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 따르면,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미국의 이란 정책을 정면으로 겨냥하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27일(현지시간) 독일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마르스베르크 소재 한 김나지움을 찾은 메르츠 총리는 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명확한 출구 전략 없이 분쟁에 뛰어드는 것이 가장 큰 실수"라고 꼬집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간, 이라크에서도 뼈저리게 겪은 교훈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특히 그는 이란 측의 협상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미국의 대응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이란 지도부가 협상 테이블에서 노련함을 발휘하거나 교묘하게 대화 자체를 회피하는 동안, 미국 협상단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까지 날아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다는 것이다. "초강대국 미국 전체가 이란 수뇌부 앞에서 굴욕을 맛보고 있다"는 직설적 표현도 나왔다.
메르츠 총리에 따르면 이란은 예상을 뛰어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반면, 미국 측에서는 협상장에서 상대를 설득할 만한 전략적 청사진이 보이지 않는다. 그는 "뚜렷한 전략 없이 전쟁에 돌입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며 이 때문에 분쟁 종식이 더욱 요원해졌다고 진단했다.
동맹국에 대한 사전 협의 부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공격을 개시하기 전, 독일을 비롯한 유럽 동맹국들은 어떤 상의도 받지 못했다고 메르츠 총리는 밝혔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전쟁에 대한 우려를 직접 전달했으며,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될 줄 알았다면 더 강경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했을 것"이라고 회한을 내비쳤다.
독일 경제도 이번 중동 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메르츠 총리는 "얽히고설킨 복잡한 국면 속에서 우리도 막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정상화를 위해 기뢰 제거 함정 파견 의사가 있다고 밝히면서도, 교전 중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전망에 대해서도 메르츠 총리는 견해를 피력했다. 러시아와 휴전 협정, 나아가 평화 조약이 체결되는 시점에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가 더 이상 우크라이나 관할이 아닐 수 있다는 현실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러한 양보를 자국민에게 설득하고 국민투표로 승인받으려 한다면, 유럽연합(EU) 가입이라는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메르츠 총리는 조언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조속한 EU 가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선을 분명히 그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희망하는 2027년 1월 가입은 불가능하며, 2028년 1월 역시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부패 척결과 법치주의 확립 등 EU의 엄격한 가입 기준을 우선 충족해야 한다고 메르츠 총리는 강조했다.
대안으로 정회원이 아닌 '옵서버' 지위 부여 방안이 제시됐다. 지난 23~24일 키프로스에서 개최된 EU 정상회의에서 이 구상이 폭넓은 호응을 얻었다고 그는 전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독일과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EU 정상회의 참석권은 주되 투표권과 예산 지원은 제외하는 준회원 자격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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