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려면 돈 내라”…이란, 호르무즈 통행료 징수용 계좌 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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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려면 돈 내라”…이란, 호르무즈 통행료 징수용 계좌 텄다

위키트리 2026-04-28 07:4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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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중앙은행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로부터 통행료를 받기 위한 전용 계좌를 개설했다.

28일 오전 7시 기준 호르무즈 해협 / 마린 트래픽 (MarineTraffic ) 홈페이지 캡처

28일 이란 국영 프레스TV 등에 따르면 알라에딘 브루제르디 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회 소속 의원은 27일(현지시간) 중앙은행이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를 위한 특수 계좌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계좌는 이란 리알화와 중국 위안화, 미국 달러화, 유로화 등 4개 통화로 운영된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해군이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부과하는 통행료는 앞으로 이 계좌들로 직접 입금되는 구조다.

통행료 징수 본격화…현금 수납까지 시작

이란은 이미 통행료 징수를 실제로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지 매체 프레스TV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이란이 처음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현금으로 받아 중앙은행 계좌에 예치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의회 측 인사들도 통행료 수입이 실제로 발생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단순한 선언이 아닌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통로다. 페르시아만 산유국의 원유와 LNG가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는 길목인 만큼, 이란의 이번 조치는 해운 비용과 에너지 가격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평가된다.

이란은 앞서 해협 통제권과 통행료 부과 근거를 담은 법안도 추진했다. 의회는 ‘호르무즈 해협 주권 확립’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며 통행료 징수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국제법 논란 확산…“국제 수로에 통행료 부과 불가”

다만 국제사회에서는 이번 조치가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 해협으로 분류되며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라 ‘통과 통항권’이 보장되는 구간이다.

이 원칙에 따르면 연안국은 통과 자체를 막거나 사실상 제한하는 수준의 비용을 일방적으로 부과할 수 없다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특히 특정 국가가 군사력을 통해 통행료를 강제 징수하는 행위는 국제 해양 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이미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은 국제사회가 보장해야 할 원칙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영국과 프랑스 등도 국제 수로를 협상 카드로 사용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조치는 군사적 긴장 속에서 나온 대응 성격도 짙다. 이란은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 이후 해협을 봉쇄해왔고, 미국은 이에 맞서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 조치를 취한 상태다.

이란은 해협 통제권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전쟁 중단과 미국의 봉쇄 해제를 조건으로 해협 운영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해운업계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체 항로가 거의 없는 만큼, 통행료 부과가 장기화될 경우 운임 상승과 보험료 인상 등 비용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전용 계좌 개설은 통행료 징수를 일시적 조치가 아닌 제도화 단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위안화 계좌까지 포함된 점은 달러 중심 결제망을 우회하려는 의도와 함께 중국과의 경제 협력 강화 신호로도 해석된다.

호르무즈 톨게이트.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미·이란 협상도 교착…호르무즈가 협상 카드로

미국과 이란의 협상도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AP통신은 27일(현지시간) 이란이 파키스탄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풀 수 있다는 제안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 내건 조건은 미국의 이란 항구 봉쇄 해제와 전쟁 중단이다.

다만 핵 프로그램 문제는 우선 해협 문제와 분리하고 이후 단계에서 논의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그동안 이란 핵 문제를 협상의 핵심 조건으로 삼아온 만큼 이 제안이 곧바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재 미국과 이란 사이에는 취약한 휴전 상태가 유지되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대치는 계속되고 있다. 파키스탄이 양측의 대화 재개를 중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바레인이 주도한 공동성명에는 여러 국가가 참여해 해협의 “긴급하고 방해받지 않는 개방”을 촉구했다.

영국도 미국의 이란 봉쇄 자체를 지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해 미국 등과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영국 측은 해협 통항에는 통행료도 안보 위협도 없어야 하며 자유항행 관련 국제법이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유엔 무대에서도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 따르면 앞서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안보 강화를 위한 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졌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채택되지 못했다.

당시 결의안에는 11개국이 찬성했으나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했고 콜롬비아와 파키스탄은 기권했다. 해협이 세계 교역과 인도주의 물자 수송에 중요한 통로인 만큼 국제사회는 개방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강대국 간 입장 차이로 공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란은 이 같은 압박 속에서도 해협 통제권을 협상 지렛대로 삼으려는 기류를 보이고 있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장 에브라힘 아지지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새로운 해상 질서”를 추진하고 있다며 선박의 자유 통과 정책은 끝났고 앞으로 해협을 지나려는 선박은 통행료를 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는 전용 계좌 개설과 맞물려 이란이 통행료 징수를 일회성 압박이 아니라 장기적 제도 변화로 끌고 가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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