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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몰려간 K유통…‘제2 성장판’ 기대와 경계
27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3일 하노이 롯데몰 웨스트레이크를 직접 둘러봤다. 같은 날 박주형 신세계백화점 사장은 ‘신세계 하이퍼그라운드’ 현지 첫 쇼케이스를 열었다. CJ제일제당(097950) 등 식품기업도 현지 파트너십 강화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의 21~24일 베트남 국빈방문에 109개사 경제사절단의 동행과 맞물린 행보다. 한·베 비즈니스 파트너십 행사에서 8200만달러 규모 성약이 이뤄졌고, 양국은 2030년까지 교역액 1500억달러 달성에 합의했다.
문제는 이런 신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K유통은 이미 중국에서 비슷한 방식의 확장에 나섰다가 정치 리스크에 공든 탑이 무너진 뼈아픈 경험이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는 2008년 중국에 진출해 롯데마트 119개점까지 점포를 늘렸지만, 2017년 사드(THAAD) 보복 이후 고전하다 2018년 결국 사업을 접었다. 손실 규모만 2조원대로 추산된다. 이마트도 1997년 상하이에서 출발해 30개점까지 영토를 넓혔으나 2017년 적자 누적으로 완전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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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도 구조적으로 중국과 닮은 부분이 적지 않다. 실제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2026 베트남 진출 전략’ 보고서에서 행정·규제 불확실성을 베트남 진출의 주요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실제 사례도 있다. 롯데가 호치민에서 추진 중인 개발 프로젝트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는 인허가가 8년간 지연되며 사업비가 3.5배 불어나는 등 발이 묶이기도 했다. 베트남 정부도 행정력을 이용해 인허가 등을 무기로 쓸 수 있다는 점이 이미 확인된 셈이다.
과거 전철을 피하려면 ‘베트남이 함부로 내치지 못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직접투자 대신 합작법인이나 마스터 프랜차이즈(현지 사업자에 운영권을 위임하는 방식)로 진출하고, 핵심 도시를 거점으로 삼는 전략이 거론된다. 동남아 전체를 묶는 통합적 접근도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최근 이마트(139480)가 베트남 1위 자동차그룹 타코, 남양유업(003920)이 푸 타이 홀딩스, CJ제일제당이 베트남 최대 유통사 ‘박화산’과 손잡은 것도 이런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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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실패 교훈 ‘직투 리스크’…답은 ‘세밀한 현지화·분산’
실제로 앞선 국내 기업들의 중국 진출 실패 배경에는 직접투자(FDI) 중심의 전략이 꼽힌다. 당시 국내 유통기업들은 ‘골드러시’로 불리던 시장에 자본을 한꺼번에 투입해 점포를 빠르게 늘리며 직접 확장에 나섰지만, 그만큼 정치·제도 변화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되는 구조였다. 한국식 운영을 그대로 이식하려는 전략도 현지화의 걸림돌이었다. 현지 파트너십이 부족한 상태로 직접 운영을 이어가면서 자국 산업 보호 정서와 정치 리스크에 취약해졌다는 지적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중국에서의 실패는 결국 직접투자에 자본을 집중한 전략이 정치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된 결과”라며 “베트남도 같은 체제인 만큼 초기부터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기보다는 현지 파트너와 협력해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는 분할 매수하듯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전국 단위 확장보다 특정 도시를 먼저 공략한 뒤 점진적으로 넓혀가는 거점 전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정교한 현지화 전략이 급선무로 꼽힌다. 단순 점포 확장을 넘어 현지 문화·생활 동선을 반영한 운영·서비스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현지 고용 창출과 유통 인프라 개선 등 경제적 기여를 입증하고 이를 알리는 작업이 필수다. 특히 베트남은 중국보다도 민족적 결속력이 강한 시장으로 보다 세밀한 접근이 요구된다. 장기적으로 인도네시아·필리핀 등 동남아 전반을 아우르는 통합 전략을 통해 규모의 경제와 공급망 효율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지 고용 창출과 유통 생태계 기여를 함께 보여주지 못하면 외국 기업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베트남은 문화적 독자성이 강한 시장으로, 내수 성장과 함께 자국 중심 소비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전반을 아우르는 전략으로 규모의 경제와 대체 시장을 확보하면서, 베트남의 자국 소비가 본격화하기 전 현지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는 현지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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