 지정 제도는 환자 수가 20만명 미만이거나 치료 선택지가 충분치 않은 질환 영역의 신약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운영된다.

구체적으로 유한양행은 고셔병 치료제 후보물질 'YH35995'로 FDA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고셔병은 효소 결핍으로 인해 간·비장 비대, 빈혈, 골격 이상 등이 나타나는 대표적 희귀 유전질환으로 꼽힌다. 

에이비엘바이오가 개발한 담도암 치료제 '토베시미그'는 에이비엘바이오 자체 개발 이후 글로벌 파트너사 컴퍼스 테라퓨틱스에 기술이전한 이중항체 치료제다. 담도암은 환자 수가 적고 예후가 좋지 않은 암종으로 분류되는 만큼 새로운 기전 치료제에 대한 기대가 큰 영역이다. 

2020년 설립된 바이오벤처 엑셀라몰 역시 췌장암 치료제로 희귀의약품 지정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췌장암은 조기 진단이 어렵고 생존율이 낮아 대표적인 난치암으로 꼽힌다. 엑셀라몰이 투자한 제일약품 계열 R&D 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차세대 이중표적 합성치사 항암신약 후보 '네수파립'을 지정받았다.  

특히 '토베시미그'나 '네수파립'은 퍼스트인클래스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은 혁신 신약으로서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다.

한편 SK바이오팜도 성인 부분발작 뇌전증 약인 '엑스코프리(XCOPRI)'를 2019년 말 미국 FDA 승인 이후 미국에 먼저 출시한 뒤 한국에 들여온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신약 개발에 성공해도 낮은 약가 책정으로 인해 충분한 상업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로 인해 수익성과 개발 의욕이 저하되면서 아예 한국에서 신약을 출시하려는 유인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에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 선출시될 경우, 글로벌 기준으로 책정된 약가에 따라 국내보다 높은 수익성을 담보받을 수 있다.

앞서 2012년 단행됐던 1차 약가인하와 함께 도입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제도로 국내 제약사들이 매출 비중 R&D 비중을 높이고 기술수출 등을 확대했지만 퍼스트인클래스급 혁신 신약은 여전히 나오지 않고 있다는 비판의 시각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3차 약가인하 본격 시행을 앞두고 그나마 신약을 개발할 순수익 확보조차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규모가 큰 대형 상장 제약사들은 약가인하로 인한 영향을 별달리 받지 않을 수 있지만, 제네릭 판매 의존도가 높은 비상장 중소 제약사들은 재무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는 "제네릭 위주의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신약 개발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단행될 약가 인하를 두고 국내 중소형 제약사의 순수익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며 "당장 제네릭 매출로 R&D 실탄을 확보해야 하는 국내 중소 제약사들로서는 제네릭 의존도를 낮추는 약가 인하에 따라 '매출 절벽'을 마주하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분위기"라고 짚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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